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몸이 옛날 같지 않아!”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던 한 친구의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주기적으로 골프를 즐기며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친구였지만, 나이 50세가 넘은 후 오랜만에 만난 필드에서 보니 확실히 기량이 달랐다. “한번 운동 하고 나면 한 주가 피곤하다”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 운동선수만큼 체력과 신체능력이 좋았던 친구들도 나이가 들면서 옛날 실력이 안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신체에도 전성기는 있고, 그 전성기 실력은 유명한 선수라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러나 ‘운동 후 회복’은 다른 이야기다. 운동 후 피로감과 회복이 더딘 이유는 나이가 아닌 ‘운동 습관’ 그리고 ‘세포 재생’에 있다.

중년 이후 신체 기능은 점차 떨어지는 것일까?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기능이 떨어지는 것 보다는 자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포의 재생 기능 효과가 감소하면서 조금씩 굳어지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은 수 많은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포는 분화를 통해 각종 장기(organ)을 이루며, 신체활동이나 장기의 각종 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자주 사용하는 신체 기능은 잘 유지되거나 발달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유지 활동이나 재생 기능까지 점차 감소하는 것이다.

골프를 치는 친구 역시 젊을 때 자주 운동을 하며 잦은 움직임으로 단련시킨 근육들을 나이가 들자 일이 바쁘다 보니 수년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 은퇴 후 오랜만에 찾은 필드에서 예전 실력만큼 나오겠지 하고 무리하며 골프를 치니 피로감은 더 오래가고 회복도 더딘 것이다.

골프뿐 아니라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은 건강한 노후를 위한 중요한 습관이다. 그러나 “나이 먹어서 운동하다가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하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노화과학적으로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 신체활동은 노화로 인한 심신 허약을 보완하고 치매, 근감소증 등 노인성 질병의 보호 요인이며 생활 습관병 위험인자의 개선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운동을 즐기던 사람들도 운동을 꺼리는 이유가 ‘부상’에 있다.

나이가 들어도 우리 신체의 세포는 끊임 없이 재생한다. 세포가 든든한 상비군 역할을 하며 기능 유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각종 세포들이 모여서 상처를 회복하고 수일이 지나면 잘 나아서 깨끗한 피부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재생 회복력을 담당하는 것이 ‘줄기세포’다.

줄기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소진되고 줄어들지만, 신체의 각 부위마다 위치하며 어느 정도의 손상 회복 기능을 유지한다. 성인의 신체에는 줄기세포가 혈액을 따라 세포들이 원정을 나가듯 활동하기도 하지만, 각종 장기로 분화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손상을 도와주거나 여러 기능을 나타내기에는 다소 제한이 있다. 그러나 이동에 제한이 있는 대신 안정성에 유리한 점도 많아 성인의 신체에서 유래된 조직에서 추출하는 줄기세포들은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이다.

예를 들면 손등에 상처가 잘 아물지 않아 흉터가 남아도, 복부에 있는 피부 줄기세포가 이동해서 도와주지는 못한다. 이미 조직에 스며든 줄기세포는 분화되어 조직에 스며들게 되면 이동에 제약이 생긴다.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나이가 들면 받아 들이여 하는 것이 ‘변화’에 대한 유연함 이다. 급격히 바뀌는 세상이 예전 같기를 바라지 않듯, 우리의 ‘신체’도 예전 같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낙담은 금물이다. 신체의 각 기능들이 나를 외면한다고 탓 할 것이 아니라, 잘 유지하고 보수해 가면서 이 시절을 잘 영위하는 것이 좋은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