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4일 경기권 소재 이스즈트럭 지점이 ‘국내 유일 오토미션’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제품 홍보 현수막을 내건 모습.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지난 4월24일 경기권 소재 이스즈트럭 지점이 ‘국내 유일 오토미션’이라는 문구를 활용한 제품 홍보 현수막을 내건 모습.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일본 트럭업체 이스즈(ISUZU)의 국내 일부 지점에서 현재 3.5~5톤 중형급 트럭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변속기(오토 미션)를 장착한 상품을 판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일’이라는 단어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담겨 고객이 오해할 소지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4일 이스즈의 경기도 소재 한 지점이 해당 지역 일대에 내건 홍보 현수막에는 ‘국내 유일의 오토미션’ ‘이스즈 3.5톤 / 5톤 트럭’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다.

이스즈가 현재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3.5톤 모델 엘프(ELF)와, 5톤 모델 포워드(FORWARD) 등 두 모델에 오토미션을 탑재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분석된다. 해당 지점에 전화 문의한 결과, 이스즈 두 모델 외엔 자동화 수동변속기(AMT)를 갖춘 동급 모델이 국내 시장에 없기 때문에 쓴 표현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해당 직원은 “자동화 수동변속기라는 표현을 고객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토미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자동변속기는 일부 타사 동급 모델에도 장착돼있지만 수동·자동이 모두 지원되는 변속기는 이스즈 모델 외엔 장착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동화 수동변속기(Automated Manual Transmission, AMT)는 기어 단수를 변경하기 위해 클러치 페달이나 기어 스틱(기어 시프트)을 조작해 운전자 스스로 변경하는 수동변속 기능과, 차량 속력이나 도로 여건에 따라 저절로 이뤄지는 자동변속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변속기다.

운전자는 이에 따라 AMT 장착 트럭을 평탄한 공도에서 운행할 때 변속 조작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기어 변속 시 마찰을 일으키는 클러치 라이닝이 덜 마모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에 비해 부품 교체 비용 등 유지비를 아낄 수 있다. 동시에 수동으로 저단 기어를 유지할 수 있어 강한 토크력이 필요한 경사로 등 구간을 잘 돌파할 수 있다. 이밖에 자동변속기에 비해 높은 연료 효율을 달성하는 수동변속기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 수동 변속기를 조작하는데 익숙한 고객들의 취향과 편의성, 개발비용 절감, 연료 효율 향상 등을 두루 고려해 제품에 AMT를 장착해오고 있다.

일본 트럭업체 이스즈트럭의 3.5톤급 트럭 엘프. 출처= 이스즈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일본 트럭업체 이스즈트럭의 3.5톤급 트럭 엘프. 출처= 이스즈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다만 해당 이스즈 지점의 홍보 내용은 오류를 지니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볼보트럭코리아 등 여러 업체가 중형 트럭 모델에 AMT를 탑재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중형 트럭 메가트럭의 5톤급 모델의 고객에게 수동화 자동변속기를 선택 사양으로 제공하고 있다. 메가트럭 5톤 카고 모델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사 ZF사의 12단 AMT(2020년 10월 기준 450만원)가 선택사양으로 도입됐다. 볼보트럭코리아도 중형 제품 FE의 5톤 모델에 수동변속 가능한 6단 자동변속기 아이-싱크(I-SYNC)를 탑재하고 있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3.5톤 모델 가운데 만트럭버스코리아의 TGL에도 팁매틱 원(TipMatic®1)이라는 이름의 AMT가 순정 장착된 채 2018년 6월부터 판매돼왔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TGL을 비롯한 모든 국내 출시 트럭에 수동변속기나 완전 자동변속기를 판매하지 않는 상품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간 국내 트럭 업체들은 AMT를 주로 대형급 차량에 적용해왔다. 대형 트럭은 수십톤에 이르는 공차중량을 보일 뿐 아니라 매우 무거운 짐들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차량 스스로 기어를 임의 변속하는 완전 자동변속기로는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운전자가 기어를 수동 조작할 수 있는 동시에 변속 편의를 누릴 수 있는 AMT로 차량 상품성을 어필할 수 있다.

이스즈트럭의 5톤 모델 포워드. 출처= 이스즈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이스즈트럭의 5톤 모델 포워드. 출처= 이스즈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다만 중형급 이하 트럭의 경우 최근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젊은층 트럭 기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수동변속기나 완전 자동변속기 등 두가지 변속기를 갖춘 모델로만 판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차 마이티 1,000×FE나 타타대우 더 쎈 등 국산 모델을 해당 사례로 들 수 있다.

AMT는 연비 효율과 초기 구입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수동변속기 모델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완전 자동변속기 등 두 모델 사이에서 애매한 존재감을 갖춤에 따라 중형 트럭 시장에서 비주류로 여겨진다. 다만 이스즈트럭은 이 같은 업계 추세 속에서 변속기별 장점을 절충한 AMT를 차별점으로 앞세워 차량 수요를 창출해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스즈트럭의 중형 화물차(특수 제외) 등록 대수는 1,333대로 동급 전체 7,266대의 18.3% 비중을 차지했다.

큐로모터스는 해당 홍보 문구에 오류가 있음을 시인하고 향후 시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17년 엘프를 출시할 당시 유효했던 ‘국내 유일’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쓰인 것으로 봤다.

큐로모터스 관계자는 “큐로모터스가 지난 2017년 9월 엘프를 한국에 출시할 당시에 활용했던 표현을 해당 지점에서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고객이 오해할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시정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