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초대형 유조선 모습. 출처=HMM
HMM 초대형 유조선 모습. 출처=HMM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HMM(011200)이 최근 비주력 사업인 벌크선 분야에 집중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 올해 HMM의 역대 최대 실적을 점치고 있는 가운데 배재훈 사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질지 주목된다. 

HMM, 비주력 벌크 사업 덩치 키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은 GS칼텍스와 10년간 약 6300억원 규모의 원유 장기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HMM은 2022년 7월 1일부터 2032년 7월 1일까지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한국으로 운반되는 GS칼텍스의 원유를 수송하게 된다. 향후 일정에 따라 계약기간을 추가 최대 5년까지 연장 할 수 있어 추가 수익성 확보도 기대된다. 

최근 HMM이 비주력 사업인 벌크부문을 강화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분위기라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 이사회에서 VLCC 3척 장기 용선에 2433억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2019년 말 자기자본 1조5,921억원의 15.28%를 차지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HMM은 컨테이너선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지난해 기준 HMM의 매출 가운데 컨테이너선 부문 매출은 88.3%였지만 벌크 부문 매출은 8.5%에 그쳤다. 전년 9.9% 대비 1.4%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해운업 구조조정 당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非) 컨테이너 사업을 잇달아 매각한 데 따른 결과다. 대신 HMM은 지난해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12척을 도입하는가 하면 올해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도입을 예정하는 등 컨테이너선사로서 입지를 강화해왔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익을 경신한 것도 컨테이너선 시황 강세에 따른 수혜가 컸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9년 3분기부터 연속 5분기 감소세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2018년 4분기와 비교하면 아직도 물동량은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55.2%(단순역산 운임)나 상승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컨테이너선 운임 안정세가 점쳐지는데다 원자재 슈퍼사이클로 벌크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HMM이 선구안을 발휘했을 것 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출처=HMM
배재훈 HMM 사장. 출처=HMM

벌크 집중 선구안 통할까… 배재훈 사장 연임 촉각

실제 올 들어 고공행진 하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주춤하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2,775.29포인트로 전주보다 100.6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상반기까지를 점치는 관측이 높다. 

반면 발틱운임지수(BDI)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이달 1일 기준 1,651로 연초 1,347포인트와 비교하면 304포인트가량 올랐다. 최근 중국 춘절 등에 따른 영향으로 소폭 하락세지만 수프라막스급과 핸디사이즈급 중소형선 벌크선 운임은 10년치 최고치를 경신하며 각각 1,878포인트, 1,070포인트를 기록했다. 

물동량 증가에도 선박 공급이 따라주지 못한 데 따른 영향이다. 벌크선 운임 강세는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벌크선 공급은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치는 반면 벌크 물동량은 3.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곡물 수송량도 늘고 있어 연간 운임 상승 여력은 컨테이너선 보다 벌크선이 더욱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벌크선의 경우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높다. 이에 해운 지수와 유가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 스팟 영업(비정기적 단기 운송 계약)보다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 HMM이 계약을 체결한 원유 수송 분야 또한 장기운송계약이라 고정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HMM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유조선 시황 하락에 대비한 선제적 대선 영업으로 벌크부문에서 전년 대비 314억원 증가한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HMM이 벌크선 부문 사업 강화에 나서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HMM의 종합물류기업 도약을 위한 토대 다지기라는 시선도 있다. 배재훈 HMM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선사들은 저마다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채비를 속속 갖춰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해운업이라는 한계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종합물류기업에 대한 의지와 관심을 가지고 파트너사와 동반성장하는 HMM의 미래를 설계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HMM의 주력사업 호황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에 힘입어 올해 역대급 최고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연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HMM의 영업이익을 2조2,944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치가 현실화되면 전년 영업이익 9,808억원 대비 133.9% 늘어나는 셈이다. 

HMM의 경영정상화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배재훈 사장의 연임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2019년 3월 취임한 배 사장은 이달 27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곧 열릴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 날 전망이다. 배 사장은 임기 내 실적 개선은 물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과 책임경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노조와 극적인 임금 협상을 이끌어내며 노사관계에서도 소통의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이 전자공학과 출신인데다 해운 전문가가 아니라 취임 초반에는 우려가 컸지만 전문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입증 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운항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통해 HMM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낸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