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트리밍 플랫폼 누누티비가 23일 공지를 통해 국내 OTT 콘텐츠를 일괄삭제할 것이라 밝혔다. 

업계에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불법 스트리밍으로 콘텐츠 IP를 탈취한 후 이용자들을 끌어모아 불법 도박 배너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상태에서 콘텐츠 삭제 범위도 국내 OTT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영상저작권 보호협의체 관계자는 "누누티비는 지금까지 불법 콘텐츠 공유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국내 OTT 콘텐츠만 삭제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해외 OTT 및 방송사, 제작사들은 지금도 피해를 받고 있어 이번 공지로 뭔가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방송사(KBS·MBC·CJ ENM·JTBC)를 비롯해 영화 제작·배급사로 구성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방송·영화 제작사 SLL(옛 JTBC스튜디오), OTT 플랫폼 콘텐츠 웨이브·티빙,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는 영상저작권 보호협의체를 결성해 지난 9일 누누티비를 형사고발한 바 있다.

누누티비를 통해 서비스되는 콘텐츠. 사진=갈무리
누누티비를 통해 서비스되는 콘텐츠. 사진=갈무리

누누티비는 어떻게 컸나
누누티비는 불법 스트리밍으로 몸집을 불렸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및 티빙, 일반 방송사 및 제작사 등의 영상을 불법 스트리밍 방식으로 끌어와 트래픽을 모았다.

스트리밍 방식 자체는 쉽다. 특히 미디어 스트리밍은 1995년 리얼네트워크가 리얼오디오를 통해 처음 공개한 후 클라이언트 브라우저나 플러그인이 데이터를 받아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 됐다. 데이터를 다운받아 서비스하는 방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라 서버 부담도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누누티비는 저작권 협의가 되지않은 콘텐츠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는 대표적인 '콘텐츠 도둑'으로 성장했다.

기술은 날로 발전했다. 공개된 콘텐츠라면 손쉽게 스트리밍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고, 그 결과 디즈니플러스 등 콘텐츠 관리가 엄격한 곳의 미디어도 충분히 고화질로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됐다. 누누티비 외에도 한때 **비누, **나기**, *티지티* 등이 성행한 배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유튜버들이 무단 콘텐츠 사용 등으로 고발당하는 중이다.

다만 누누티비는 특이한 접근방식을 취하기는 했다. 먼저 불법 스트리밍 플랫폼이면서 지나치게 친절했다. 이용자가 궁금증에 대해 문의하면 신속하고 친절하게 답하는 등 여타 불법 스트리밍 플랫폼과는 운영 노하우에서 온도차이를 보였다. 

이번 국내 OTT 콘텐츠 일괄 삭제 발표도 정식 공지 형식이었다. 불법을 자행하면서 지나치게 시스템적이다.

수익을 올리는 방식도 다른 불법 스트리밍 플랫폼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콘텐츠에 과다한 광고 등을 넣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최대한 줄이고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주로 도박광고 배너 노출로 수익을 올렸으리라 추정된다. 다만 그 도박광고도 당연히 불법이다.

한국 이용자들만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누누티비는 VPN 방식으로는 접근이 안된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배치했지만 순수 이용자는 한국인만 대상으로 삼았다.

왜 못 잡았나

누누티비를 단속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사 당국에 의해 자주 사이트가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만 누누티비의 대응이 빨랐다. 사이트가 폐쇄되면 구글 등 포털 사이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SNS 등으로 빠르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한국 수사 당국 입장에서는 직접 수사도 어렵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가 있기 때문에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누누티비는 불법이다. 그러나 현지 경잘 수사력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쉽지 않다.

ISP를 통해 누누티비의 접근을 막아도 DNS를 통해 우회경로를 찾아내기도 한다. 해외 불법사이트가 CDN 서비스를 이용하면 원본 서버는 해외에 존재하지만, 국내 이용자들이 접속할 때는 국내에 설치된 캐시 서버로 연결되는 구조 탓에 접속 차단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문제는 해결될 소지가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접속 차단 의무를 콘텐츠전송네트워크 사업자에게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