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임형택 기자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현재 저평가된 종목은 없다. 재평가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국내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 반도체 관련주들은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기 민감주, 인플레이션·금리 상승 등에 수혜를 받는 종목들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물가와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는 등 경기회복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주가 상승 강도가 약해지겠지만 경기 회복과 수출 증가,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민감주, 내수 소비업종, 반도체주가 주도주로 나서면서 증시가 힘을 받겠지만, 작년과 같은 점프업은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D램 사이클은 충분히 반영…파운드리·폴더블 주목해야”

올해 초 ‘반도체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IT 기술주들이 크게 올랐지만, 이후 상반기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현재까지 나타난 반도체사이클은 엄밀히 말하면 ‘D램 사이클’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대신 덜 주목받은 파운드리, 폴더블, 이미지센서 등 관련주들이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노 센터장은 “올해 D램 중에서도 PC,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반도체주들이 크게 상승했다. D램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기대감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고 말했다.

노 센터장은 하반기에 IT 관련주의 중심축이 옮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폴더블 관련주의 경우 올해 8월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나올 예정으로, 제품 출시 이후 관련 부품주의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수급 불안에 따른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서는 “장기화될 이슈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노 센터장은 “현재 차량용반도체에 대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것 사실”이라며 “다만 TSMC 등이 설비투자에 나섰고, 유럽의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도 증설하고 있어 내년 초쯤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가장 큰 악재는 양도세 이슈"

노근창 센터장은 하반기 증시가 완만한 상승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양도소득세 납부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본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센터장은 “경기재개와 수출·입 지표 개선 등으로 볼 때 기업 실적은 하반기에도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 건설 등 전통적인 경기민감주는 물론, 백신접종 확대로 진단면역이 기대되면서 내수 소비업종 또한 강세를 나타내겠다. 최근 급락한 2차전지 관련주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임형택 기자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임형택 기자

노 센터장이 전망한 하반기 코스피 상단은 3,500포인트이다. 현재 코스피가 3,200선을 두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고려하면, 작년과 같은 급등은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피는 11월 초 2,300포인트대에서 올해 1월에 3,200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상반기 대비 둔화될 기업 실적 개선과 양도세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노 센터장은 “작년과 올해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명 큰손들이 주식시장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대주주 주식 보유 기준인 10억원이 2022년 말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확정됐지만,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해외증시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저평가 종목 ‘가뭄’…재평가될 종목을 찾아야 

작년 이후 역대급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대부분의 종목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 상반기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펀더멘탈까지 양호한 상황이다. 노 센터장은 “작년 이후 전개된 유동성 장세로 저평가된 주식은 거의 없다”며 “작년 대비 크게 오른 주가를 납득시킬만한 신성장동력이 있는 종목 등 재평가가 이뤄질 종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개별종목과 ETF(상장지수펀드)를 함께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노 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가 등락하고 있어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투자자들의 경우 매일 급변하는 지수와 종목에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다”며 “ETF의 경우 편입종목·지수와 투자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별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투자 나침반을 만들어야 한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증권사 보고서 중에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올해 증시는 작년과 같이 사기만 하면 무조건 오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투자의 기본인 데이터·예측·적정가치에 기반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