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본사.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본사. 출처=각사
5대 금융지주 본사.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본사.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의 순익 경쟁이 올해 상반기를 거치며 '2강(KB·신한금융)-3중(하나·우리·농협금융)'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이 두드러졌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KB금융지주(105560)와 신한금융지주(055550)의 '2강'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강력한 실적 회복탄력성을 증명한 우리금융(316140)과 급성장 중인 농협금융이 하나금융(086790)을 맹추격하며 '3중' 구도를 구축했다.

상반기 리딩금융도 '한끗 차'…3중과 격차 더 벌어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순익에서 가장 앞선 금융지주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누적 2조4,743억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금융(2조4,438억원)을 300억원 차이로 앞섰다. 두 금융지주 모두 반기 순익 2조원대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순익 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를 유지했다.

여기에는 KB금융의 가파른 이자이익 성장세가 자리한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의 이자이익 증가분의 2배 이상으로 이자이익을 늘렸다. 이를 통해 수수료이익과 판매관리비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리딩금융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5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7,179억원) 늘었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4조228억원에서 올 상반기 4조3,564억원으로 8.3%(3,336억원) 증가했으나, KB금융에 미치지 못했다. 

KB금융의 이자이익 증가는 그룹사들의 합작품이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이 1년새 4,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는 그룹 이자이익 증가분의 59%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카드를 중심으로 KB증권, KB손해보험, KB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도 그룹 이자이익 증가에 일조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등 '2강'과 다른 금융지주와의 순익 차이도 더욱 커졌다. 금융지주들이 비슷한 수준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한 영향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올 상반기 평균 순익 증가율은 40.0%로, 지난해 실적 기저효과가 컸던 우리금융(114.8%)을 제외한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평균 순익 증가율 35.5%와 비슷했다. 

하지만 순익 증가분에서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기본부터 순익 규모가 컸던 만큼,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익 증가분은 평균 7,001억원이며,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의 순익 증가분은 평균 3,895억원이다. 우리금융의 순익 증가분은 7,590억원이다.

올 하반기에는 충당금 관리가 리딩금융 경쟁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금융권 파장이 일단락되면서 신한금융은 이에 따른 충당금 부담을 덜어낸 만큼,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이환주 KB금융 CFO(최고재무책임자)는 22일 열린 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KB금융는 부실여신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코로나19 고위험 업종에 대한 역량을 전면 재점검했다”라며 “또 대출 취급기준을 강화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최고리스크책임자)도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 영향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은 존재한다”라며 “새로운 신용등급 모델 등으로 건전성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각사 실적자료 참고
출처=각사 실적자료 참고

상향 평준화…더 좁혀진 '3중'

하나금융 '1중' 체제에도 변화의 조짐을 감지된다.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이 실적 부진을 겪으며 그간 보여진 '1중(하나금융)-2약(우리금융·농협금융)' 구도가 더욱 굳어졌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금융은 1년새 2배 이상 순익을 성장하며 지난해 상반기 하나금융과의 6,850억원 순익 차이를 올 상반기 3,300억원으로 좁혔다. 드라마틱한 순익 개선이 가능했던 이유는 타 금융지주보다 변동금리 대출자산 비중이 높아 시장금리 상승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총 대출 315조원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72.4%에 달한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전무는 21일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우리은행 원화대출금 내 변동금리 비중은 72.4%며, 기준금리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3개월 CD 코리보 연동 대출 비중은 34%로 우리은행 대출 포트폴리오는 금리와의 상관관계가 높다"라면서 "이는 기준금리 상승 시 우리금융 실적의 개선 효과가 단기간에 가장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25bp 인상 시 이자수익 증가 효과는 1,75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도 올 상반기 지주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반기 순익 1조원을 넘겼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1조2,819억원을 기록하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을 바짝 뒤쫓았다. 이자이익 규모에선 KB금융(5조4,011억원), 신한금융(4조3,564억원)에 이은 '톱3' 안에 든다. 농협금융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 규모는 4조1,652억원이다. 

향후 하나·우리·농협 금융 간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합병(M&A)를, 농협금융은 보험손익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순익 개선을 위한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특히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증권 포트폴리오 부재로 순익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 규모는 7,210억원이다. 이는 하나금융투자를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는 하나금융과 NH농협투자증권을 보유한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성욱 우리금융 전무는 "가장 시급한 M&A는 그룹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 부문"이라면서 "다만 이 과정에서 자본 정책(CET1비율, 보통주자본비율)은 10.5% 이상은 무조건 지킬 것이며, 11% 이상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