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이 중국 공세로 생존위기에 몰렸다. 중국 배터리 기업이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배터리 개발에도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3사 모두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이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삼원계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잃는 순간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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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이 일부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양극재 특허 사용료 제안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소송 전에 진행하는 경고성 조치로 판단한다. 중국 기업들이 LG화학 양극재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있어 특허를 정식으로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쪽으로 사건을 매듭지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중국 기업 삼원계 배터리 진출 본격화로도 해석한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는 삼원계 배터리를 다시 볼 계기가 있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전기차와 배터리를 동시에 생산하는 BYD가 화재 위험으로 일부 탕DM 전기차를 리콜하고, 같은 해 6월에는 2건의 화재 사고를 겪었다. 삼원계보다 안전성이 높다고 알려진 LFP 배터리의 잇따른 화재가 중국 배터리 기업과 정부에 충격을 선사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화재, 가격, 자원부존량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30%가량 저렴한 배터리 가격과 풍부한 자원, 무엇보다 화재 위험성이 적은 부분이 장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지난해 화재 사건으로 화재 우위 장점이 사라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삼원계 배터리를 다시 보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삼원계 배터리가 값비싼 원재료인 코발트 사용을 축소하고 기술력을 강화한 하이니켈, 하이망간 등으로 가격 인하를 이끌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사정이 이렇자 현대차와 CATL 관계도 재조명받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글로벌 1위인 CATL은 LFP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차 코나 전기차(EV)에 LFP 배터리가 아닌 삼원계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당시 업계는 “특별할 것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코나EV에는 원래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됐던 만큼 CATL이 납품해도 변경 없는 진행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KG모빌리티(옛 쌍용차)도 지난해 BYD에 LFP 배터리를 납품받아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중국과 협업을 견고히 하면 K배터리 설 자리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들이 LFP 배터리뿐만 아니라 삼원계 배터리까지 기술 우위를 차지한다면 국내 배터리업계의 앞날은 그야말로 캄캄하다. 원재료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기술경쟁력까지 비슷해지면 그야말로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에서 원재료 중국 의존도는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핵심광물 8개 품목 중국 의존도는 58.7%에 달한다. 이 중 산화리튬·수산화리튬이 81.2%이며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77.6%) 등은 3분의 2 이상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2021년에 이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사진=SNE리서치]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2021년에 이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사진=SNE리서치]

그렇다고 K배터리 3사가 삼원계 배터리 개발에만 매달리기도 힘들다. 완성차업체 관심이 LFP 배터리에 쏠리며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해서다.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2021년에 이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37%로 전년 대비 4%포인트 늘었다. 동기간 LG에너지솔루션 시장점유율은 13.6%로 BYD와 동률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변동은 2021년부터 CATL을 비롯한 중국업체 저가공세로 LFP 배터리가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FP 배터리는 저가형 차량과 고가형 차량을 넘나들며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테슬라와 리비안 등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에 뛰어들었으나 기술과 시설 측면에서 시간이 필요해 빨라야 2025년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업체가 ‘슈퍼을’이던 시기는 지났다. 기술개발을 성실히 하면서 완성차업체와 협업을 긴밀히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합작사를 만든 것은 선점효과를 누리기 가장 좋은 환경으로, 긍정적인 관계 유지에 따라 향후 양산할 LFP 배터리 등 납품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도 삼원계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안다”며 “업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기업들 자체 힘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시설투자에만 조단위 자금이 투여돼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산업이 향후 국가 핵심 산업인 만큼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반도체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