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PT에서 발언하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 사진=BIE 생중게 캡처
최종 PT에서 발언하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 사진=BIE 생중게 캡처

2030 엑스포 유치를 위한 후보국들의 마지막 결전,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됐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의 흔들리는 ‘표심’을 잡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출격시킨 최종 PT 연사들은 부산만의 ‘스토리’를 강조하며 효과적인 마지막 홍보 활동을 펼쳤다.

한국, 이탈리아, 사우디 순으로 국가당 20분씩 이어진 최종 PT는 내용과 연사가 당일까지 극비로 취급되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한국의 연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 박형준 부산시장이 등장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 ‘부기’, 엑스포 프렌즈와 함께 연단에 서서 ‘아름답고 자유로운 글로벌 축제의 도시’를 주제로 부산의 장점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슬로건 ‘BUSAN IS READY’를 강조하며 “부기는 여러분과 함께 자요롭게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사람, 자연, 문화,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부산으로 오라”고 말했다.

뒤이어 연단에 선 나승연 홍보대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솔루션 플랫폼’으로서의 부산 엑스포 비전을 소개했다. 나 홍보대사는 지난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으로 PT를 펼치며 국제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물이다.

나승연 대사는 “대한민국은 첫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며 더 밝은 미래, 더 푸른 지구, 더 강한 공동체를 위한 꿈을 설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에 초점을 맞춘 엑스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연사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솔루션 플랫폼 ‘웨이브’를 소개하며 인류 문제 해결에 대한 기업의 기여를 약속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 디지털 격차, 식량 부족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국가, 지역이 마주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솔루션 플랫폼 ‘더 웨이브 닷넷’을 소개했다.

더 웨이브 닷넷은 전력망 문제를 겪는 나라를 위해 독립형 태양광 에너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물 부족을 겪는 나라에는 담수화 기술을 제공한다. 디지털 격차가 큰 나라엔 혁신 센터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으로 답을 제시한다. 통신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청정에너지 기반 차세대 네트워크로 판도를 바꾸길 꾀한다.

최 회장은 “여러분의 유일한 선택, 최고의 선택은 바로 부산”이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민관 ‘원팀 코리아’의 사령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네 번째 연사로 나서서 ‘부산 이니셔티브’, ODA(공적개발원조) 예산 확대, 개발도상국 예산 지원 등을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부산이니셔티브라는 글로벌 협력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례들을 소개했다. 그 사례로 대한민국은 현재 아프리카 10개국과 K-Rice Belt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다. 식량 부족 국가에게는 식량난 해결을 위해 고수확 쌀 품종 보급 등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태평양 섬나라들을 대상으로 해양 기술 전문가 양성을 돕기도 한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은 이미 실천을 시작했으며,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ODA 예산에도 대한민국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미 내년 ODA 예산을 43% 늘린 것을 예로 들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5억2천만달러 규모의 지원도 약속했다. 한 총리는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이제는 그 도움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총리의 발표가 끝난 후 중간 영상이 재생됐다. 6.25 전쟁 영국 참전용사 콜린 태커리 옹과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의 손녀 라헬 솔로몬씨가 영상에 등장해 한국전쟁 당시 열악한 대한민국과 지금의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특히 콜린 태커리 옹은  19살에 포병으로 참전해 4명의 전우를 UN군 기념 공원에 안장한 채 고국한 영웅이다.

영상은 전후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국제 교역 중심지로 발전한 부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들을 깜짝 등장시켜 부산 유치에 담긴 뜻깊은 ‘스토리’를 강조했다. 더불어 ‘연대의 엑스포’를 표방하는 부산 엑스포의 가치관에 따라 6.25 전쟁 당시 연대해준 국가들과 다시금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다섯 번째 연사 반기문 전 총장은 UN 사무총장의 경험과 연결지어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유엔이 추진해온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부산 엑스포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그리고 기술의 시너지를 위한 혁신과 노력”이라며 “한국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 격차를 잇는 미래 세대를 위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승연 홍보대사가 다시 연단에 올라 글로벌 FTA를 통해 세계적 도시로 거듭난 부산의 모습을 한 번 더 강조했다. 특히 첨단 산업 분야에 있어 부산에 입주한 한국 유수의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중점으로 홍보했다.

나 대사는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끈기와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부산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이라며 부산에서 ‘당신을 위한 엑스포’, ‘연대의 엑스포’를 전해줄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

나승연 홍보대사가 최종 PT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BIE 생중계 캡처
나승연 홍보대사가 최종 PT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BIE 생중계 캡처

연사들의 발표가 끝난 후 싸이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BTS, 조수미 등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ONLY 1, NO.1’을 강조하며 1번에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한국은 유력 경쟁국인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차별화되도록 인류 공동 가치와 중장기적 협력 기회를 내세웠다. 휴머니즘을 강조한 발표 스토리와, 한덕수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사무총장 등 무게감 있는 연사를 배치해 PT의 균형감을 잘 살렸다는 평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한국시간 00시 이후에 있을 1차 투표에서 로마를 꺾은 후 2차 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투표가 철저한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최종 PT의 중요성과 파급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최종 PT가 아직 표의 향방을 정하지 못한 ‘중립국’의 표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