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7일 간담회를 통해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화두를 꺼냈습니다. 우주통신규약의 꿈을 시작으로 관심사 기반의 새로운 커뮤니티에 대한 야망, 근간이 되는 기술과 파격적인 메타버스 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카카오 유니버스

남궁훈 대표는 자사의 메타버스의 방향성을 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관심사 기반으로 연결된 '카카오 유니버스(Kakao Universe)'로 정의했습니다.

하나한 풀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남궁 대표는 취임 초기 메타버스 전략을 강조하며 텍스트를 가진 카카오톡의 강점이 곧 메타버스의 비전에 다가설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카카오의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보이는데, 한 마디로 카카오가 축적한 방대한 텍스트가 카카오가 만드는 메타버스에서 일종의 '프로토콜'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를 전제한 상태에서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을 보면 깊은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텍스트 기반의, 즉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허공에 띄우면서 다소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관심사라는 키워드입니다. 오픈링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픈링크는 취미, 장소, 인물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반으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은 전화번호부가 등록된 지인 기반 서비스였으나 이를 전격적으로 비지인으로 확대, 중심에 관심사라는 매력 포인트를 넣겠다는 설명입니다. 파편화된 카카오의 기본 서비스들을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일종의 세계관으로 묶은 다음 불특정 다수가 관심사를 통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설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산이 높은 게임입니다. 카카오가 글로벌 전략에서 SNS 기반 로드맵으로 번번히 고배를 마시다 웹툰 및 웹소설 등 콘텐츠 기반으로 성공한 것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국 공통의 관심사인 콘텐츠에 많은 글로벌 시장이 카카오에게 문을 활짝 열었지요.

이 경험에 기반한다면 다양한 관심사를 바탕으로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슈퍼 플랫폼 전략에 묶는 것은 그 자체로 생태계 볼륨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프로필 외에도 친구탭, 대화탭 등 카카오톡 전반에 비목적성 요소들을 배치하는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여기서 사람을 모으는 일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인 카카오가 카카오 유니버스라는 친절한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를 만든다? 남궁 대표가 간담회에서 말했듯이 그 자체로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카카오니까요.

남궁훈 대표. 출처=카카오
남궁훈 대표. 출처=카카오

카카오 메타버스의 파격
흥미로운 대목은 카카오 메타버스의 '다음'입니다. 특히 카카오의 오픈링크와 재기발랄한 프로필 기능 등이 그 자체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이를 어떻게 메타버스 전략으로 풀어가느냐가 관건입니다. 그 연결고리가 얼핏 보기에는 희박해 보이기도 합니다.

힌트는 카카오가 오픈형 메타버스 전략으로 꾸린 컬러버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욱 넵튠 대표는 컬러버스의 강점을 두고 "더 오픈된 메타버스라는 점, 앱 설치가 없는 웹 스트리밍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커뮤니티가 함께 공간을 꾸미고 제작하는 웹3를 아우르는 경제활동까지 전제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바꿔 말하면 불특정 다수가 낮은 진입장벽을 타고 컬러버스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 불특정 다수가 컬러버스에 들어오는 유인 동력이 바로 관심사라면,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카카오는 제페토나 이프랜드처럼 기존 메타버스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를 기반으로 불특정 다수를 모으는 카카오 유니버스로 플랫폼을 재편한 다음 그 생태계를 고스란히 컬러버스라는 카카오만의 파격적인 메타버스로 투영시키는 목표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카카오 메타버스 전략의 큰 동력 중 하나인 B2B2C도 큰 역할을 담당할 전망입니다. 남궁 대표가 B2B2C를 일종의 문과 영역이라 말한 것처럼, B2B2C는 카카오가 관심사 기반으로 묶은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일종의 차별점이자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oGPT와 칼로(Karlo) 등 초거대 AI 모델은 메타버스 생태계 내부의 생동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요.

정리하자면 카카오는 최신 ICT 트렌드인 메타버스를 준비하면서 그 핵심은 카카오톡이 강점을 보유한 웹1.0의 산물인 텍스트를 기반 인프라로 삼았으며, 관심사라는 키워드를 통해 파편화된 카카오 서비스들을 카카오 유니버스로 묶을 전망입니다. 이후 그 생태계를 낮은 진입장벽(웹 스트리밍 등)을 가진 컬러버스에 유입시켜 기존 지인 기반 생태계에서는 가질 수 없는 폭발적인 메타버스 '한 방'을 노리는 중입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 개척은 '덤'으로 따라오며, 남궁 대표가 여러번 강조한 우주통신규약은 극적으로 완성될 수 있습니다.

성공할까요? 컬러버스로 통칭되는 카카오 메타버스는 확실히 기존 메타버스와는 결이 다릅니다. 게임이나 아바타 등 메타버스 전통의 패턴을 따라가면서도 관심사라는 매력 포인트를 가진 카카오 유니버스를 컬러버스의 정체성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콘셉이 더 명확하다고 할까요. 

간담회를 통해 핵심적인 진척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일말의 불안감이 남기는 합니다. 그러나 예단할 수 없어도 밑바탕이 되는 기술력, 그리고 내부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규제 이슈 등을 유연하게 넘긴다면 독특한 카카오만의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