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교섭 오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교섭 오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표라도 더 따오기 위해 사활을 걸었습니다”

2030 엑스포 최종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일이 밝았다. 최종 투표가 있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는 대한민국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원팀 코리아’가 투표 하루 전날까지 유치 교섭에 사력을 기울였다.

특히 재계 ‘회장님’들이 유치에 누구보다 열의를 보이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측면 지원에 힘썼다고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은 유치 활동 기간동안 3000명 이상의 유력 인사를 만나 부산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기업 12개 그룹은 지난해 6월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후 18개월 동안 175개국 3000여명의 정상·장관 등 고위급 인사를 만나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민관 유치위원회가 유치 활동을 위해 지난 17개월간 이동한 거리는 총 1989만1579km로, 지구 495바퀴에 달한다.

엑스포 유치 일정 중 이코노미석에 탑승한 최태원 회장.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엑스포 유치 일정 중 이코노미석에 탑승한 최태원 회장.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랩 캡처

그중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의 강행군이 눈에 띈다. 최 회장은 11월 초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들이 몰려있는 중남미, 유럽의 7개국을 방문하는 장거리 비행에 나섰다. 비행거리만 2만2천 km로 지구 반바퀴에 이르는 강행군이다. 표심을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 국가들을 파악해 한국 표로 가져오기 위함이다. 해당 국가 정부에서 한국의 전략을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며 직접 방문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다리를 다쳤을 때도 목발 투혼을 펼치고, 촉박한 일정에 이코노미석을 탑승하고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23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이 온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승부를 점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며 “매일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 국가총리와 내각들을 만나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오전에는 BIE 총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리허설 일정을 마치고 나오며 “오늘도 ‘전투’가 계속 벌어진다. 전투하러 가겠다”며 마지막까지 유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이 전면에 나서자, 다른 기업들도 물심양면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왔다.

삼성전자는 파리를 거점으로 홍보에 적극 동참했다. 프랑스 입국 길목과 관광 명소 등에서 유치전을 이어왔다. 프랑스 국립 오페라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형 옥외광고에 갤럭시Z 플립5 이미지와 부산 엑스포 로고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영국 피커딜리 광장, 스페인 카야오 광장 등 유럽 각지 광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부산을 알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7일 파리에서의 유치전을 마치고 귀국하며 “다들 열심히 하시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간 글로벌 인맥을 총동원해 부산을 홍보해왔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순방 동행차 영국으로 출국해 주요 관계자를 대상으로 부산 지지를 당부하고, 파리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 주최 BIE 대표 교섭 오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며 재차 부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오는 29일까지 국제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한 ‘LG 래핑 버스’를 운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오는 29일까지 국제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리는 파리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한 ‘LG 래핑 버스’를 운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LG전자

LG전자와 LG에너지 솔루션은 파리 현지에 부산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는 래핑버스를 대거 출동시켰다. LG가 파리에서 운영하는 래핑 버스는 총 ‘2030대’로, 파리 시내 전체 버스의 3분의 1에 달한다. 버스 옆면엔 부산 홍보 이미지와 “LG는 부산의 2030 엑스포 개최를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버스는 투표 당일인 28일엔 BIE 총회장을 중심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구광모 LG회장 역시 프랑스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하는 등 막판까지 유치전에 힘을 실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4일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4일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역시 자동차를 활용한 홍보를 이어왔다. 현대차 아이오닉6와 기아 EV6 등 아트카 10대를 파리에 투입해 루브르 등 파리 주요 명소와 BIE 본부, 각국 대사관 인근을 순회시켰다. 투표 당일에는 역시 BIE 총회장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운행한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송호성 기아 사장 등 주요 임직원들도 파리에 모였다. 정 회장은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면담을 가졌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런던, 파리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며 현대차 그룹이 진출한 국가의 표심 획득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BIE 총회가 끝날 때까지 파리에 머물며 유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파리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며 부산의 매력을 해외에 알렸다. 지난 6월에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 회장 자격으로 주한 대사 30여 명을 초청해 부산 엑스포 부지와 엑스포 홍보관을 방문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9월에는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 고위층들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대내 홍보도 활발하다.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 외벽 미디어파사드에 부산 엑스포 막판 유치전 지원을 위한 'BUSAN IS NO.1(부산 이즈 넘버 원)' 메시지를 띄우는 한편, 세븐일레븐 전국 매장에 부산 엑스포 홍보 전단을 부착하고, 유치 성공 시 이벤트까지 기획해 준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4일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4일 프랑스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각 재계 인사들의 적극적 유치 활동이 이어져온 가운데, 최종 개최지로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차 투표에선 사우디 리야드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원팀 코리아는 2차 한판 뒤집기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180여 BIE 회원국 중 특정국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중립국은 17개국에 달한다. 투표 하루 전까지 재계를 비롯한 원팀 코리아가 꾸준히 중립국 공략에 힘써온 결과가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2030 엑스포 최종 발표 생중계는 BIE 홈페이지나 부산광역시 공식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