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뜻’ 알아야 기업 임원이 될 수 있다?

어느 기업에서건 임원이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개인의 역량은 물론 학연과 지연 등 온갖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도 오르지 못하는 나무가 임원이라는 나무다.

우선 오랜 직장생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제인총연합회에 따르면 신입사원이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22년이 걸린다. 남녀를 불문하고 20대 후반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하늘의 뜻을 안다(지천명, 知天命)는 나이’인 50세는 돼야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개를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벌인 국내 44개 그룹 234개 기업의 임원 현황 조사는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의 현주소를 가장 적확하게 보여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그룹 임원 평균 연령은 52.5세로 나타났다.

임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상무’급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1세였다. 그 위 직급인 ‘전무’는 55세, ‘사장’은 58세, ‘부회장’은 62세로 조사됐다. 임원 중에서도 고위급인 ‘사장급’ 임원이 된 이들은 평균 55.6세였고 5.5년을 근무하다 61세에 퇴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 임원의 평균 연령은 52.6세로 여성(48.3세)보다 4살 많았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뿐이다. 그리고 3년 전의 조사다. 모든 임원들이 5년 이상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그룹 인사에 정부나 정치권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일부 기업들에서는 고위급 임원들의 재임 기간은 평균 3년 정도에 그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임원의 물갈이가 진행되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분명한 것은 임원들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으며 실적을 내는 부서에서 다수의 임원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인사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16일 단행된 삼성전자 인사에서 60대 사장은 모두 물러났다. 부사장 승진자의 평균연령은 52.9세에 불과하며 부사장 이하 임원의 나이도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꾸려졌다.

특히 사상 최고 실적을 낸 DS부문에서 99명의 승진자가 나와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재확인됐다. 어느 기업이건 세대교체, 젊은 피의 수혈을 위한 조직 쇄신, 성과주의 인사원칙으로 임원의 나이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임원이라는 왕관의 무게

수치만 보면 임원만 되면 짧게 잡아 3년 혹은 그 이상 기간 동안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회사의 많은 권한들을 누리는 ‘꿈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임원이란 자리의 한 면일 뿐이다. 임원으로서 견뎌야 할 무거운 책임들은 연봉, 그리고 권한과 비례해서 그들을 짓누른다.

우선 임원들의 임기는 ‘무조건’ 보장된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실적을 내야 한다. 임원의 실적이 쌓여 기업 실적이 되는 게 보통이다. 임원의 성적표는 매 분기, 매년 인사고과로 나온다. ‘장기성과급제’가 그것이다. 회사 측은 임원들이 연초에 예고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항상 평가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임원들은 가차없이 해임한다. 냉정하게 말하면 ‘실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진급은 없다. 성과주의 인사원칙은 임원들에겐 저승사자와 다름없다.

또 회사 경영진들 간 알력 다툼에서 패배해 밀려나거나, 사내의 정치 구도에서 ‘줄’을 잘못 서도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는 임원 직급, 그리고 높은 직급일수록 점점 까다로워지는 회사의 평가 조건은 임원들이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하는 불안요소다. 그래서 이들은 “임원은 임시직의 준말”이라고 자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