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노숙인 보호시설 안나의집에서 2022 토요타 주말농부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가 열렸다. 사진=최동훈 기자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노숙인 보호시설 안나의집에서 2022 토요타 주말농부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가 열렸다. 사진=최동훈 기자

SNS에서 일본차 브랜드 ‘토요타’를 한글로 검색하면 국내에서 찍은 김장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게시물은 토요타의 한국지사인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오랜 기간 국내 복지시설과 함께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쌓여온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이하 토요타)가 올해 11년째 노숙인 자활시설 ‘안나의집’과 함께 김장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토요타는 10여년 전 국내 사회공헌활동을 모색하던 중 봉사자를 찾고 있던 안나의집 측과 뜻을 모은 뒤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토요타는 올해 이 ‘좋은 활동’을 더욱 다양한 곳에 있는 사람들과 향유하고 싶어 이례적으로 취재진을 현장에 초청했다. 토요타 관계자들과 취재진이 자동차 아닌 김치로 이야기꽃을 피운 건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장나눔 행사의 참가자들이 안나의집 지하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김장나눔 행사의 참가자들이 안나의집 지하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현장 도착하자마자 붉은 두건·앞치마 착용, 김장 시작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안나의집에서 진행된 토요타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에 참여했다.

토요타는 앞서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일반인 참여형 탄소중립 활동인 ‘주말농부’의 참가자들을 모아 이번 행사를 가졌다. 김장나눔 행사는 토요타 임직원과 주말농부 참가자 등이 모여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김치를 직접 담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나의집은 지난 8월 대통령 영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봉사활동을 실시함에 따라 주목받은 곳이다. 토요타가 안나의집과 나눔활동을 진행한 건 이보다 더 앞서 이뤄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장나눔 행사 참가자들이 착용한 두건과 앞치마. 사진=최동훈 기자
김장나눔 행사 참가자들이 착용한 두건과 앞치마. 사진=최동훈 기자

현장에서 취재만 하지 않고 ‘참여’했다. 2시간 30분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된 김장나눔 행사의 다른 참가자들이 땀 흘려 봉사하는 모습을 살피고 그들의 반응을 들어볼 생각이었다.

나카하라 토시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전무가 이날 김장나눔 행사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나카하라 토시유키 한국토요타자동차 전무가 이날 김장나눔 행사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안나의집 관계자들이 나눠주는 두건과 앞치마를 받아들고 이미 지정돼있던 자리에 가서 섰다. 눈 앞 식탁 위에는 스테인리스 대야와 절인 배추를 비롯해 김치 속을 담은 사발 등이 놓여있었다. 수년 전 때가 맞아 고향을 찾아가 집안 어르신들과 김장을 담가본 기억이 떠오른다.

활동 참가자들이 김장 요령을 영상으로 배우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활동 참가자들이 김장 요령을 영상으로 배우는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다행히 요리 전문가가 현장에 동석해 영상과 구두 등을 통해 김장 방법을 설명해줬고 이를 되새기며 김장을 시작했다.

현장에는 취재진 뿐 아니라 주말농부에 참가했던 남녀노소 40명이 힘썼다. 성인 참가자들은 주말농부 활동을 실시하며 서로 안면을 텄는지 김장하는 동안 대화하고 종종 웃음을 터뜨리며 김장에 임했다. 어린 참가자들도 오랜 시간 서있느라 힘들어했지만 고사리 같은 손을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김치속을 배추에 열심히 발랐다.

참가자들이 김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최동훈 기자
참가자들이 김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2시간여 시간동안 담근 김치는 700포기. 무게로는 2800㎏에 달했다. 안나의집에서 식사하는 노숙인들이 하루에 김치를 50㎏씩 소비하는 것을 고려하면 두 달 정도 배식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김장 재료를 나누고, 봉사활동에 임하면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거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을 끝낸 뒤 촬영한 대야와 식탁의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김장을 끝낸 뒤 촬영한 대야와 식탁의 모습. 사진=최동훈 기자

토요타 임직원들, 김장 능숙…기업시민 자리매김

토요타 관계자들은 의외로 능숙하게 김장을 담글 뿐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설명할 정도로 노련했다. 대부분 한국인인 관계자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김장 경험을 쌓았겠지만, 토요타 관계자들은 이날 활동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도록 참가자들에게 요령을 설명하고 재료를 나르는 등 안나의집 관계자들과 긴밀히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여주기식으로 이어온 활동이었더라면 보여주지 못했을 자연스러움이었다.

안나의집 관계자들이 이날 참가자들에게 김장김치를 1.4kg씩 나눴다. 사진=최동훈 기자
안나의집 관계자들이 이날 참가자들에게 김장김치를 1.4kg씩 나눴다. 사진=최동훈 기자

토요타가 올해 한국에서 22년째 업력을 이어오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까운 기업시민으로 자리매김한 사실이 이날 현장에서 마주한 임직원 모습과 오버랩됐다. 토요타는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 생산한 고품질 차량에 비교적 높은 가격 경쟁력을 입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왔다.

토요타·렉서스 제주 딜러 사랑의 김장나눔 (왼쪽부터) 서울시복지협의회 전명수 사무총장, 자원봉사자, 한국토요타자동차 타케무라 노부유키 사장, 동일모터스 최병인 사장,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다케다 가츠토시 총영사, 한국토요타자동차 이병진 상무. 출처=한국토요타자동차
참가자들이 김장을 끝낸 뒤 안나의집 앞에서 기념 촬영에 임했다. 출처=한국토요타자동차

최근 지정학적 이슈로 수입차 시장 내 토요타의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다만 시장이나 지역 사회 곳곳에 스며든 토요타의 입지는 공고하다. 토요타가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시민들에게 자동차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선한 영향을 주는 기업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