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예상치를 웃돈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에도 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오히려 달러,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술주가 일제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도 하반기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성장주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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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공급 병목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다.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논의 가능성이 처음 언급되면서 시장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여부에 주목해왔다. 4월 물가지표가 급등한 이후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지 확인해 볼 가장 가까운 지표가 바로 전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5월 CPI가 전월 대비로는 0.6%, 전년 동기 대비로는 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3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으로 지난 2008년 8월 이후 처음 5% 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전 시장은 5월 CPI가 전월 대비 0.5%,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Core) CPI는 전월 대비 0.7%, 전년 대비로는 3.8% 올랐다. 시장의 예상치인 전월 대비 0.5% 상승과 전년 대비 3.5% 상승을 모두 웃돌았다.

이들 지표가 모두 기존 예상치를 상회하는 결과를 보였지만 시장은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4%대로 떨어졌고, 성장주로 분류되는 기술주들은 일제히 반등했다.

시장은 5월 CPI 급등이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본격적으로 확산을 시작한 지난해 5월은 각종 셧다운 조치와 소비 수요가 급감한 시기다. 게다가 고용이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대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점도 긴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으로 본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월 CPI의 예상치 상회는 4월 CPI 서프라이즈의 영향으로 충격이 다소 완화된 상황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면서 채권금리와 달러의 하락, 기술주의 강세로 이어졌다”고 봤다.

증권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연준이 테이퍼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리 또한 하향 안정화되면서 성장주가 다시금 상승할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6월 FOMC 회의 이후 반등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 연준의 점도표는 3월 점도표 대비 기준금리 궤적 전망이 다소 상향조정 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된 부분”이라고 봤다. 점도표는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에 대한 연준 위원 각 개인의 의견을 모아 점으로 표시한 표다.

이어 “점도표가 예상 수준에서 발표된다면 오히려 8월 잭슨홀 회의 전까지는 테이퍼링 경계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시장이 인플레이션 급등 가능성을 점차 낮게 보고 있는 점도 위험자산가격에는 우호적인 재료다”라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세가 제한되면서 성장주의 주도주 복귀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이미 알려진 정보는 가격에 선반영된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금리가 하락하는 건 하반기 인플레 압력이 강할 것이란 점을 금리가 이미 선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하락은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라면서 “하반기 최선호주는 기술성장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