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율이 높다. 시내를 지나다 보면 여기 저기 임대라고 써 붙인 현수막을 많이 보게 된다.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 뿐만이 아니다. 대로변에 있는 큰 건물들도 마찬가지다. 임대 현수막을 보다 보니 어떤 건물은 사무실 임대 라고 쓰고 어떤 현수막은 오피스 임대 라고 쓴 것이 눈에 띠었다. 무슨 차이가 있길래 누구는 사무실이고, 누구는 오피스라고 쓴 것일까? 현수막 제작업체가 다르기 때문이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확인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대표님이 기업의 사무 공간 정보를 찾아주는 부동산 프롭테크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요청하셨기 때문이다. 며칠 전 현수막 봤던 생각이 나서 자료를 찾아보니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데 오피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재밌던 것은 오피스와 사무실의 언어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었다. 사무실과 오피스. 다 같은 말인데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지금 어디야?”, “어 나 사무실” 많이 듣던 대화다. “어 나 회사” 라고 말 하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저 질문에 “어 나 오피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단 회사는 근무 장소 이외에 다른 의미도 있고 업무 공간보다는 좀 더 큰 개념이라고 판단되어 일단 여기서는 제외하겠다. 여하튼 주변을 보면 지금 어디냐는 질문에 오피스 보다는 사무실이란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럼 우리는 언제 오피스라고 하고 언제 사무실이라고 할까. 일단 찾아보면 공유오피스를 공유사무실이라고 하지 않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공인중개사 오피스라고 하지 않는다. 변호사사무실, 건축사사무실, 세무사사무실이라고 하지 변호사 오피스라고 하지 않는다. 이 것으로만 보면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이거나 또는 직원이 많지 않은 전문회사의 일하는 공간을 부를 때 사무실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좀 더 살펴보자.

먼저 사무실 속성과 오피스 속성을 보자. 노란색 셀이 공통연관어이며 초록색 셀이 동일하지만 버즈량 순서의 차이가 나는 것 그리고 회색셀이 사무실과 오피스 키워드에서 각각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연관어 되겠다. 사무실 키워드에서 초록셀인 ‘상담’과 ‘작업’은 오피스 키워드에서는 나중에 나오고 대신 ‘시스템’ 이라는 연관어는 오피스 키워드에서 먼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실로 볼 때, 사무실은 오피스보다 좀 더 적은 규모의 건물에 있는 업무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왜냐하면 작은 건물의 경우 인터넷선 인입 및 네트워크 설치, 창고, 냉난방 장치등 건물주와 협의하거나 상담할 내용이 많고 거기에 따라 추가 내부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관어 ‘시스템’의 경우 사무실 보다는 오피스 키워드에서 더 많이 그리고 먼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신축이거나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중대형 건물에 위치한 사무공간을 오피스라고 이야기했다고 보인다. 정리하면 사무실은 작은 규모의 건물에 있는, 그리고 오피스는 좀 더 큰 건물에 있는 업무공간을 호칭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설을 크로스 체크하기 위해서 사무실과 오피스에서 추출된 ‘사무실’ 이라는 장소에 대한 2차 연관어를 보았다. 오피스의 사무실과 사무실의 사무실이 같은 의미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랬더니 오피스의 사무실에서는 ‘공간’, ‘여유’, ‘서비스’, ‘입주’ 등이 나왔지만 사무실의 사무실에서는 ‘집’, ‘상가’, ‘공간’, ‘회사’등 오피스의 사무실과는 다른 언어들이 나왔다. 여기서 ‘집’과 ‘상가’는 작은 주상 복합 건물의 경우로 1층은 고깃집, 밥집이라든지, 5층에 집주인이 거주하는 등의 상황이라고 예측된다. 결과적으로 사무실은 작은 중소규모 건물, 오피스는 근래에 만들어진 중대형건물안의 사무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쓰고 났더니 같이 사는 분께서 정중히 묻는다. 도대체 왜 이런 게 궁금하냐 고 말이다. 맞다.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사실 광고마케팅은 브랜드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의미의 차이를 찾지 못하면 작은 떨림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작은 차이를 커다란 심리적 차이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런 차이의 발견은 개인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었지만 지금은 데이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단어의 작은 차이를 계산 한 의미 전달의 예는 많다. 천연암반수는 암반에, 암반천연수는 물에 방점이 실린다. 둘 중 어떤 단어를 쓰느냐에 따라 카피가 달라진다. 감자칩과 감자스낵은 어떤가. 물성적으로는 동일한 제품이지만 스낵보다는 칩이 좀 더 고급지고 바삭거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포카칩은 감자스낵이 아니고 감자칩이다. 같은 말이지만 선택된 단어에 따라 그 의미와 이미지는 변할 수 있다. 여러분은 미용실에 가는가 헤어샵에 가는가. 우리는 미용사가 아니라 헤어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고, 오토바이가 아니고 바이크를 타며 빵집이 아니라 베이커리를 가고 찻집이 아니라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이미지 차이는 크다. 이처럼 작은 차이를 눈에 보이는 커다란 심리적 차이로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몇 가지 별명을 갖게 된다. 의미 파인더 같은 좋은 말도 있지만 침소봉대 전문가라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그런 평가가 좋다. 결국 우리는, 자타가 공인한, 단어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은 광고마케팅 사람들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주말 신문 문화 섹션에서 도서 소개 기사를 보았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나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 또는 시대정신 같은 것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뭐 좀 재미난 책이 나왔나 해서 본 것이다. 그러다가 ‘왜 서점은 계속 생기는가’ 라는 책 소개 기사를 보았다. 서점과 책방을 구분해서 정의했다는 소개글이 기억에 남았는데, 서점은 잡지, 도서를 파는 곳이고, 책방은 책방지기, 주인장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했다고 한다. 제품이 아니라, 주인장의 생각과 정체성을 전파하는 장소가 책방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같은 단어 다른 의미다.

그럼 사무실과 오피스의 다른 점을 어떻게 효과적인 시장 진입 전략으로 만드는지 이야기해 보자. 사무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선도 기업에서는 이미 ‘사무실’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후발주자가 ‘좀더 편리한 사무실 검색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해도 소비자 관심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1+1처럼 기존 것에 하나 덧붙인 모양으로 새롭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쓰는 전략이 바로 서브 타이핑 이다. 서브타이핑이란 기존의 소비자 인식에 추가로 다른 영역을 만들어 기존 시장을 쪼개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여기 물성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스포츠 음료가 있다고 하자. 만약 기존 제품이 프로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 드링크 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면, 우리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스포츠다’ 라는 컨셉으로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생활 스포츠 시장을 분리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 인식상에는 프로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라는 2개의 스포츠 시장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사무실과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 대한 연상은 선도기업에게 넘기고 우리는 오피스 연상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서브타이핑 전략이 되는 것이다. ‘직원 50인 이상 이세요?’ 또는 ‘10층 이상 신축 건물에 입주 원하는 회사만 연락주세요.’ 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후발주자는 사무실 시장에서 오피스 시장을 분리해서 잘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소비자 인식 데이터 분석이 필수라고 하겠다.

서점과 책방은 둘다 책을 판다. 하지만 서점은 책만 팔고, 책방은 주인의 가치까지 판다. 의미를 찾으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가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