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정민 기자] MLB,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패션기업 F&F(007700)의 '쾌속질주'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과감한 해외 법인 투자로 깜짝 실적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본격적으로 중국 사업 확장에 나서며 업계 기반을 확고히 다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F&F의 이러한 상승 기조가 계속돼 국내 업계 시총 경쟁에서 '1위' 쟁탈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일 F&F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국법인 매출 성장세를 잇기 위해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주력하며 올해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기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써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럭셔리 상품이나 고가 화장품이 입점한 면세점, 백화점 등 쇼핑몰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출범하며 현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F&F는 중국내 MLB 오프라인 매장을 연내 최소 25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중국내 해당 매장이 7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4배 가량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중국에 진출한 F&F는 당초 지난해 중국 대리상 점포 출점 목표를 50개로 잡았으나 20여개 매장을 추가한 바 있다.

F&F의 중국 시장 강화는 중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실적 호조를 누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MLB가 노출되면서 시동이 걸린 매출 상승세는 현재까지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중국 내 MLB는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대비 42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F&F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럭셔리 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올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도 면세점에서 MLB가 매출 호조를 보면서 올해도 매장 확대와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F, 매년 평균 18% 무서운 성장세

1992년 설립된 F&F(구 벤아트)는 2000년대 들어 기존 아웃도어 이미지를 버리고 젊고 고급화된 브랜드로 전환하기 위해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시도해 왔다. 2012년 당시 매출액 2,000억원 수준으로 정체기에 놓여 있었으나 구호·에이엠하우스 등 수익성이 미미한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유망한 브랜드들의 변화를 꾀했다.

특히 같은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출범한 이후 상승기조를 타기 시작, 2014년 3,014억원이었던 매출은 2017년 5,605억원으로 꾸준히 오르면서 업계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2018년에는 MLB 어글리슈즈로 국내외 인기몰이를 하면서 중국 MLB 사업권 획득에 성공, 매출액이 6,683억원에서 이듬해 9103억으로 1년새 2,500억원 가량 급증한다. 

F&F의 연간 매출액 현황. 출처=NH투자증권
F&F의 연간 매출액 현황. 출처=NH투자증권

지난 2019년까지 약 8년간 F&F는 매년 평균 18%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패션산업은 내수 및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국이 평균 2~3%대 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을 감안했을때 F&F의 연평균 성장률은 기록적인 성과다.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F&F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단기적 손실을 피하지 못하면서 2분기부터 매출액 증가률이 마이너스(-)로 꼬꾸라지는 등 불황을 맞았다. 그러나 주춤하는 모양새도 잠시, 4분기 들어 모든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상승, 영업이익 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 대비 170%, 컨센서스 대비 282% 가량 상회한 수치다. 한국 MLB와 MLB 키즈, 스케치엔젤스, 듀베티카 등의 매출은 여전히 부진했으나 겨울 상품 수혜로 디스커버리 매출이 11%가량 증가했고, 중국 MLB 매출이 2019년 119억원에서 1년 새 748억원으로 6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중국 MLB 분기별 실적 그래프. 출처=신영증권
중국 MLB 분기별 실적 그래프. 출처=신영증권

코로나19 속에서도 중국 MLB 매출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는 중국 시장에 저력을 미리 확인하고 적극적 투자를 감행한데 있었다. 지난 2019년 주요 면세점 내 K패션 매출이 세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F&F는 주력 상품 MLB 후드티, 모자 등의 K패션에 대한 중국 밀레니얼세대의 수요와 흥행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같은해 12월 면세점 채널로 브랜드 이미지 재고 및 고급화까지 성공한 MLB를 중국 백화점과 주요 쇼핑몰에 입점시켰고, 지난해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 몸집 불리기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2019년 당시 중국, 홍콩 등 해외 사업이 F&F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에 불과했으나 1년만에 그 비중을 12%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F&F의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이 올해 약 26%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널 다각화·온라인 상호보완으로 中 입지 다지기 본격 '시동'

때문에 F&F는 중국 시장 성장세와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올해도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면서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약 200여개 매장 확대라는 연간 계획이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소비심리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출범한 오프라인 매장 70여곳의 매출 급증이 예상되고, 그에 따라  채널 다각화, 면세점 확장 등이 날개를 달 것이란 예측에서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에도 힘을 싣고 있다. F&F는 지난 2019년 6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Alibaba)'그룹 계열 해외 직구 플랫폼 '티몰(Tmall)'에 MLB 입점을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티몰을 통한 하루 평균 매출은 3,000만~4,0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온라인의 특성인 데이터 기반 고객 타깃팅부터 상품개발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트래픽 급증을 이뤘다. 그 결과 온라인 일일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연말 기준으로는 일평균 약 7,000만~8,000만원까지 기록하는 등 매출 상승을 달성했다.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 '티몰(Tmall)' 홈페이지 MLB 상품 캡쳐. 출처=Tmall 공식 사이트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 '티몰(Tmall)' 홈페이지 MLB 상품 캡쳐. 출처=Tmall 공식 사이트

오프라인 매장 등으로 인지도를 높이면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매출 신장을 빠르게 늘려나가려는 전략이 시장을 적중했다는 해석이다. F&F는 올해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완전한 회복 전까지 온라인 채널을 주력으로 공백을 메우며 입지를 다지겠단 목표다.

증권가는 F&F의 이러한 성장세가 올해에도 지속돼 매출액이 전년대비 20~30% 증가하며 사상 첫 1조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거뒀던 패션업계 사이 성공 이어달리기를 지속한 F&F가 국내 패션 업계 시총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F&F의 시가총액은 2조1,406억원으로 업계 내 1위를 차지하는 휠라홀딩스(081660) 시총 2조4,301억원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F&F의 시총은 1조7,000억원으로 휠라홀딩스 시총 2조5,000억원과 약 8,000억원 격차를 보였으나 불과 8개월여 만에 3,000억원까지 바짝 따라잡았다. 3위 영원무역 1조8,610억원과 4위 신세계인터내셔날 1조3,530억원을 완전히 따돌리고 무서운 성장세로 업계 1위 쟁탈 눈앞에 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추세라면 올해 F&F의 총 매출액이  1조1,200억원을 달성해 '1조클럽'에 입성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올해 본격적인 대리상 출점으로 최대 300여개까지, 중장기적으로는 1,000개점까지  늘어나며 매출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중심의 매출 신장으로 실적 상승기조가 확인된 수준이며 특히 올해 중국 실적은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MLB가 아이템 카테고리를 애완패션, 베이비라인 등으로 확장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는 점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며 "올해는 3월부터 기저효과와 함께 오프라인 활동 증가가 본격화되면 채널,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중국 매출이 더 큰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F&F는 올해도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