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요즘이다. 오늘은 새삼스럽지만, 필자가 조직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처음 조직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리 복잡하거나 거창했던 이유가 아니다. 우수한 직원들이 입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겨난 단 하나의 질문. '왜 직원은 회사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는가?'였다. 왜 작년에는 뛰어났던 친구가 올해에 들어 성과와 태도가 급전직하하는지, 왜 전 회사에서는 우수했던 친구가 이직 후 적응을 못해서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찌보면 특별해보이지 않는 이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로 다가왔다. 더구나 회사가 지속성장을 원한다면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조직문화로의 여행’은 10여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나에게 많은 숙제와 함께 깨달음의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질문 하나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질문의 미학’에 대해서는 필자의 이전 칼럼을 참고하길 바란다)

 

# 링겔만 효과와 조직문화

'링겔만 효과'라는 말이 있다. 집단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갈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으로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 실험을 통해 혼자서 100% 힘을 쓰던 것이, 2명 일때 93%, 3명 일 때는 85%, 그리고 8명 일 때는 겨우 49%의 힘의 크기만이 작용한 것을 확인한다. 이는 혼자서 일할 때보다 집단 속에서 함께 일할 때 노력을 덜 기울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인원이 늘어나면서 함께 나타나는 조직문화적 ​폐단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내밀기 좋은 근거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어쩔 수 없다는 것. 일종의 면죄부와 같다.

허나, 조직관리적 측면에서 같은 조직문화를 공유하는 집합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게 되면, 개선에 있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문화는 개개인의 구체적인 활동으로 구현된다. 매일매일 마주치는 일상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그 조직의 문화수준이다. 즉, 개개인의 행동양식에 어떤 전제가 기저에 깔려있는지,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것을 최우선 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근 십수년간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는 세대간 특징을 이해하는 것도 필수이다. ​

 

# 조직문화 개선활동의 시작점은?

그렇다면, 조직문화 개선활동의 시작점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확고한 비전(구성원이 수립과정에 참여한), 상호신뢰성(연대감과 협력룰, 건설적 peer pressure), 개인의 동기부여(커리어패스, 성장, 일의 의미)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3대 영역이다. 그리고 각 영역을 돕는 물리적, 제도적 환경 구성, 인터널 마케팅(브랜딩) 활동 등이 이어진다. 너무나 광대한 영역이기에 어떤 것부터 건드려야 할 지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을 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Good to Great>의 짐 콜린스는 올바른 사람을 버스에 태우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버스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에 맞는 사람. 조직에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브랜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퇴사자가 써놓은 기업 평판이 채용후보자가 습득하는 회사 평판의 전부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이란?

대내외적으로 기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직원의 몰입을 돕고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활동을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이라고 한다. 고용주 브랜딩이랑 우리회사가 어떤 이미지, 어떤 브랜드로 인지되는지 대한 대내외 활동 전반을 아우르며, 고용주가 직원에게 가치를 제안하는 EVP(Employer Value Proposition)를 포함한다. 즉, 우리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점이 우수하고 어떤 경험을 하게되며 그것이 해당 필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어필하는 것이다.​

 

# 인재영입을 위한 고용주 브랜딩의 중요성​

고용주 브랜딩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글로벌 최대 기업평판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는 기업의 96%가 고용주의 브랜드와 평판이 수익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절반(44%) 미만 만이 이런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고용주 브랜딩을 위한 활동 중 하나로, 자사 직원들을 회사의 브랜드 홍보대사로 만들라고 제안한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든지 직원들은 회사의 브랜드 서포터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직원평가는 구직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므로 외부인재를 영입할 때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채용기업이 제공하는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10명중 6명에 달했고, ​구직자의 74.3%는 채용기업의 전현직자들의 평판을 찾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효과적인 고용주 브랜딩과 함께 구성원이 체감하고 있는 조직문화의 수준이 기업의 매력도를 높이고 인재영입에 있어서도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 효과적인 고용주 브랜딩이란?

경영컨설턴트 Ken Banta 와 Michael Watras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대부분의 고용주 브랜딩의 문제로, 기업 브랜드와 사업의 핵심 동인들과의 연결이 끊긴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즉, 회사에서 누리는 복지포인트, 사내식당 등 복지제도를 어필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올바른 고용주 브랜딩이라 볼 수 없고, 구직자 역시 입사후 가지게 될 비전과 커리어패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된다.

고용주 브랜드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컨텐츠로 'Great Place to Work' 마케팅 전문가 Raven Tolbert는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한다. 당신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직원의 영상 인터뷰, 회사의 문화를 강조하는 블로그 게시물,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용 소셜 미디어 계정, 우수한 업무환경을 증명하는 수상내역 강조, CEO 및 경영진의 미디어 노출 등이 그것이다. 보다시피 모두 사업과 연계된 것이다. 단순 복지 나열은 후보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언정 효과적인 브랜딩이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2021년은 그 어느 때보다 인재영입 전쟁이 치열할 것이다. 비대면, 디지털 사회에 접어들면서 업무의 난이도와 성과수준에 대한 재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단순반복업무가 아닌, 복합적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경향은 날로 심화될 것이다. 이런 흐름속에서, 우리 회사는 어떤 인재를 원하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일하게 되며, 어떻게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이루어 갈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활동을 시작해보길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