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 공공의 적인 영상물 불법 제공 사이트 누누티비가 백기를 들었다. 23일 공지를 통해 국내 OTT 콘텐츠 일괄삭제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업계는 "지금까지 불법 콘텐츠 공유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더니 이제 와 국내 OTT 콘텐츠만 삭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도둑, 누누티비

누누티비는 지금까지 도미니카 공화국에 서버를 두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 및 영화를 불법적으로 스트리밍했다. 주요 방송사와 제작사, OTT 플랫폼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가 서비스했다는 뜻이다.

누누티비는 이렇게 모은 이용자들에게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노출시켜 그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지난달 3일 기준 누누티비의 총 동영상 조회수가 15억회를 넘기며 정상적인 콘텐츠 플랫폼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칼을 빼들었다. 방송사(KBS·MBC·CJ ENM·JTBC)를 비롯해 영화 제작·배급사로 구성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와 방송·영화 제작사 SLL(옛 JTBC스튜디오), OTT 플랫폼 콘텐츠 웨이브·티빙,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는 영상저작권 보호협의체를 출범시킨 후 지난 9일 누누티비를 형사고발했다.

안상필 MBC 법무팀 차장은 "누누티비로 인한 국내 영상 업계의 피해 규모는 조회수와 VOD를 고려해 단순 계산했을 때 4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콘텐츠 부가판권과 해외 수출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누티비의 공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누누티비의 공지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누누티비의 반쪽자리 백기...끝?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누누티비는 백기를 들었다. 누누티비는 공지를 통해 "최근 누누티비에 대해 이슈화 되고 있는 국내 OTT 및 오리지널 시리즈 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 할 예정"이라며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티빙, KT시즌, 그 외 기타 국내 오리지널 모든 시리즈가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누누티비는 이어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 하며 앞으로 자료요청 또한 국내 OTT 관련된 모든 자료는 처리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현재 국내 OTT 와 관련된 모든 일괄 삭제 시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금주 내로 모든 자료를 삭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누티비는 마지막으로 "국내 OTT 에 대한 저작권 보호 또한 강화 할 에정이며 필터링 또한 적용할 예정"이라며 "필터링 적용을 희망 하는 자료가 있는 경우 국내 OTT 관계자분께선 고객센터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협조 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누누티비의 방침을 두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 OTT 콘텐츠만 삭제한다는 방침에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날 선 반응도 나온다.

누누티비 공지의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 하며'이라는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누누티비의 불법 콘텐츠 공유로 국내 OTT가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변 채널의 누누티비 누적 방문자가 3000만명을 돌파했으며 국내 OTT 업계 1위인 티빙의 1400만명, 2위 웨이브의 1000만명을 압도하는 수치라는 점이 알려진 바 있다. 넷플릭스 및 디즈니플러스 등 외국 OTT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국내 OTT 입장에서 누누티비의 존재가 특히 위협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누누티비의 존재는 국내 OTT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콘텐츠 업계의 문제다. 누누티비로 인해 국내 OTT의 타격이 크지만 피해를 입는 것은 외국 OTT 및 방송사와 제작사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기초체력이 약해진 국내 OTT가 상대적으로 누누티비의 타격을 크게 받을 뿐, 외국 OTT나 방송사 및 제작사도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누티비는 '국내 OTT 시장을 위해 국내 OTT 콘텐츠 불법 공유만 멈추겠다'는 메시지만 냈다. 업계 일각에서 "갈라치기 하는 것이냐"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누누티비가 국내 OTT를 시작으로 모든 콘텐츠의 불법 공유를 순차적으로 멈출 가능성도 있다. 다만 콘텐츠 업계에서는 누누티비가 어떤 정책을 취하든 끝까지 문제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협의체 관계자는 "누누티비는 지금까지 불법 콘텐츠 공유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국내 OTT 콘텐츠만 삭제한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협의체 차원의 고소가 취하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계속 벌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누누티비가 무슨 내막으로 국내 OTT 콘텐츠만 삭제한다고 발표했는지 모른다"면서도 "해외 OTT 및 방송사, 제작사들은 지금도 피해를 받고 있어 이번 공지로 뭔가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