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 국내 ICT 산업계에는 ‘다섯 가지 파도’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이 현실이 되고 자율주행차가 급성장하며, 5G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결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창조적 파괴의 거센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국내 ICT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적들과도 합종연횡 협업을 하되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특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차, 폭발적 성장 유력”

율주행차를 비롯한 새로운 이동수단(모빌리티)을 위한 기술이 대거 공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목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차 시장의 선점이다.

정인호 GGL 리더십 그룹 대표는 “올해는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진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들 기업은 단순히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저가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유가 아닌 플랫폼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차량 공유 사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차량 관리와 이동 비용이 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은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은 해외 자동차 회사의 움직임을 보면 수긍할 수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카투고와 BMW의 드라이브나우는 우버에 대항하기 위해 뭉치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다. 벤츠는 택시서비스 마이택시(MyTaxi)와 차량호출 서비스 무벨(Moovel)을, BMW는 주차 서비스 파크나우(ParkNow)와 전기차 충전 서비스 차지나우(ChargeNow)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선도 사업자들은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구글과 우버, 리프트, 테슬라 등은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모빌리티 영역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요소로 사업 모델과 정부의 정책의 방향성을 꼽았다. 김 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주목할 수 있는 영역은 자율주행차”라면서 “정부나 기관이 자율주행 기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하고 기업은 사업 모델을 갖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채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사고를 내면 결국 규제만 잔뜩 만들어지는 꼴이 된다”면서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인만큼 규제나 원칙을 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논의해 기술을 막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기술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결국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에 달렸다”면서 “웨이모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선도하고 있지만 지난해와 차이 있는 기술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사람의 조작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자율주행차가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인지 운전자 보조시스템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기술의 현실을 아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조 시스템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구글과 같이 자율주행 선도 기업들은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라면서 “202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 하겠다는 구글의 계획을 증명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현실이 될 것”

인공지능은 올해 어떤 특이점을 보여줄까. 정인호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이 검색 시장과 메시지 서비스 시장에서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는 아마존이 알렉사(Alexa)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공지능이 무서운 이유는 기술의 확장성에 있다”면서 “초기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제품 검색과 같이 단순한 영역에서 기술이 활용됐지만 이 기술이 자동차와 결합하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서비스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김덕진 부소장은 올해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해는 인공지능 기술이 주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다”면서 “챗봇은 쇼셜커머스(Social Commerce) 영역에서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소장은 “챗봇이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상생활 언어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국내외 기술격차가 있다”면서 “최근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 네이버와 협업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등 다양하게 선진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부소장은 “인공지능이 실무 영역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가 선보일 것”이라면서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채팅용 로봇이 인공지능 기술의 중심에 위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공개된 IBM 왓슨 인공지능과 소프트뱅크의 페퍼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면서 “올해는 기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실질적인 인공지능 활용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글의 딥마인드는 2016년 알파고(Alpha Go)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이후 알파고 리, 알파고 제로를 선보이면서 대중의 관심을 일으켰다”면서 “초지능형 만능 인공지능보다 구글이 에너지, 환경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기업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콘텐츠와 생태계, 모든 것이 된다?”

정인호 대표는 “할리우드를 삼킨 넷플릭스의 등장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한 세계 플랫폼 기업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미디어 제작 업체들이 콘텐츠를 기획 단계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두 하는 SPA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대표가 말한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에는 유니클로, 자라, H&M, 에잇세컨즈, GAP 등과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와 세계적인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가 있다. SPA 브랜드의 장점은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는 것인데 미디어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지향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김덕진 부소장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한 만큼 넷플릭스와 강력한 경쟁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난해는 자체 콘텐츠와 유료 정액제,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영상을 볼 수 있는 주문형비디오 시스템(VOD)을 갖춘 넷플릭스가 단연 대세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넷플릭스는 가격에 비해 많은 콘텐츠를 연달아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었는데 정액제 사업 모델은 제작비 부족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넷플릭스 콘텐츠가 소비자들에게 예전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남기면 시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G, 새로운 연결 시대 연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중요하다면 그것을 연결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연결 플랫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5G’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SK와 KT 두 회사가 5G 시장 선점을 위한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도 결국은 시장선점을 위한 플랫폼 전쟁이라는 설명이다.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를 일상에 구현하기 위한 발판이 5G 통신망이어서 두 회사는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인호 대표는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5G 서비스를 먼저 선보이는 이유는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에 있다”면서 “대신증권이 방학에 맞춰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식 교육을 무료로 하고 가정용품 제조업체 P&G과 생리대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앵커링 효과란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닻과 배를 연결한 밧줄의 길이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최초에 인상 깊은 숫자나 사물이 기준이 돼 이후의 판단에 왜곡이나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정 대표는 “초연결 시대의 주역이 되고 싶은 통신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경쟁사보다 먼저 닻을 내려 5G 서비스를 최초 사업자가 최고의 5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진 부소장도 “올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5G 기술을 대거 선보이는 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들이 5G 요금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주목할 점”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3G에서 4G LTE 통신 체계로 넘어갈 때 요금이 훌쩍 올랐다”면서 “5G 통신망은 2019년에 상용화될 계획이기 때문에 올해 요금 체계를 잘 준비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작용하지 않도록 준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시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극복하라”

정인호 대표는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카와 운송수단 영역에서 고가의 전장부품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대표는 “올해는 프레너미(Frenemy)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포드,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35개사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프레너미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프레너미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사랑과 미움을 오가며 유지되는 친구관계를 말한다.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 합종연횡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 대표는 “오늘날 경쟁의 시대는 필요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는 공존의 시대”라면서 “기술을 혼자서 개발하는 게 어려운 만큼 협업은 하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덕진 부소장은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화두로 꼽았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기술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공유해 개방형 기술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 부소장은 “국내 대기업이 3세 경영체제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도 오픈이노베이션의 특징”이라면서 “삼성전자 사내벤처 조직인 씨랩은 삼성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했지만 비삼성 출신의 창업을 지원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기업 리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김 부소장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의 중요성도 커진다”면서 “정부가 가상화폐를 두고 명쾌한 해법이나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한 사례가 보여주듯 정보기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기술에 대한 논의와 관련된 원칙을 마련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리더”라고 강조했다. 

▲ 2018년 ICT 대전망.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