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이 큰 대중국 무역 전선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며 단기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 관점의 큰 그림을 그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제조 현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제조 현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경제에 달렸다
현재의 대중 수출 전선의 어려움은 IT 수출 전선이 밀리는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다만 이는 글로벌 IT수요 위축에 의한 단기적 현상인 만큼, 2024년에는 IT경기 회복에 힘입어 관련 품목 수출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 중 스마트폰(6.9%), 가전(5.4%), PC(2.8%) 등 전방 IT기기의 글로벌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되면서 SSD(77.4%), 반도체(18.2%) 매출도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국 수출 전선에 있어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정부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정식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국정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14기 2차회의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류제이 중국 정협 대변인은 "중국 경제는 거대한 잠재력과 충분한 활력을 갖고 있고 경제의 장기적 개선 추세는 공고해질 것이며 전망은 밝다"며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일련의 거시경제와 중요한 경제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IMF 등이 제시한 4%의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며, 경제 사정이 호전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이는 한편 각종 경기 부양책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호언장담'이 현실이 될 경우 자연스럽게 대중국 무역 전선도 활력을 보일 전망이다.

반면 중국의 중속 성장 전환 및 경기선행지표 둔화에 따라 각 및 기업의 심리 위축이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의 자력갱생 강화 및 한국의 중국 원료 의존도 강화 등에 겹쳐지면 예전과 같은 대중국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 대중국 무역 전선의 상황도 답보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공장이 아닌 소비시장...의존도 낮추고 경쟁력 키워야

대중국 수출 전선을 승리로 이끌려면 중국 시장에 대한 냉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제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 아닌,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간재 수출 전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시장에 대한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테무나 알리바바 등 중국 이커머스 공습, 바이두 진출 등 중국의 진격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원신과 같은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한 후 이에 대한 주판알을 명확히 튕겨야 한다. 여기에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수출 다각화 및 수출 전선 전반까지 아우르는 한국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당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신임 회장은 지난 2월 27일 취임식에서 "지난 2022년 기준 중국·미국·베트남 등 3대 수출국의 비중은 47.8%, 5대 수출 품목 비중은 43.5%에 달해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대외 여건의 변화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출 성장을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해 편중된 수출 시장과 수출 품목 구조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행히 관련 로드맵은 이미 추진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월 27일 공개한 '우리나라의 대(對) 아세안5 수출 특징 및 전망'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대중국 무역 적자를 아세안5와의 무역에서 얻은 흑자로 완하고 있다. 지난해 총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중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고 2019년 이후 무역 흑자(작년 기준 236억달러)는 대중 흑자 규모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스크도 많다. 한은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세안5의 글로벌 생산 거점 기능이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해당 지역 내 수입 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아세안5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다소 하락했으며 다른 신흥국보다 우위인 고위 기술 중간재 점유율도 상승세를 멈추고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안심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나아가 미중 패권전쟁의 큰 흐름속에서 국익을 최대한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제정치의 흐름속에서 한국 경제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영악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나친 미국 중심주의 경제정책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정부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깊숙히 개입하며 미중 패권전쟁에서 다소 미국쪽으로 치우친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대중국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최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한국·일본 등 동맹국 반도체 장비 기업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슬기로운 줄타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