2000년대 7~8%대에 머물던 청년실업률이 올 2월 11.1%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6년래 최악의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의 고용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1997년 말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우리나라 노동 시장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실업 대란을 가져왔다. 특히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청년실업은 전체 실업률의 2배에 가깝고, 잠재된 실업까지 합하면 대학졸업자의 경우 4명당 1명꼴로 백수 생활을 하는 등 타 연령대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로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심각한 문제라는 방증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단어가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사라지는 일자리…원인은?

그렇다면 일자리는 왜 사라지는 것일까? 최근 실업 사태의 일차적 원인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신규 고용 규모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규 고용수요 급감 원인은 우리나라 산업이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빠르게 경쟁력을 잃어가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 시장 및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및 매출이 급감한 결과, 당연히 신규 고용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

 

두 번째 원인은 자주 논의되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다. 즉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을 늘린 이후에는, 시장환경과 산업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모든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고용에 극도로 신중하고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해고가 쉽지 않기에 신규 고용에 더욱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IT(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기계와 로봇이 노동인력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일본의 한 유명한 초밥집의 경우 모든 주문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져, 서빙을 받는 종업원이 필요 없다. 심지어 초밥을 뭉치는 작업조차 로봇이 대신하면서, 일본의 초밥 장인들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EET족’ 해마다 증가… 청년실업률 ‘심각’

글로벌 환경에서 한국 노동 시장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많은 OECD 국가에서 노동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으나, 지난 경제위기로부터의 회복은 국가별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OECD 국가에서 고용증가는 경제위기 이전 일자리 수준으로 가는 데 여전히 매우 더디며, 이러한 경향은 2016년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OECD 국가의 실업은 대체로 지속적으로 완만하게 감소해 2016년 말까지 6.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꾸준한 고용률 증가와 여전히 낮은 실업률 등 경제위기로부터 강력한 노동 시장 회복세를 보여 왔다. 고용률은 2011년 64.0%로 이미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이후 다시 증가해 2015년 5월에는 1982년 이후 최고치인 66.1%를 기록했다. 2015년 1분기의 실업률은 3.7%로 일본과 함께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은 몇몇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거의 3분의 1이 비정규직 근로자이고 청년과 장년층에서 그 비율이 특히 높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2012년 말 이후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분기에 10.9%에 달해 경제위기 기간 중 최고치(10.8%)를 넘어섰다. 또한 15~25세 청년 중 NEET(취업하지 않고 있으면서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고 있지 않은 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2014년 동 비율은 전체 청년의 18%로 이는 OECD 평균보다 4% 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는 공공 부문이나 대기업 입사를 위해 채용시험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NEET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 청년희망펀드‧임금피크제 등 일자리 창출 ‘총력’

이에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노력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정년보장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하는 제도다.

우선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현황을 보면, 313개 기관 중 91.7%인 287개 기관이 도입을 완료했다. 유형별로는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30개, 각종 공단 등 준정부기관 86개가 도입을 마쳤으며, 대학병원 등 기타 공공기관은 20개 출연연과 4개 국립대학병원(전남‧충북‧충남‧부산), 2개 기타기관(국방과학연구소‧대한법률구조공단)을 제외한 171개(87%)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全) 계열사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키로 확정한 그룹은 삼성, LG, 롯데, 포스코 등 11개 그룹이다. 현대자동차, SK 등 10개 그룹은 모든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위해 현재 노사가 협의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50대 이상 계층의 실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기업 측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한 직종에서 평생을 보낸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린다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정치권과 재계 총수들이 가입하고 있는 ‘청년희망펀드’도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둔 사업이다. 청년희망펀드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 참여의 기부를 받아 조성하는 펀드로, 청년 취업기회 확대를 포함해 구직애로 원인 해소, 민간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등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청년희망재단 누적 기부 건수(10월 31일 기준)는 7만8803건이며 누적기부금액은 476억9058만여원에 달한다.

아울러 정부는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의 구직자 취업지원 창구를 ‘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일원화했다. 그동안 고용센터(고용노동부), 일자리센터(지방자치단체), 희망복지지원단(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산재한 취업 지원 창구를 한곳에 모아 밀착형 구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구직자는 자신에게 맞는 기초 상담을 받고 직업 훈련, 일자리 알선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음식과 미용, 숙박 등에 편중된 직업 훈련은 채용 계획이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현장 밀착형 특화 훈련으로 바뀐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각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고, 고용 존을 설치해 지역 벤처‧중소기업과 청년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 지원자금을 1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했고, 3~7년차 전용의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기업 살리기가 최고의 善, 일자리 선순환 구조 구축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이 최근의 청년실업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그 원인 해결을 위한 본질적 처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 해소의 진정한 해결책은 정부가 해외 경쟁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개발지원정책과 경쟁력 확보 정책수단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청년 실업대책과 국가 안정의 최후 보루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때다. 고용 수준의 산술적 목표에 매달려 한시성 고용사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전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고용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취업 시장에 끌어낼 수 있도록 일자리 경험과 직업 훈련, 교육 중에 적어도 하나는 니트족이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