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MPV 신차 스타리아. 전신격인 스타렉스와 전혀 다른 모습의 외관을 갖췄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MPV 신차 스타리아. 전신격인 스타렉스와 전혀 다른 모습의 외관을 갖췄다. 출처= 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학원차, 사업용 차량 등 12인승 이하 승합차의 대명사로 일컬어져온 스타렉스를 단종시키고 새로운 상품성을 갖춘 후속 신차로 대체한다.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게기로 차박 등 자동차를 활용한 야외활동이 유행한 점을 고려한 제품 전략이다.

현대차가 최근 이미지를 통해 선보인 프리미엄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STARIA)는 스타렉스의 기존 시장 입지를 대체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스타렉스의 단종 여부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두 차량의 특성상 여러 공통점을 갖췄기 때문에 스타렉스의 모든 라인업이 동시에 판매될 가능성은 낮다.

스타리아가 스타렉스와 닮은 점으로 차명에 ‘스타’라는 단어를 동일하게 사용한 것 외에 좌석 규모를 들 수 있다. 현대차가 이번 상반기 중 출시할 스타리아는 3·5·7·9·11인승 등 5가지 좌석수별 모델로 라인업을 구성할 예정이다. 스타렉스가 3·5·11·12인승 일반 모델과 함께 특장 모델로 3·4·5·6·7·11·12·15인승 좌석별 특장 모델을 판매하는 것과 대조된다.

스티리아 9인승 모델의 내부 전경. 2열이 180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링 시트로 적용돼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티리아 9인승 모델의 내부 전경. 2열이 180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링 시트로 적용돼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타렉스의 특장 모델을 제외한 일반 모델인 승용 모델인 11·12인승 차량과 화물용(카고) 3·5인승 차량 등 4종은 모두 스타리아의 라인업으로 대체 가능하다. 스타리아 라인업에는 4종에 더해 고급 승용 모델인 7·9인승 모델이 추가됐다. 현대차가 고급 승용 밴 시장을 공략하려는 취지가 담긴 라인업이다.

스타리아의 크기도 스타렉스보다 더 크게 설계됐지만 차급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스타리아의 제원별 수치는 전장 5,255㎜, 전폭 1,995㎜, 전고 1,990㎜ 등에 달한다. 스타렉스가 전장 5150㎜, 전폭 1920㎜, 전고 1935㎜ 등 규모를 갖춘 점을 고려할 때 최소 55㎜(전고)에서 최대 105㎜(전장)까지 커진다.

스타리아의 후면부.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에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던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스타리아 후미등에도 적용됐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타리아의 후면부. 현대차 아이오닉 브랜드에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던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스타리아 후미등에도 적용됐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는 반면 스타렉스를 연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면모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가 우주선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스타리아 외관 디자인은 모든 측면에서 MPV라는 점을 제외하면 스타렉스와 이질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 스타리아에는 앞서 현대차가 차세대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신차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던 디자인 요소 ‘파라메트릭 픽셀’이 이례적으로 후미등 디자인에 적용됐다.

현대차가 지난 19일 현재까지 공개한 스타리아 특징 가운데 파워트레인이나 플랫폼, 주행성능, 특장 라인업 등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스타리아에 최근 승용 신차에 적용해온 3세대 플랫폼과 함께 가솔린 터보 엔진, 첨단 주행보조사양 등이 새롭게 적용될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이 같은 예상 사양들이 실제 적용될 경우 스타리아는 스타렉스를 훨씬 초월할 만한 상품성을 갖추는 셈이다.

업계에서 현대차의 스타리아 출시 소식이 앞서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현 시점에 스타리아가 시장에 등판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대차가 스타리아의 전신 격인 스타렉스를 지난 2007년 3세대 완전변경모델로 출시한 후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부분변경모델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국내 상용밴 시장을 주도해오면서도 현대차 승용차 라인업에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세대교체에 걸린 기간 14년은 너무 길거나 짧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차박 등 레저 활동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난 점도 현대차의 스타리아 출시 결정에 불 지핀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동급 미니밴 모델인 카니발이 지난해 8월 4세대 완전변경모델로 거듭난 후 연말까지 4개월여만에 6만4,195대나 판매되는 성과를 낸 점도 스타리아를 출시할 명분을 현대차에게 제공한 현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 최근 늘어난 은퇴 인구가 차를 타고 여가를 즐기는 추세가 나타난 점도 SUV와 미니밴에 대한 수요를 늘린 현상”이라며 “스타리아는 스타렉스보다 더 크게 설계되고 상품성을 강화한 등 차별적 요소로 시장 수요를 충족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스타리아의 1열 전경. 센터페시아 화면이나 계기판 등 모든 실내 요소가 스타렉스를 뛰어넘는 세련미와 고급감을 구현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타리아의 1열 전경. 센터페시아 화면이나 계기판 등 모든 실내 요소가 스타렉스를 뛰어넘는 세련미와 고급감을 구현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를 미국으로’…가능성은 미지수

현대차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차박 열풍이 불고 있는 점을 고려해 스타리아의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그간 스타렉스를 유럽, 호주, 동남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판매돼온 반면 최근 시장 추세에 편승해 스타리아를 거대 미니밴 시장인 미국 등지까지 진출시킬 수도 있다.

실제 현대차가 현재로선 스타리아의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한편 이번 상반기 전세계 최초 신차 공개 행사 월드 프리미어를 온라인 경로로 열 계획이다. 과거 그랜드 스타렉스나 대형 밴 쏠라티를 세계최초로 공개할 때 모터쇼 등에서 다른 차량과 함께 선보인 점을 고려하면 스타리아의 월드 프리미어는 이례적인 일정이다. 현대차가 스타리아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밴 시장의 성장 전망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장밋빛으로 물들어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스타리아에겐 기회 요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츠(Research and Markets)는 전세계 적재용량 2~5.5톤의 밴 시장은 2017년 1,290억달러(약 146조1,989억원)에서 2023년 1,640억달러(약 185조9,924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5월 발표됐지만, 상품 배송 수요 및 물류 증가 등 요인들을 반영한 내용인 점을 고려할 때 전망치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했을 수 있다.

리서치앤마켓츠는 당시 “글로벌 밴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물류 시장이 확장되고 경상용 밴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전자 소매업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며 “또 라스트 마일 상품 배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점은 글로벌 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