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은 프로 야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종목과 리그에 따라 발전 속도가 다르지만 프로 야구의 인기가 증가하면서 다른 종목들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프로 야구는 국가 대표팀이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하면서 1982년 출범 이후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 이와 비슷한 시기 2011년부터 프로 야구 관중 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프로 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16년 누적 관중 8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프로 야구 타이틀 스폰서 가격은 해를 거듭할수록 치솟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는 2000년 처음 도입됐다. 첫 스폰서는 삼성이었다. 이후 CJ, 롯데 등 대기업이 줄곧 맡아왔다. 이들은 모두 구단을 보유한 업체다. 유진 투자증권과 같이 구단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가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된 것은 2009년 이후 일이다. 이 시점에서 타이틀 스폰서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롯데카드와 2012~2014년 한국야쿠르트가 타이틀 스폰서로 선정된 이후 스폰서 금액은 약 65억원(추정)까지 상승했다. 프로 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광고효과가 증가해서다. 이때부터 타이틀 스폰서 역시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는 약 65억원의 스폰서 비용을 지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가 얻은 광고 효과 수익은 1160억원에 이른다. 약 17배에 달하는 막대한 광고효과를 얻은 셈이다. 최근엔 타이틀 스폰서에 타이어뱅크가 뛰어들면서 이른바 ‘돈값’ 하는 스포츠 광고 효과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프로 야구가 다양한 기업의 눈길을 끌고 있다면, 프로 축구와 프로 배구는 장기적인 타이틀 스폰서십을 구축해 안정감을 주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프로 축구는 현대 오일뱅크가 2011년부터 6년 연속 K리그 타이틀 스폰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폰서 계약 금액은 연간 약 40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상위 리그인 K리그 클래식뿐만 아니라,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4년 만에 부활한 R리그(2군 리그)까지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하고 있다.

프로 배구 V-리그는 NH농협이 2007~2008시즌부터 9시즌 연속 타이틀 스폰서로 자리하고 있다. NH농협의 스폰서 계약 금액은 연간 약 25억원이다. 이는 국내 프로 스포츠 리그 사상 최장 기간의 스폰서로 기록돼 있다. 2017-2018 시즌 V-리그 타이틀 스폰서는 도드람이 맡았다. 계약금은 연 30억원이다.

프로 농구는 1997~1998시즌 타이틀 스폰서였던 휠라코리아와 2011~2012시즌부터 3시즌 동안 타이틀 스폰서였던 KB국민카드를 제외하면 현대전자(전 대전 현대 걸리버스)와 삼성전자(서울 삼성 썬더스), 현대모비스(울산 모비스 피버스), SK텔레콤(서울 SK 나이츠), 동부화재(원주 동부 프로미), KCC(전주 KCC 이지스), 그리고 2017-2018시즌 KBL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는 KGC인삼공사(안양KGC) 등이 있다. 지난해 계약한 KCC의 경우 약 30억원의 스폰서 금액을 지불했다. KGC인삼공사는 자세한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타이틀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은 각 구단의 모기업이다. 구단 모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리그 운영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다만 구단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스폰서십 참여 부족은 아쉬운 부분이다.

 

광고 그 이상의 가치

국내 프로 스포츠 리그가 정부의 주도로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조금 다르다. 유럽 축구 리그나 북미의 프로 스포츠 리그는 억만장자나 몇몇 개인 투자자가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시민 구단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프로 축구 최대 시장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하고 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가 연간 약 600억원을 후원한다. 미국 프로 야구는 타이틀 스폰서가 없지만, 팀별로 구장 명명권(Naming Right)이 활성화돼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AT&T 파크, 피츠버그의 PNC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프로 골프는 투어 전체의 타이틀 스폰서를 따로 두지 않는다. 대회마다 후원 기업을 받아 스폰서를 매번 체결한다.

에 반해 국내에서는 ‘기업 홍보’ 명분이 그간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프로 야구 구단의 운영 형태에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났다. 넥센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한국 최초의 돔구장 고척 스카이돔뿐만 아니라 삼성 라이온즈 파크와 기아 챔피언스 필드 등 새로운 구장이 속속 건설되면서 일명 ‘허니문 효과’가 수입 증대를 불러오고 있다.

스포츠에서 허니문 효과는 신규 경기장이 완공되면 이를 구경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객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SK와이번스의 경우 SK행복드림경기장의 좌석을 다양한 테마 형태로 개조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폰서십 상품을 개발해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사용하는 서울 잠실 경기장은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수입 증대를 꾀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국내 구단 중 처음으로 2015년부터 ‘인증 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이는 선수들이 직접 사용한 야구용품 일부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프로 야구 시청률이 오르면서 중계권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을 통한 주말 경기 중계와 네이버와 같은 온라인 중계 등은 소비자에게 적잖은 시청 편의를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프로 스포츠 구단 광고 수익과 직결됐다. 프로 스포츠 구단 중 감사보고서를 통해 광고 수익을 명시한 프로야구단 4곳의 수익 내역을 보면 프로야구단의 수익 다변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꾸준한 광고 수입 증가는 구단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5 스포츠 산업 백서’에 따르면 프로 야구단 4곳의 2015년 평균 광고 수입은 약 220억원으로 나타났다. 광고 수입이 공개된 구단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는 총 광고 수입 333억원 중 삼성전자, 삼성생명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주요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한 수입이 281억원으로 전체 광고 수입의 약 84.3% 수준이다. 하지만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광고 전문 기업 제일기획으로 바뀐 2016년에는 신구장 대구삼성라이온파크 시대를 개막하면서 자생력 있는 마케팅을 펼쳐오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은 야구단에 앞서 삼성 계열의 축구단과 배구단, 농구단 등을 모두 제일기획에 넘기며 스포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2015년 166억원의 광고 수입을 기록한 넥센은 모기업의 재정지원 없이 타이틀 스폰서를 포함한 모든 광고 구좌에 타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2016년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사용하면서 광고와 기업 스폰서십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프로 야구 내 광고 스폰 구좌는 홈구장 광고인 전광판, 외야 펜스, 내야 펜스, 롤링보드, 파울라인, 덕아웃, 지정석과 통천 광고 등이 있다. 유니폼 광고로는 헬멧과 모자 측면, 유니폰 상의 가슴 부위, 상의 백넘버 상단, 상의 양어깨, 하의 측면, 배팅 장갑, 포수 보호구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부분은 대부분 모기업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각 구단 모기업들은 선수들의 유니폼과 헬멧 등은 주력 제품 또는 전략 사업을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LG가 모기업인 LG트윈스는 본사 통신사인 ‘유플러스’와 LG의 최신 휴대전화 기기인 ‘G6’, 계열사인 ‘해태HTB’의 주력 음료명 등을 유니폼에 부착했다. KIA타이거즈는 기아자동차의 ‘K5’와 ‘쏘렌토’ 로고가 유니폼에 있다.

유니폼 관련 광고비는 구단마다 다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어깨 광고의 경우 평균 연간 10억원 이상, 헬멧 좌우는 5억~10억원, 모자는 2억~5억원의 광고료를 받는다. 대개 모기업 계열사 광고를 많이 한다. 그룹사 지원금이 유니폼 광고료 형태로 지급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깨 견장 광고로만 50억원을 받는 구단도 있다.

경기 자체를 홍보 용도로 쓰는 일도 있다. SK텔레콤은 5G커넥티드카·360라이브존·멀티 뷰·AR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5G스타디움’과 4D행글라이더·잠수함·번지점프 체험으로 이뤄진 테마파크 ‘5G어드벤처’를 올해 SK와이번스 프로야구 개막 3연전에 맞춰 운영한 바 있다. 심지어 개막전 시구에는 시구자와 시타자가 5G커넥티드카를 타고 마운드에 등장하기도 했다.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은 모기업과 계열사 간 광고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모기업의 지원이 큰 만큼 ‘자생적 운영’이라는 목표와 거리가 멀다고 치부한다. 하지만 동시에 구단이 광고비용으로 지출하는 것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구단이 모기업에서 광고비용 형태로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는 뻔하다. 모기업을 비롯한 프로 스포츠팀 팬들이 구단 존폐를 우려할 것이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와 같이 모기업 지원 없이 166억원을 스폰서십과 광고수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국내 한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에 노출되는 모기업 로고 시장 가치가 모기업에서 지출하는 광고비용보다 훨씬 큰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