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엄마의 마음이 들어가면 맛이 더 좋듯이, 제품에도 만든 이의 정성이 들어가면 그 가치는 배가 된다. 이에 손 끝에서 담아내는 유일무이한 ‘수제’ 제품에 매력을 느끼고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불경기가 무색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개의치 않고 돈을 지불하게 하는 수제의 매력은 무엇일까. 펜, 우산, 강아지 옷, 맥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권하는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상태 니은디자인 대표 ㅣ “엄지와 검지 사이, 펜우드의 매력”

▲ 박상태 니은디자인 대표.

나무로 만든 우든펜(Wooden Pen)을 집어서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었던 그 순간의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이후 박상태 니은디자인 대표는 15년 정도 귀금속 세공을 한 기술력과 목공기술을 조합하면 수제로 만든 ‘단 하나의 펜’ 탄생이 가능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새로운 사업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이다.

“펜우드 제품은 100% 주문 생산 방식이에요. 금속파트의 주문 내용을 3D로 모델링을 해 만들고, 목재 파트도 직접 가공을 합니다. 이후 세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요청한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후에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조립해 수제펜이 완성되는 겁니다.”

보통 한 개의 펜을 완성하는 데 제작 기간은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등 긴 여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펜의 금속 부분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버인 제품은 38만~45만원, 실버와 골드의 결합제품은 79만~82만원, 모든 금속 부분이 골드인 제품은 198만원이다.

꽤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제펜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독특한 매력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나무의 질감과 골드, 실버의 질감은 플라스틱류의 화학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펜으로 유명한 명품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 유일함이 매력이죠. 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펜이라는 희소성의 가치까지 더해 특별한 선물을 원하는 분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습니다.”

핸드메이드 제품 중에서도 이렇게 기계적인 정밀도가 요구되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또 핸드메이드 제품의 특성상 대량 생산도 힘들다. 이에 매출 규모 자체가 커지는 것에 대한 기대보다는 펜 그 자체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는 게 박 대표의 소망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자신만의 이름이나 로고가 더해지면 펜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이를 소장하는 고객의 만족도 높아지더라고요. 펜우드 제품으로 매출을 많이 올리겠다는 목표보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별한 제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장현, 박리예 슈룹 공동대표 ㅣ “불량우산 염증, 튼튼한 수제로!”

▲ 조장현, 박리예 슈룹 공동대표

조상현 대표가 어느 날 신발장을 열어보니 2명이 사는 집에 우산이 12개나 있었다. 그런데 쓸 만한 우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녹이 슬어 있거나 망가지거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몇천원 주고 샀던 비닐우산들뿐이었다.

“이렇게 버리지도 못하고 쓰기도 싫은 우산이 집에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그때 좀 튼튼하고 잘 만들어진 우산이 있다면 한 집에 이렇게나 많은 우산을 방치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물음과, 버려지는 우산이 없는 게 환경적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본격적으로 우산 관련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우산 제조공장인 두색하늘과 만나게 되면서 튼튼한 수제우산을 만들게 됐죠.”

슈룹의 제품은 공장에서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우산과 다르게 약 130가지의 공정을 거쳐 탄생된다. 기본적으로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으로 살대를 뽑아 특허 받은 프레임에 조립을 하고, 아웃도어 원단에 특수 방수코팅을 2회 추가한 ‘듀프루프’를 사용해 20년 이상의 숙련된 제작자가 전통방식으로 손수 제단을 하고 미싱으로 재봉을 한다.

“슈룹 우산은 스트랩의 디자인과 프레임의 그립감을 위해 천연 소가죽인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합니다. 가죽공방 제작자가 손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해 감성과 사용감을 극대화했죠. 중봉과 손잡이는 나무를 사용해 클래식한 멋을 더했고요.”

슈룹 우산은 국내에서 손수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의 우산에서 제공해주지 못하는 A/S서비스가 가능하며, 가격은 10만원대 초반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30대 중반 젊은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잡았지만 정말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분들이 수제 우산을 구매하더라고요. 아마 저희처럼 불량우산에 염증을 느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장현, 박리예 공동대표는 과거 우산은 귀족과 같은 높은 계급의 부유층이 사용하던 물건이었는데, 서서히 대중화를 이루면서 어느 순간 중국에서 만든 ‘싼 우산’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쉽게 사고, 잃어버리고, 고장 나서 버리는 제품’으로 우산의 가치가 전략한 것을 다시 바꾸고 싶어요. 이에 망가진 우산시장에서 잘 만든 우산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제품 또는 대량생산으로 하락한 퀄리티에 실증을 느낀 소비자들은 대안으로 수제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이끌어가는 수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김미희 하이드앤울프 대표 ㅣ “100% 핸드메이드 강아지 옷”

▲ 김미희 하이드앤울프 대표

김미희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웠다. 다양한 강아지 용품들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는데, 대부분이 비슷한 디자인에 반려견의 활동을 고려한 디테일함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특히 인테리어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그동안 반려견을 키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인테리어적인 효과도 있는 반려견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왕 하는 거 좀 더 정성을 들여 손수 제작해서 팔아보자는 게 사업의 첫 시작이었다.

“목걸이, 리드줄, 스카프, 방석 등을 100% 핸드메이드로 제작해요. 높은 품질과 섬세한 디테일이 강점이죠. 반려견을 생각한 디자인은 물론 공간과의 조화 및 인테리어적인 요소까지 빠지지 않는 감각적인 스타일에 반응이 좋더라고요.”

하이드앤울프의 주력제품은 ‘베드제품’이다. 100% 코튼원단과 푹신하면서도 탄탄한 쿠션감으로 반려견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인테리어적인 부분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다.

또 목줄은 코튼원단을 사용해 부드럽고 가벼워 반려인들에게 인기다. 리드줄은 길이 조정이 가능하며, 배변봉투를 걸 수 있도록 한 섬세한 디테일로 각광받는 제품이라면서 김 대표는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만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애완견을 키우는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잖아요. 애견 관련 분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요. 이와 같은 수요에 더 많은 업체들이 더 좋은 제품을 내놓을 것인데, 저는 그 안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성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100% 핸드메이드로 꼼꼼하게 디자인된 독특한 제품을 내놓으면 ‘수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관련 시장 성장에 힘입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수제 제품의 특별함을 반려견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반려인들 덕분에 내년 사업은 더 기대됩니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 ㅣ “개성 강한 맥주 한 잔!”

▲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

나만 아는 가게, 개성 있는 매장과 메뉴를 찾는 고객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임상진 대표는 오래 전부터 수제맥주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유통상의 문제로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2014년 4월, 수제맥주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그해 5월에 바로 생활맥주를 론칭했다.

“이미 수제맥주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오랜 시간 준비해왔기 때문에 법 개정 이후에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제맥주가 가진 다양성과 개성은 시대 흐름과 일치합니다. 또 맥주 한 잔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소비하는 게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위해 수제맥주가 가진 다양성과 개성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죠.”

생활맥주는 국내 최정상 양조장과의 협업을 통해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 올 초 대히트를 기록한 ‘강남페일에일’과 최근 발표한 ‘걸작IPA’, ‘생활밀착 헤페바이젠’ 등 대중성과 완성도를 갖춘 좋은 맥주를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고 반응 역시 좋다.

“수제맥주는 아직 큰 시장은 아니지만 매년 100% 이상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제맥주에 대한 저변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에 생활맥주는 보다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맥주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임 대표는 생활맥주가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되면서 가맹점 수 늘리기를 목표로 두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신규 매장을 개설하는 가맹영업팀을 운영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기존 가맹점의 높은 만족도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더욱 집중하고 있다.

“수제맥주가 요즘 더욱 이슈인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고 봅니다. 이에 외형적인 성장보다 시장 자체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다양한 수제맥주를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