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가 새해 기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계에서도 ESG 경영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 성과에도 시장은 크게 반응하면서 글로벌 ESG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조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물론, 이제 내수 기업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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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속속 안착 "환경 제일"
지난해 글로벌 ESG 관련 투자․운용 자산규모는 상반기에만 40조5,0005달러를 기록했으며 코로나19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ESG 펀드의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자금 유치 및 기업의 지속성,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방편으로 ESG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ESG 경영의 핵심은 대기업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기업의 ESG 대응 수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진국 10점을 기준으로, 대기업이 7점, 중견기업이 5점, 중소기업이 4점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ESG 경영의 맏형이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다년간 많은 로드맵을 펼쳤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행복과 기업의 영속성을 추구하는 전략을 가동하는 중이다. 여기에 삼성 등 많은 기업들이 ESG와 관련된 많은 전략적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화그룹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760개사 중 6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4개 상장사(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가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바이오 영역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더지에스챌린지’ 프로그램을 지난 1월 발표한 GS그룹도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섬은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친환경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한다고 예고해 현재 1조3,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현대제철은 2,500억원 채권 발행을 앞두고 2조700억원이 몰려 채권 발행 규모를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하는 등 의미있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전략에 있어 환경, 즉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이라 본다. 전경련 조사에서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ESG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환경(Environment)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60.0%로 가장 많았고, 사회(Social)과 거버넌스(Governance)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26.7%와 13.3%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지표와 관련해서는 기후변화/탄소배출(26.7%)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데 이어 지배구조(17.8%), 인적자원관리(13.3%), 기업행동(11.1%), 청정기술/재생에너지(11.1%) 순으로 응답해, 코로나19 이후 확산되고 있는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ESG 확산으로 전망이 가장 밝은 산업에 대해서는 반도체(28.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이차전지(26.7%), 자동차(11.1%), 바이오(11.1%) 순으로 나타났다.

출처=당근마켓
출처=당근마켓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도 관심
아직 대기업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도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이사회 산하의 ESG 위원회 설치와 더불어 ESG 추진 방향과 2040년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목표를 수립한 데 이어, 연말에는 네이버의 주요 ESG 이슈와 관리 현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는 지난 1월 ‘ESG 이사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ESG 중심 경영 강화에 나섰다. ESG 위원회는 회사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전략 결과의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여 투명한 경영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스타트업에서는 배달 플랫폼 최초로 UN이 선정한 '지속가능경영' 기업에 오른 배달의민족 행보가 눈길을 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배달 플랫폼 중 처음으로 '2020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상위그룹에 선정됐다고 전했다. UN SDGBI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협회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2016년부터 발표하는 경영분석 지수다.

당근마켓도 화제다. 당근마켓은 ESG 경영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자원 재사용’과 ‘연결의 가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키며 중고거래 시장을 새롭게 재해석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자원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무려 1억 2,000만건의 이웃간 거래와 나눔이 연결되었으며, 한 해 동안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2,770만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동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버려지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 할인 정보를 지역 주민에게 알려 자원 낭비 해소와 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자 GS리테일과 뜻을 모으기도 했다.

지역 소상공인은 물론, 지자체와 동네 주민을 연결하는 ‘내근처’ 서비스를 통해 일자리, 교육, 부동산, 중고차, 지역 업체 소개 등 지역 생활에 필요한 각종 유용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며, 커뮤니티 소통과 경제 활성화를 돕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날 캠페인, 수재민 구호 활동 등 다양한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따뜻한 지역 사회를 만들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호 존중의 수평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진 당근마켓은 ESG 평가사들이 주목하는 건강한 조직문화 부문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며 안팎으로 ESG가 내재된 경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한편 전경련 조사 결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기업의 ESG 평가에 가장 많이 참조하는 기관으로는 모건스탠리(MSCI)가 40.0%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블룸버그(ESG Data) 15.0%, 톰슨로이터스․서스테널리틱스․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각각 10.0%였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ESG 확산 추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개선과제로 ‘평가기준 일관성 확보 및 투명한 평가체계 수립’(40.0%)을 꼽았고, 그밖에도 ‘ESG 경영 확산을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33.3%) 및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는 한국형 ESG 평가지표 개발’(26.7%)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