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무역수지가 3월을 기점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월 기준 반도체 66.7%의 수출 증가율을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20.2%, 컴퓨터 18.4% 등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품목들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1~2월 비수기임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품목 수출 흐름이 좋고 일시적으로 주춤한 무선통신 품목도 향후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며 "전달 수출 플러스, 2월 대중 흑자 등 수출 모멘텀이 확실히 살아나는 흐름이라 3월에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고무적 수치들이 한중 수교 후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까지 감출 수 없다. 다양한 수치들을 볼 때 아직 대중국 수출전선에는 불확실성의 안개가 짙게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수출 품목들을 중심으로 잦은 패전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문제다.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하이 양산항 정경. 사진=연합뉴스
상하이 양산항 정경. 사진=연합뉴스

약해진 중국 경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월 펴낸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 진단과 평가'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소비와 산업생산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투자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제조업 PMI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다.

2021년 50.5였으나 2022년 49.1, 2023년 4분기는 49.3에 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2월 제조업 PMI는 49.1로 집계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도 주춤하는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외부의 투자가 적어진 상태에서 중국의 봉쇄령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전인대는 지난 2월 27일 국가기밀보호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국가기밀과 관련된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인 상태에서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폐쇄성을 더욱 극대화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IMF는 2024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p에서 4.3%p로 하향한 상태다.

중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자연스럽게 최대 교역국인 한국 수출전선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수입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3년 중국의 대세계 수입은 전년 대비 5.6%나 감소했으며 이는 2015년 18.4% 감소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중심 국가로부터의 수입 감소세가 선명해지는 중이다.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이 17.2%의 수입이 줄었고 일본도 14.3%를 기록했다. 한국은 무려 20.3%다.

중국 수입이 감소하며 그 여파를 반도체와 같은 중간재가 뒤집어 쓴 것도 문제다. 중간재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진 것도 있지만, 미중 패권전쟁의 여파로 반도체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특수한 상황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가 감소하고 탈중국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외투 기업에 납품하던 대중 수출이 감소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미국 PIIE에 따르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1년 순유입 기준 2800억달러에서 2023년 150억달러로 극단적인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내 한국 기업의 철수도 확대, 투자기업의 원부자재 대한국 매입 비중도 하락했다. 이 역시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국제정치의 흐름과 더불어 생산기지로서의 중국 매력도가 크게 반감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ICT 경기 악화도 대중국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줬다.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대세계 ICT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고 이는 전 품목 수입 감소폭(-6.1%)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덕분에 ICT 중간재인 반도체, 컴퓨터,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가전 등 5대 품목에서 대중국 수출감소액은 전체 수출감소액의 64%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부산항 정경.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정경.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반격
대중국 무역수지가 타격을 받은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의 반격에 있다. 핵심소재 부문이 눈길을 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이 치솟을수록 그 핵심소재를 중국에서 더 많이 수입해야 했고, 그 결과 전체 대중국 무역수지가 타격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는 중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2차전지 핵심소재의 수입이 증가, 대중국 무역적자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전년 대비 53.2% 증가한 49.3억달러를 기록해 총 48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중국 수입의존도는 2022년 87.8%에서 2023년 79.6%로 소폭 줄었으나 수입 대상국 중 여전히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역시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수산화물 수입도 전년 대비 31.1% 증가한 28.1억 달러로, 이 역시 무역수지는 28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수입 자체도 크게 늘어나며 대중국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주는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배터리는 81억달러로 전년대비 50.7% 증가했으나 수출은 3억달러에 그쳤다.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3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63억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80.7%나 증가하며 전년 대비 무려 2배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96.7%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이다.

전기차 수입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는 12억달러로 전년대비 106.8%나 증가한 가운데 전기차 수입액은 5.9억 달러로 전년대비 255.6% 폭증했다.

중국의 자동차 굴기는 이미 정평이 났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 "2013년 중국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7.9% 증가한 491만대를 기록해 세계 1위가 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집계에 타국 데이터는 담기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일본이 430만대로 2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는 1월 18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개최한 신년 세미나를 통해 "중국 자동차의 해외 수출은 2020년 기준 약  60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려 317만대로 급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전기차 등 소위 신에너지차 수출도 폭증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는 120만3000대가 수출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77.6% 증가한 수치다. 사상 최초로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이 100만대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그 연장선에서 대중국 자동차 수출전선에도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신에너지차 생산은 958만7000대로 집계되어 전년 동기대비 35.8% 증가했으며 판매는 949만5000대를 기록, 37.9% 증가했다.

한편 미중 패권전쟁 등으로 대외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중국의 경제 자급률이 탄력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양회(전국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내수시장 확대를 선언한 바 있다. 각국의 폐쇄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거진 글로벌 스플라이 체인 훼손으로 수출시장보다 내수시장 확대를 전략적인 목표로 삼으며 '내부 대순환 우선, 국제 순환 병행'을 향후 발전의 주축으로 삼았다. 쌍순환 전략, 즉 '자력갱생'이다.

부침은 있었으나 이 전략은 어느정도 안착됐다. 소비‧투자 확대,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수입수요 둔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학공업제품, 철강금속, 자동차에서 중국의 수출자립도가 크게 상승하며 이 품목에서 대중국 수출을 주도하던 한국의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산업자원통상부가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3차 민관합동 수출확대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자원통상부가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3차 민관합동 수출확대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약해진 한국 수출 전선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한국 그 자체에 있다. 비록 한국 수출 전선이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리스크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무역 수지가 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은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 전선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 상위 20대 품목 중 13개에서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기초체력 자체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반도체장비, 석유제품, 컴퓨터 등 3개 품목의 경우 중국의 대세계 수입이 증가한 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시장 점유율은 모두 하락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2023년 11월까지 중국의 대한국 수입이 377억 달러 감소해 대만 다음으로 컸으며 이 중 31.9%인 120억 달러가 경쟁력(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 요인으로 중국의 수입 비중이 하락한 품목에 대한 수출(상품 구성요인)이 37.9%, 중국의 전반적 수입수요 감소(수요요인)가 30.1%를 차지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가격경쟁력 약화 및 생산성 정체, 나아가 신성장 동력 부재에 따른 산업기반 저하로 한국의 수출전선에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 양상을 보이며 더 큰 후폭풍이 터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신성장 사업의 상승 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당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23년 5월 발표한 ‘5대 신성장 산업의 수출경쟁력 및 경제 기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신산업의 세계 교역 규모는 2016년 1조6000억 달러에 그쳤으나 2021년 3조2000억 달러로 1.8배 증가했다. 그리고 한국의 5대 신성장 산업 수출 비중(26.3%)은 독일(15.2%), 미국(13.8%) 등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차세대 반도체에 특화되어 있어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출이 탄력을 받으며 2월 대중국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 앞으로의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 낙관하기도 한다. 특히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중국에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대중국 미래과학기술 '전선' 상황도 녹록치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57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발표한 ‘2022년도 기술수준 평가 결과안’에 따르면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생명·보건의료 등 11대 분야의 136개 기술 영역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선두인 미국을 100%로 기준으로 삼을 때 81.5%로 평가받았으나 중국은 82.6%를 기록했다. 136개 핵심 기술 중 미래 먹거리를 좌우하는 ‘국가전략기술’ 50개 기준으로는 중국이 86.5%로 81.7%의 한국을 압도했다. 이차전지 등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강세였으나, 그 외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중국의 약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가경쟁력으로 평가받는 핵심기술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를 잡히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수출이 5개월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지만 이 역시 자세히 따져보면 약점 투성이다. 반도체 훈풍으로 좋은 성과를 냈으나 그 외 품목은 크게 주저 앉았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와 철강, 석유제품, 석유화학, 무선통신, 이차전지 등 다른 주요 품목의 수출은 감소한 경우가 많았다. 이 역시 한국 수출 전선 전반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