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무역 전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2월 기준으로는 반등을 이뤄냈으나 2023년 전체로 볼 때 한중 수교 31년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 한국 수출 전선의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상황이 나빠지며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고착화된 적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대중국 수출 전선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승전'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이럴 때 오히려 곳곳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패전'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월 살아났지만...15개월 연속 적자는 어쩌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2월 대중국 무역 수지는 2억4000만달러(약 320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웃었다. 

산업계에서도 3월 대중국 수출 전선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흑자 기조를 바탕으로 수출 기초체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정부도 자신감이 넘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대중국 무역수지 17개월 만에 흑자전환 등 우리 수출이 보여준 성과는 올해 역대 최대수준인 7000억 달러라는 도전적 수출목표 달성에 대한 청신호"라며 "확실한 반등세를 보이는 수출이 최선두에서 우리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살아난 덕분이다. 실제로 2월 1일부터 25일까지 대중 반도체 수출은 26.7% 증가했으며 전체 반도체 수출은 99억달러로 집계, 전년보다 66.7% 늘어났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2배 넘게 늘어나며 상승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에도 파란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단 적층 D램 제품.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36GB HBM3E 12단 적층 D램 제품. 출처=삼성전자

전투에서 밀리고 있다
대중국 수출 전선에 봄바람이 불고 있으나, 입체적으로 살펴보면 난관이 예상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대중국 수출 전선에서 반도체 외 또 하나의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경고등이 들어왔다. 대중국 수출액이 전년 대비 7.8%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다수의 핵심 품목들은 여전히 수출 전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월 펴낸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 진단과 평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중국 무역수지는 한중 수교 31년만에 최초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무려 15개월 적자를 기록했다. 2월에는 살아난 반도체의 경우도 흑자폭이 92억달러로 떨어졌고 합성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 수는 2023년 142개로 2010년(237개)과 비교해 66.9%나 감소했다.

2023년 기준으로 대중국 무역수지는 무려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긴 호흡으로 볼 때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한국무역협회 갈무리
사진=한국무역협회 갈무리

대표적인 대중국 무역 흑자 품목 10개가 2023년 기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충격적인 발표도 나왔다.

반도체 무역 수지는 162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92억달러 줄었고, 합성수지는 54억달러를 기록해 역시 18억달러 줄었다. 기초유분(40억달러, 1억달러 하락), 석유화학중간원료(40억달러, 4억달러 하락), 석유제품(34억달러, 9억달러 하락), 비누치약 및 화장품(27억달러, 8억달러 하락), 반도체 제조용 장비(27억달러, 2억달러 하락), 반도체 제조용 장비 제품(21억달러, 19억달러 하락), 동광(21억달러, 5억달러 하락), 무선통신기기(15억달러, 6000만달러 하락) 모두 주저앉았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수도 2010년 237개에 달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 2019년 182개를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143개로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정밀화학원료 및 건전지 등 대중국 최대 적자 품목의 무역수지 상황도 더욱 악화되는 중이다.

중국 생산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생산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중국 수출전선을 반도체 등 중간재가 주도하는 가운데, 이들 품목들의 상승 동력이 크게 저하된 것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대중국 교역에서 수출의 83% 이상, 수입의 67% 이상이 중간재에 집중된 가운데 다행히 1차 상품은 흑자 기조가 보이지만 소비재 및 자본재는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당장 대중국 무역수지에서 소비재 및 자본재는 각각 123억달러, 13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이런 가운데 2023년 대중국 무역적자 180억달러는 대세계 무역적자인 102억달러의 약 1.8배에 달한다는 것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사진=한국무역협회

심지어 2023년 주요국 수입비중은 감소했으나 대중국 수입비중은 전년 대비 1.1%p 상승한 22.2%를 기록해 중국 제품의 한국 시장 진입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수출 비중에 있어 중국은 19.7%를 차지해 전년 대비 3.1%p 줄었다. 정리하자면 대중국 의존도가 여전한 가운데(국가별 수출입 비중 1위가 모두 중국)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