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에 큰 타격을 받은 기술주 주가가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증세 언급과 코로나19 3차 확산 우려에 또한번 충격을 받으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서학개미들은 조정장세가 길어지며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5.81포인트(2.01%) 떨어진 1만2,961.89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은 지난 8일 이후 12거래일 만에 1만3,000선을하회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뉴욕증시의 대표 기술주들인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페이스북은 전 거래일 대비 8,49달러(-2.92%) 하락한 282.14달러에, 넷플릭스(-2.67%), 애플(-2.00%), 아마존(-1.61%)도 하락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전날 대비 4.82% 급락했다.

미국 기술주들은 올해 들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미국 국채 금리가 1.7% 수준에서 1.59%대까지 떨어짐에 따라 다시 상승했지만, 지난 23일(현지시간) 옐런 장관이 추가 부양책의 재원으로 증세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반락했다.

출처=인베스팅닷컴
출처=인베스팅닷컴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경기 부양 재원 마련 등을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부동산세 등 연방세율을 대폭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반독점 규제’를 내걸었던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위원으로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칸 교수는 지난해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주요 기술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지적한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코로나19 3차유행 우려가 나오는 점도 기술주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초 이후 미 국채 10년물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지난 2월 이후 나스닥 지수 또한 조정을 받았다”며 “최근 중국과 미국 및 유럽 갈등, 유럽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서학개미들이 주로 보유한 해외주식 종목들 대부분이 테슬라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들이라는 것이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24일 기준 테슬라(87억611만달러), 애플(35억5,157만달러), 아마존(16억1,522만달러), 엔비디아(10억9,177만달러), 알파벳(10억3,194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억2,131만달러, 퀄컴(2억1,671만달러) 등이 보관규모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 실적장세로 전환 중이며 최근 조정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겨울철에 밀집모자를 싸게 사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최근 증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하락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므로 일종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을 자극하는 인플레 우려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이익 모멘텀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며 “나스닥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상승률이 8%대인데 반해, 수익률은 2%대에 불과해 기술주 중 실적 개선 종목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