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트가 개발 중인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 실행 모습. 출처=웰트
웰트가 개발 중인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 실행 모습. 출처=웰트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등 치료에 처방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DTx)’ 선도기업은 삼성전자에서 분사(스핀오프)한 스타트업 웰트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필로우Rx’에 대한 확증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올해 허가가 목표다.

디지털 치료제, 임상‧의사 처방 필요

5일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6년 16억7000만달러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20.5% 성장해 89억4000만달러 규모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디지털헬스케어 앱과 달리 의사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사노피, 머크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필립스 등이 참여한 디지털 테라퓨틱스 얼라이언스(DTA)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에 기반한 치료제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먹거나 주사로 맞는 약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며 질병과 장애를 예방하는 디지털 기술을 뜻한다. 임상 등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식약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시판할 수 있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단위 십억달러). 출처=스타티스타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단위 십억달러). 출처=스타티스타

디지털 치료제는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불면증, 자폐증, 우울증, ADHD,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와 암 환자, 당뇨 환자 등 관리가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reSET)’이다. 리셋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등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 형태의 치료제로 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리셋은 중독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정신의학적 치료 방법인 ‘인지행동 치료(CBT)’를 제공하는 앱이다. 허가 당시 페어 테라퓨틱스는 먹거나 주사로 맞는 의약품처럼 약효를 검증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리셋은 중독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대상군은 약물 등 기존 치료 방법만 적용한 환자군과 기존 치료 횟수를 줄이면서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이다. 임상 결과 기존 치료방법만 사용한 환자군은 알코올, 마약 등에 대해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17.6%를 나타냈다. 리셋을 함께 사용한 환자군의 금욕 유지 비율은 40.3%다.

치료 방법은 의사가 환자에게 리셋을 처방할 시 환자는 플랫폼에서 치료 과정에 대한 안내와 함께 앱에 대한 진입코드를 받을 수 있다. 의사 처방 없이는 이를 활용할 수 없다. 환자는 12주 동안 기존에 진행한 약물 치료와 병행해 프로그램을 따라 충동 대처법 등 온라인 강의를 듣고 주 4회 강의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약물 사용 여부, 갈망 등에 대한 설문도 진행된다.

리셋은 치료 기간에 환자가 달성한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다. 환자가 흥미를 갖고 치료에 임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는 앱을 통해 본인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배우면서 스스로를 모니터링하게 된다. 치료 기간 중 기록은 데이터화된다. 담당 의료진은 치료 과정과 경과를 확인하면서 경과를 볼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 기술 중에서도 단순 건강관리가 아닌 질병 예방‧관리‧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는 미래 건강관리 서비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소프트웨어라는 특성상 기존 치료제 대비 독성과 부작용이 적고 일반의약품과 같은 제조, 운반, 보관을 필요로 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공급이 용이해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웰트 ‘필로우Rx’ 국내 최초 허가 가능성

국내 디지털 치료제 선도 기업은 웰트다. 웰트는 지난 2016년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웰트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에 두고 수면패턴을 개선하는 필로우Rx에 대한 확증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필로우Rx는 의사가 처방을 내린 후 받을 수 있는 인증 코드를 입력해야 사용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로 스마트폰 앱 형태로 개발됐다.

필로우Rx는 인지행동치료 콘텐츠를 통해 환자 수면패턴을 개선하기 위한 수면 교육, 수면 습관, 수면 시간 등을 설계해준다. 먹는 의약품인 수면제 등을 처방하기 전에 활용하는 치료로 볼 수 있다.

앞서 웰트는 지난해 9월 식약처로부터 불면증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확증임상 주관사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이다. 두 기관에서 환자 모집과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확증임상을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웰트는 글로벌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DTA 멤버인 웰트는 최근 DTA 아시아 지부를 이끄는 의장(Chair)사로 선정됐다.

웰트 투자 유치 현황. 출처=THE VC
웰트 투자 유치 현황. 출처=THE VC

투자 유치도 순항 중이다. 올해 1월 11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마무리했다. 웰트는 2016년 시드, 2018년 시리즈A 30억원, 지난해 시리즈B 60억원에 이어 올해 1월 50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 자금은 140억원이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시장개척을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각 국가는 FDA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규제체계를 선도적으로 마련 중”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없으나 웰트 등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