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의 귀환인가?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어느새 50달러 중반대를 넘어섰고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북해산 브렌트유는 60달러 중반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 석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이미 60달러 초반 저지선을 뚫었다.

유가 상승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가장 먼저 산유국들이 낮은 수준의 국제유가를 다시 안정시키겠다며 하고 있는 감산합의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셰일업체들의 생산 둔화,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등이 이유로 제시된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60달러가 바닥이 되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으며 머지않아 배럴당 70달러 시대가 개막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원유수입국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고유가는 산유국들의 국고를 불리는 효자일지 모르지만 원유 수입국 경제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2% 중반의 낮은 성장을 반복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자칫 저성장과 고물가에 신음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물론 산유국들의 경제가 나아지면 인프라 건설을 위한 철강, 조선을 비롯한 각종 소비재 수입이 늘어 우리 수출엔 호재가 될 수 있는 만큼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정유사들의 과실이 국민 경제에 고루 퍼지는 낙수효과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것조차도 경제엔 희소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거침없는 유가 상승, 2년 반 만에 최고

최근의 국제유가 흐름은 거침없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미국산 원유는 물론 북해산 브렌트유도 급등해 근 2년 반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런 상승력에 놀란 원유 시장 참가자들이나 소비자들의 관심은 도대체 어디까지 오를까에 집중돼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 10월 27일 변곡점을 지났다. 1배럴 60달러의 벽을 넘은 것으로 2014년 이후 계속된 저유가 시대의 종언을 알렸다. 10월 27일 선물시장인 영국 ICE거래소에서 북해산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2.02% 오른 배럴당 60.5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3일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그 한 주 동안 무려 4.7% 오르는 강세를 보였다.

같은 날 지구 반대편의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벤치마크 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가격도 전날보다 2.4%(1.26달러) 뛴 53.90달러에 마감해 올해 2월 2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 역시 그 직전 주에 약 4% 상승했다.

이후 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횡보했지만 흐름은 우상향 곡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11월 6일엔 두 유종 가격은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브렌트유 내년 1월 인도분은 3.5%(2.20달러) 오른 64.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일간 상승폭으로는 9월 25일 이후 최대였다. WTI 12월 인도분은 3.1%(1.71달러) 상승한 57.3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하루 상승폭도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물론 이후 이틀 동안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브렌트유는 8일 63.49달러, WTI는 56.8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약 86%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오름세를 타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두바이유 현물은 11월 1일 배럴당 59.61달러에서 6일엔 60.58달러로 ‘마의 60달러’ 벽을 넘은 데 이어 7일엔 62.39달러로 2015년 6월 말 이후 거의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8일 전거래일에 비해 0.95% 하락한 배럴당 61.80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고공행진 중이다.

배럴당 70달러 가시권에 들어와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오를 것인가로 쏠린다. 최근의 국제 유가 상승은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추진과 감산합의 이행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유가 정책, 이라크 내 정정불안 사우디와 이란 간 갈등 중동 산유국의 정세, 미국의 생산 등이 복합 작용한 만큼 이런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고 잔류하는 한 유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배럴당 70달러라는 유가 수준도 산유국들의 ‘거친 꿈’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OPEC은 공식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유가를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올리기를 원했다고 시장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석유화학 업계 전문 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7일 블룸버그퍼스트워드 원유 분석가인 줄리언 리의 말을 인용해 “산유국들은 배럴당 70달러는 공정한 가격이며 60달러보다는 더 공정한 가격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술 더 떴다. IMF는 최근 사우디가 내년에 재정균형 달성을 이루려면 배럴당 70달러의 유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역시 배럴당 40달러로는 “영원히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 높은 주가를 인정받으려면 유가가 올라가야 함은 당연지사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유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우디는 지난 150년 석유 역사에서 메이저 석유자본인 세븐시스터스의 패권을 빼앗은 유일한 국가이고 그 나라 실세가 유가를 지지하겠다고 하니 당분간 유가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SK증권 리서치센터의 손지우 연구위원은 “SK리서치센터가 지난 4년간 줄곧 주장한 ‘10년 장기 저유가 의견’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다만 최소 아람코 상장을 앞둔 내년 상반기까지는 강세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분기점은 이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정례 연례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내년 3월 말로 종료될 감산합의 시한을 내년 말로 다시 연장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유가 상승세에 탈력을 보탤 것으로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