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꺼지자 인터넷의 존립이 위협을 받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은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오프라인의 힘은 강력했기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몰락하기 시작한 닷컴의 존재감은 인터넷의 기본 원칙에 대한 근본 회의감을 끌어냈다.

끔찍한 닷컴버블의 공포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도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연결의 가치를 믿고 모바일 시대를 열었으며, 안드로이드와 iOS로 대표되는 생태계 전략은 새로운 시대의 법칙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을 일관된 사용자 경험으로 풀어내는 전략은 살아남았고, 성공했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모바일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ICT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중심에 두고 초연결 생태계를 조성해 탈모바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CT산업의 과도기에 누군가는 성공하고 또 누군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올해, 글로벌 ICT 업계에 불어닥칠 ‘다섯 개’의 파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기본설계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람과 스마트폰을 연결하고 TV와 냉장고, 일상 가전용품과 자동차까지 관통한다. 연결에 연결을 더해 초연결의 시대로 나아간다. 

연결의 복합적 연쇄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려면 무엇보다 센싱기술(감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결과 연결의 끝에 있는 ‘반응’을 적절하게 잡아낼 수 있는 민감한 촉감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데이터다. 초연결은 자동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수작업이 아니라 자동화한 인프라로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을 읽고 의미 있는 통찰력을 찾아내야 한다. 방대한 빅데이터가 우선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확보하면 저장해야 한다. 기존 저장 장치에는 데이터 저장량에 한계가 있어 365일 24시간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고안된 것이 클라우드다.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센싱기술로 제어할 수 있고 플랫폼에서 유기적인 자동화 인프라가 가능해지면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두뇌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다. 무술년(戊戌年) ICT 업계의 논의의 출발점이다. 

 

(1)데이터와 연결, 클라우드의 집합체 인공지능

최근 용퇴를 선언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지난 2015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알파벳의 자회사 글은 검색엔진으로 출발해 여전히 광고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구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말로 읽히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의 발언은 인터넷이 무(無)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생활밀착형 플랫폼 서비스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유기적인 신호를 주고받는 생활 속 서비스로 변신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발언은 사물인터넷 개념의 기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ICT 기업은 연결의 패러다임을 완성하고 데이터를 확보해 자동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IBM 등 중요 ICT 업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다. 이들은 사물인터넷 기기들을 제조하거나 팔아 빅데이터를 수집해 정제된 정량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이를 저장하고 자기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즉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이 분야의 최강자는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추격하고 있다. 이들 세 기업은 세계 각지에 리전(Region)을 설립하며 보물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건설하는 중이다.

구글은 시스코와 연합해 클라우드와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더하면서 아마존의 AWS에 대응하기 위해 월마트 등과 반(反) AWS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ICT 업계의 전투는 클라우드에서 시작해 조금씩 전선을 넓혀 인공지능에서 격전을 펼칠 공산이 크다.

최근 2년간 인공지능 연구에서 특히 눈부시게 발전한 분야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관계형 추론과 예측 기반 행동 영역이다. 강화학습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은 지난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문제해결 방법을 인공지능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주요 기업들은 ‘인간처럼 계산(Computing like Human)’하는 지능을 넘어 ‘인간처럼 생각(Thinking like Human)’하는 지능도 개발하고 있다.

▲ 딥러닝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IBM이다. 딥블루에서 시작한 기계 인공지능 기술력을 중심으로 왓슨 인프라를 구축했다. 국내에선 SK C&C와 협력해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등 의료사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글도 칼을 갈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인공지능 연구소 등을 설립하는 등 세계 각지에 거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다양한 기기에 탑재하는 한편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도 출시했다. 아마존도 에코의 알렉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의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92%에 이른다.

MS도 모바일 퍼스트에서 인공지능 퍼스트로 돌아섰으며, 애플은 시리 고도화를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을 공개했다.

이들 업체들은 세 가지 측면에서 합종연횡과 각개전투를 동시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따른 플랫폼 전략, 클라우드까지 포함한 자체 인공지능 기술력 고도화, 진영 나누기가 그것이다.

우선 인공지능 스피커 즉 단말기 중심의 생태계 전략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을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삼고 스피커를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삼지만 하드웨어 플랫폼이 꼭 스피커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는 이유다.

단기로는 스피커가 대세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 분야에서 압도하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11월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아마존은 선발주자의 입지를 다지며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IRP(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아마존은 누적 2000만대의 에코를 판매했다. 원형의 2.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에코 스팟(Echo Spot)과 7인치 디스플레이로 무장한 에코 쇼(Echo Show), 내장 카메라를 탑재한 패션용도의 에코 룩(Echo Look) 등 파생 플랫폼을 대거 공개하고 값도 내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190만대의 구글홈을 팔았다. 점유율은 에코가 66.9%, 구글홈은 25.3%다. 구글은 에코의 아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시스코와의 협력 등으로 클라우드 경쟁력을 키우면서 기본 ICT 인프라로 일발 역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누구’를 통해 T맵 내비게이션 인프라와 결합해 빅데이터 확보에 나섰고, KT는 기가지니를 스피커의 형태를 넘어 IPTV와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ICT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각각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를 출시하면서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클로바와 손을 잡았고 삼성전자는 카카오 I의 기술력을 받아들였다. 올해 많은 ICT 기업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중심으로 생태계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ICT 업계는 클라우드를 포함해 로봇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패키지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자체 인공지능 기술력 고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개발자 회의에서 더욱 똑똑해진 시리를 공개했으며,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 인프라에 시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모든 가전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한다고 발표한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진영 나누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가장 선명한 대립구도는 구글과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MS와 연합해 알렉사와 코타나의 연동을 강화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부터 구매 엔드단으로 이어지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구글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진격에 우려를 보이고 있는 월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 공룡과 손을 잡았다. 커넥트 프로젝트 등으로 아마존의 공급에 대응한 월마트 동맹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를 자기네 오프라인 매장에 비치하는 방식으로 아마존의 파상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AWS와 아마존 인공지능 VS 구글 클라우드와 구글 인공지능, 기존 오프라인 유통 거인’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클라우드부터 빅데이터 수집, 인공지능에 이르는 기다란 전선이다.

여기에 중국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중심으로 새로운 인공지능 블록이 시장의 중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요약하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구글과 기존 유통공룡, 여기에 아마존과 AWS의 시너지가 MS와 만나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궁극으로는 스마트홈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의 최초 인터페이스가 음성, 즉 보이스로 규정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가 발행한 보고서에서 문형철 이화여대 교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술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확보하려면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면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해 사실상 무료로 스피커를 제공, 일종의 낮은 진입장벽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부담 없이 다가가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그 끝에는 스마트홈 전략이 있다. 문 교수는 “프린터 비즈니스와 비슷하다”며 “프린터 회사들이 소모품을 팔기 위해 기기 자체는 저가에 공급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확보와 클라우드,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경쟁은 모두 보이스 패러다임을 중심에 두고 인공지능 스피커로 귀결된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스마트홈을 넘어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의 영역으로 빠르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이후의 플랫폼을 찾으려는 노력이 많아질수록 차세대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디스플레이 시장 활성화 등 전자업계의 나비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보이스와 인공지능, 하드웨어가 모두 플랫폼이 되어 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사업 가능성을 엿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인공지능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인공지능 기술력 자체의 고도화에만 집중한다면 감성의 영역도 중요하다. 일본 소니의 아이보(Aibo)처럼 감성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의 연결고리가 탄생할 수 있다. 국내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인공지능의 감성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상호작용과 이해, 교감 등 세 가지의 가치를 원한다. 산업의 자동화를 넘어 감성의 교류 대상으로 인공지능을 원하는 수요도 크다.

인공지능 기술력 자체가 아직 뚜렷한 ‘특이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나 터미네이터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단기간에 지배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부터 지침을 만들어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올해 전망은?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의 핵심이자, 다양한 ICT 기술의 중심

2)모빌리티, 온오프라인의 블랙홀

모빌리티(Mobility)는 온라인 시대의 모바일 개척이 이뤄지면서 데이터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스마트폰이 주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이동하는 모든 것’을 플랫폼으로 규정한 게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다양한 차세대 플랫폼을 전제로 한다.

모빌리티의 핵심 플레이어는 우버다. 모바일, 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모빌리티의 주요 사업자이자 최초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이 우버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 우버.출처=플리커

그럼에도 현재 우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구글과 결별했다. 2009년 우버랩이 출범하고 2011년 현재의 우버가 탄생한 후 구글은 2013년 구글 벤처스를 통해 우버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은 한때 우버의 이사진으로 활동하는 등 양측은 돈독한 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구글이 2013년 인수한 웨이즈를 바탕으로 2015년 7월 카풀 서비스를 발표하자 우버와 관계에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구글이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우버가 진출하고 있는 자동차 공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우버에게는 배신행위나 다름 없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통해 도로 인프라를 정비하면 우버가 이를 온디맨드 관점에서 묶는 방식이 유력했기에 두 회사의 갈등은 업계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로는 난타전이었다. 구글맵을 사용하는 우버는 당장 독자 지도 서비스 개발에 돌입했고 구글은 보란 듯이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갈등의 골은 기어이 인력과 기밀유출 논란으로 폭발했다. 전 오토 대표 앤서니 레반다우스키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레반다우스키는 알파벳 자율주행 파트에서 일하다 퇴사한 이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를 창립했다가 우버의 품으로 들어온 사람이다. 그는 알파벳에서 근무한 당시 9.7GB에 이르는 기밀자료를 유출한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는 알파벳 웨이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회로 기판 디자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또 창업주인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가 성추문과 사생활추문 등으로 물러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3월 직원의 인종 성별 등을 분석한 첫 ‘다양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소수 인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3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킹을 당해 방대한 개인정보를 탈취당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10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우버가 데이터베이스 해킹을 당해 5700만명 회원의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11월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출된 데이터에는 회원의 이름과 메일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 60만명의 운전면허증 번호도 유출됐다.

소프트뱅크의 반격에도 시달리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최근까지 올라택시, 그랩택시 등에 투자를 단행하고 우버 차이나를 밀어낸 중국의 디디추싱에도 손을 뻗쳤다. 사실상 반(反) 우버 전선을 이끌며 우버를 포위하고 있다. 우버에 100억달러를 투자하는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최근 우버 해킹 파문을 거론하며 지분 매입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30% 깎으면서 우버 공략전을 벌이고 있다.

우버의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선 구글의 웨이모가 우버의 미국 경쟁자인 리프트에 손을 내미는 것도 우버에겐 골칫거리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우버의 라이벌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고 <더버지> 등이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투자로 리프트의 기업가치는 115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는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별다른 악재가 없다.

구글 웨이모는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11월 안전요원 없는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운행에 성공해 관심을 모았다. 안전요원 없는 완전 주행 사례는 최초다. <블룸버그>는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시 공공도로에서 안전요원 없이 완전 자율주행에 성공했다”면서 “웨이모가 공개한 자율주행 영상에 따르면 운전석을 비운 채로 일반도로를 주행한다”고 보도했다.

▲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기술 완전 자율주행 수준에 이르렀다.출처=웨이모

존 크라프칙(John Krafcik) 웨이모 자율주행차사업보 최고경영자(CEO)는 “웨이모가 8년간의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한 끝에 피닉스에서 완전 자율 운행을 성공했다”면서 “이번 사례는 일회성 시범 운행이 아니라 웨이모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등 4개 사업부를 묶어 리브랜딩한 카카오 T를 론칭했으며,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의 핵심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도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 내비게이션 T맵을 연동했으며 네이버는 3D 맵핑 기술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모빌리티의 분야는 차량호출을 넘어 카셰어링, 카풀, 자율주행차 등 광범위한 사업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를 함께 타고, 카풀을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자율주행차의 비전에 담아 스마트 시티 등 대단위 플랫폼 전략으로 풀어낸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그 중심에서 유기적인 초연결 생태계를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플랫폼 확보를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올해에는 다양한 사업자들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와 소프트웨어의 ICT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새로운 판을 벌일 전망이다. 당연히 드론과 같은 무인이동체에 대한 로드맵도 기대된다.

모빌리티 업계의 성공은 ‘규제 개혁’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카풀앱 불법 논란에서 확인됐지만, 모빌리티는 이동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복잡한 규제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모빌리티의 올해 전망은? 데이터의 보물창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3)콘텐츠와 플랫폼의 복잡한 방정식

올해엔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도 중요성을 더할 전망이다. 애플은 iOS라는 생태계를 통해 애플제국을 건설했으며 구글도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하드웨어 동맹군을 모아 지금의 구글제국 반석을 쌓았다. 모든 ICT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막론하고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이폰 매출 비중을 55%로 낮추고 콘텐츠 비중을 크게 늘렸다. 샤잠 인수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2022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예산을 연평균 54%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애플인사이더>는 최근 룹벤처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3년 안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지난해 6월 소니 픽처스의 고위임원인 제이미 일리크트와 잭 반 앰버그를 영입했다. 이들은 소니 픽처스에서 다수의 히트작에 관여하면서 ‘소니의 영혼’이라는 찬사까지 받은 인사들이다. 지난해 9월에는 애플이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인 퀄버 스튜디오의 제작시설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관심을 모았다. 애플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애플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손을 잡은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스티븐 스필버그와 협력해 앰블린 텔레비전, NBC유니버설의 자회사인 유니버설 텔레비전과 손잡고 TV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토리 공동제작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ICT 생태계 방정식을 미디어 분야로 한정한다면,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인수는 메가톤급 사건으로 평가된다. 디즈니가 21세기폭스의 미디어 사업을 524억달러(57조원)에 인수하는 메가딜을 성공시켰다.

디즈니는 21세기폭스의 콘텐츠 역량은 물론 OTT(Over The Top) 플랫폼 훌루의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초 ESPN 앱을 라이브TV로 리뉴얼하며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그와 별도로 OTT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21세기 폭스의 방대한 콘텐츠와 훌루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는 훌루의 최대 주주가 되어 OTT 시장에서 치열한 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21세기폭스를 524억달러에 인수한 디즈니가 미디어 제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출처=픽사베이

지난해 8월 글로벌 스트리밍 기술 업체인 BAM테크를 인수한 디즈니가 기술기반 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디어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것도 흥미롭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수급 계약을 종료하며 자체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훌루의 지분도 크게 늘어나 글로벌 OTT 시장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생태계 전략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드라마·영화 콘텐츠 제작에 지난해 6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엔 8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고 80편 이상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디즈니, 일본 소니픽처스 등의 콘텐츠 투자를 웃도는 규모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미국 할리우드에 넓이 3만2400㎡(약 9800평), 14층 규모의 대형 사옥을 세우고 사업 근거지를 실리콘밸리에서 할리우드로 옮기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4800여명으로 실리콘밸리 본사 직원(2200여명)의 두 배 이상이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고차 방정식은 최근 벌어진 ICT 기업의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글의 대만 HTC 스마트폰 사업부 인수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2011년 하드웨어 제조사 모토로라를 총 125억달러에 인수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2014년 레노보에 고작 29억달러에 매각한 아픈 역사가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다시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픽셀로 맺어진 두 회사의 인연과 메이드 바이 구글 프로젝트를 근거로 ‘의미 있는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HTC의 휴대전화 제조자 개발생산 방식(ODM) 연구개발팀 인력 일부와 라이선스, 나아가 지식재산권이 구글의 인수 대상이다. HTC로 보면 전체 연구인력 6000명 중 4000명이 구글의 품에 안긴다.

▲ 메이드 바이 구글 라인업.출처=구글

구글이 알파벳 체제로 돌아서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일부 사업부문에는 제조 인프라를 더하기는 했다. 그래도 제조 인프라 시장으로 뛰어든 사례는 없으며, 이는 현재의 안드로이드 동맹군 체제로 잘 설명된다. 그렇기에 올해에도 콘텐츠와 플랫폼의 합종연횡과 견제는 꾸준히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전제조건인 네트워크, 즉 통신망도 중요한 게임 체인저다. 크게 두 가지가 올해 네트워크의 역사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망 중립성 폐지. 아짓 파이 위원장이 이끄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각) 망 중립성 원칙을 전격 폐지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톰 휠러 위원장이 정립한 망 중립성 강화 원칙이 트럼프 행정부의 아짓 파이 위원장 체제의 FCC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인터넷은 공공의 서비스라는 원칙이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는 우려했다. 망 중립성 폐지에 앞서 공개 서한을 보내 망 중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냈다. 특히 하드웨어 사용자 경험에 치중한 애플까지 망 중립성 폐지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망 중립성 폐지는 제로레이팅 이슈와 함께 강력한 후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5G의 등장도 올해 중요한 ICT 업계의 변화 중 하나다. 5G는 4세대 통신망 LTE 대비 전송은 약 270배, 지연 속도는 30배 이상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지난해 5G의 국제표준 토대가 마련됐으며 현재 5G 주도권 선점을 둘러싸고 세계 각 국의 사업자들이 동맹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련 업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5G 통신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5G는 미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차세대 네트워크 선점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정보통신 산업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기조연설에서 5G 상용화 시점을 2019년으로 발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제 곧 ICT 산업의 특이점(Singularity)이 시작되며 5G 네트워크를 통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발표했다. 이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잇따라 5G 상용화 계획을 2019년에 맞춰 수정했다.

5G는 급증하는 데이터 전송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지만 자율주행차 등 미래기술을 활성화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5G 서비스의 세계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 378억달러에서 2025년 7914억달러로 2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 5G를 실현하기 위한 주파수 경매가 오는 6월 열릴 예정인 가운데 2019년 상용화에 이어 2022년 전국 5G망 구축을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략은 5G 상용화를 위해 조기에 주파수 경매를 단행하고 경매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해 주파수 경매 대가 산정 기준을 개정하는 것도 포함한다. 또 생활 전반의 주파수 사업 활성화도 목표로 한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산업 생활 주파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원으로, 이번 계획으로 신산업 혁신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앞으로도 적시 적소 공급은 물론 기술규제 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촉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무선 인프라와 서비스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콘텐츠-플랫폼 올해 전망은? 결국 답은 생태계에 있다… 올해에도 ‘쭉’

(4) 보안, 그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생태계의 초연결을 전제로 한다면, 자연스럽게 보안의 중요성은 커진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해킹당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해킹되고 사물인터넷 플랫폼이 외부의 공격에 무력화되면,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올해에는 보안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안랩은 크게 5개의 사이버 보안 위협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먼저 사이버 범죄의 서비스화다. 안랩은 “지난해 랜섬웨어 제작 및 유포 서비스(Ransomeware-as-a Service)를 이용해 랜섬웨어 공격이 이전보다 쉽게 가능해지며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신 변종 랜섬웨어가 발견됐다”면서 올해에는 RaaS에서 나아가 ‘사이버 범죄의 서비스화(Crime-as-a-Service)’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CaaS는 사이버 범죄 조직이 개발, 판매, 유통, 마케팅까지 세분화된 기업(조직)의 형태를 갖춘다는 특징이 있다. 올해에는 이러한 기업형 사이버 조직의 증가로 CaaS가 본격화되면서 랜섬웨어, 보안이 취약한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 등 금전을 노린 다양한 사이버 공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공격(Supply Chain Attack)도 염려된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공급 과정에 악성코드를 숨겨 공격하는 방식으로, 올해에도 공급망을 이용한 공격 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안랩은 “공급망 공격에서 공격자는 주로 개발사 시스템이나 업데이트 서버 등을 해킹해 악성코드를 숨기는 방식을 사용한다”면서 “이는 체계적인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기관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보다 공격 대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대상을 이용하는 것이 공격자 입장에서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서 파일을 이용한 공격의 고도화도 경계해야 한다. 안랩은 “워드, 엑셀 등 MS 오피스 문서나 한글 파일 등 문서 파일을 이용한 공격이 올해에는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금까지 문서 파일을 이용한 공격은 주로 악성 매크로 코드를 삽입한 형태였던 반면, 앞으로는 문서 내 개체 삽입 등 매크로 삽입 외의 형태로 악성코드를 실행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악성 행위를 수행하는 파일도 보안 솔루션의 탐지 방법을 우회 시도하려는 유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 대상 플랫폼 디바이스의 다변화도 문제다. 올해에는 윈도를 비롯해 리눅스(Linux), 맥(Mac), 안드로이드(Android)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노리는 악성코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국내 웹 호스팅 업체와 대형 IDC 업체의 리눅스 서버가 랜섬웨어에 감염돼 대규모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최근에는 리눅스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악성코드까지 등장하며 금전 이득을 추구하는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

로봇청소기, IP 카메라, 스마트 냉장고 등 사물인터넷 기기가 보편화되는 것도 보안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을 키운다. 안랩은 “올해에는 다양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 기기 등을 노리는 악성코드가 등장하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격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차 등 오프라인 디바이스의 해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악성코드 유포 경로 다양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올해에는 공격자들이 모바일 악성코드 유포 경로를 더욱 다양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랩은 “최근 증가하는 안드로이드 악성코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기업 기관 등의 노력으로 스마트폰 보안, 사용자 보안 인식 등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그와 비례해 공격자들은 악성코드를 더욱 효과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고 이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공격자들은 스미싱, 악성 이메일, 유명 앱 사칭 등으로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기존 방식에 더해, 다양한 안드로이드 공식 앱 마켓에 악성코드를 포함한 앱을 직접 등록하는 등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경로를 확대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업 곳곳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영역이 확대되면서 보안 문제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해킹과 같은 보안 문제는 개인정보를 빼돌려 되파는 행위로 수익을 올린 기존 방식과는 달리 금전을 요구한다. 지난해 10월 동유럽을 중심으로 악성코드인 신종 랜섬웨어(Ransomware)가 확산된 점이 반면교사다. 악성코드는 PC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국내 유입 위험성은 적다고 했지만 경계를 늦춰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유럽 전역에 새로운 종류의 악성 코드가 등장했다”면서 “‘배드 래빗(Bad Rabbit)’이라고 불리는 악성코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과 터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크크런치> 등에 따르면 ‘배드 래빗’ 랜섬웨어는 우크라이나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공격했다. 또 러시아 민영 매체 <인테르팍스>(Interfax)를 해킹해 뉴스 서비스가 중단됐다. 

 

-보안의 올해 전망은? 초연결의 역습을 막는 자가 승리할 것

(5)새로운 생태계, 가상화폐의 도래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이동하며, 글로벌 ICT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다.

에디 트라비아 코인실리움 대표는 최근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초기에 불과하다면서 “하버드나 MIT에서 연구 중인 블록체인은 기술의 근간(Foundation)이 될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인터넷’의 잠재력을 능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다른 블록체인에 즉각 정보가 입력된다. 중앙집권형이 아닌 분산형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기술이다. 기존의 모든 시스템이 중앙 집중화를 꾀했다면 블록체인은 각자의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체인으로 작성된 장부를 받아 힘의 집중을 분산시킨다.

다양한 사용처가 예상된다. IBM은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아키텍처와 텔레해시 프로토콜, 비트토렌트 프로토콜 등을 결합한 사물인터넷 플랫폼 ‘어뎁트(Adept)’를 공개한 적이 있다. 비트코인의 아키텍처 등의 구동을 사물인터넷 커리큘럼에 그대로 적용해 궁극적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가상화폐의 기본기술로 잘 알려져 있으나 추후 블록체인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소지가 있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회사 퀀텀의 패트릭 CEO는 “블록체인을 이해하려면 비트코인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중앙화 시스템이 아닌 분산형 권력 구조에 대한 이해를 유도하는 한편,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퀀텀의 블록체인은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호주, 필리핀의 태양광 에너지 개인 거래 플랫폼인 ‘에너고’다. 에너고는 개인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확보하면 이를 개인들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앙 플랫폼 사업자가 없는 에너고에서 개인과 개인이 태양광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퀀텀의 블록체인 기술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현금 없는 사회’의 첨병이자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으나, 리스크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파생상품 시장의 거인인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5시(현지시각)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마련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김진원 팀장은 “최근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추이를 보면 우려가 든다”면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 건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들은 소액으로, 안전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 철저한 권력의 분산을 꾀하는 반면, 블록체인에서 탄생한 가상화폐가 거래소라는 중앙집권 플랫폼에서 주로 거래된다는 게 문제다. 최근 국내 거래소 중 하나인 유빗이 해킹으로 문을 닫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화폐가 아닌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 것은 가상화폐의 험로를 예고한다. 정부는 투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28일 거래소 폐쇄도 가능한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놨다.

비트코인 거래소 유빗이 같은 달 해킹으로 고객 자산의 17%가량을 잃고 파산을 선언했으니 정부 규제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빗 측이 추산하는 피해 규모는 172억원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빗 측은 회원들의 자산을 축소하고 회계 법률 자문을 통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대응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타격을 받은 것은 우려한 현실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를 향한 해킹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도 지난해 6월 해킹으로 회원정보 6만건이 유출됐고 고객계정 4981개 정보가 노출됐다. 빗썸은 해당 사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유빗의 전신인 야피존은 지난해 4월에도 해킹으로 5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미국 보안업체 하이테크 브리지는 ‘빗썸’ 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보안에 취약해 위험 요인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생태계의 올해 전망은?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까? ‘관심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