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야구 데이터 '세이버 메트릭스'에 대한 영화. 머니 볼. 출처=네이버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무려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야구 영화 머니 볼(Money Ball, 2011)은 만년 리그 최하위 팀으로 취급받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가 선수들의 타율과 평균자책점 등과 같은 데이터 분석 전략 도입을 통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굳이 영화와 같이 드라마틱한 예를 찾지 않더라도 야구에서 숫자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는 다른 스포츠 종목들에 비해 크다. 경기 중 선수들에게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들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야구의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객관적 지식으로 접근하는 학문을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라고 부른다.  

야구의 모든 상황이 반드시 데이터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전력분석관이 아닐 바에야 굳이 야구의 모든 수치들을 전부 파악하고 있을 필요도 없지만, 데이터를 알고서 야구를 보면 단순히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과는 다른 측면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베이스볼 리뷰는 알아두면 야구를 최소 2배 이상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알짜배기 야구 데이터들을 야구 이해도별로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초급: 모든 야구 데이터의 근본   

▲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소 평균자책점 1,2,3 위(0.78,0.89,0.99)를 독식하고 있는 전설의 투수 해태 선동열. 출처=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 평균자책점(ERA, Earned Run Average)
투수가 9이닝을 던지는 것을 가정하고, 투수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총 실점의 평균을 계산한 수치다. 과거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방어율(防禦率)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평균 수치’지 ‘확률(率)’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자책점’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평균 자책점이 낮다는 것은 투수가 잘 던져서 실점을 적게 했다는 의미다. 계산법은 간단하다. 

[평균 자책점 = 투수로 인한 실점 × 9 ÷ 투수가 던진 총 이닝]

▲ 전무후무한 기록 시즌 탸율 4할(0.412)을 기록한 MBC 청룡의 백인천.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1983.6.8)

● 타율(BA, batting average)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서 1루타 이상의 안타를 쳐내 공격에 성공한 비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타율이 높은 타자는 공격을 많이 성공시킨 우수한 타자라는 뜻이다. 단,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타자가 출루할 경우와 타자가 쳐낸 볼이 아웃 처리됨과 동시에 3루의 주자가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한 ‘희생타’의 경우는 타율 계산에서 제외된다.  

[타율= 타자가 때려낸 안타 수  ÷ 타자가 들어선 타석 수] 

● 장타율(SA, Slugging Average) 
타자의 타수 대비 2루타 이상~홈런을 쳐낸 비율이다. 기본적인 계산은 타율과 유사하지만 큰 타구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주로 3,4,5번 타순의 거포형 타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장타율 = 1×1루타 수+2×2루타 수+3×3루타 수+4×홈런 수 ÷ 타자가 들어선 타석 수]    

중급: 투수와 타자의 역량에 대해 한층 더 세밀한 접근  

● QS(Quality Start) 
퀄리티스타트는 선발투수의 역량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로, 6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가 3자책점 이내의 자책점을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평균자책점으로 따지면 퀄리티스타트는 약 3.36 정도라고 보면 된다. 계산법은 평균자책점과 동일하다.  투수의 잘못이 아닌 수비수 실책 등으로 기록된 실점은 퀄리티스타트에서 계산되지 않는다. 

 

● OPS(On base percentage Plus Slugging percentage)
쉽게 말하면 타자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수치다. 단순 타율이나 출루율보다 타자의 실력을 더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로 평가받는 지표다. OPS가 높을수록 우수한 타자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OPS = 출루율 + 장타율]  

▲ 2015년 시즌 WHIP 부문 1위(1.03) 투수인 NC다이노스의 용병 투수 에릭 해커. 출처=NC다이노스 홈페이지

● WHIP(Walks plus Hits divided by Innings Pitched)
투수가 맞은 안타 수와 허용한 볼넷(혹은 몸에 맞는 볼)의 수를 더해 총 투구 이닝으로 나눈 평균 수치다. 타자의 OPS와 비슷한 맥락으로 투수의 역량을 평균자책점보다 더 세밀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WHIP가 1.0 정도면 에이스 투수로 보며, 1.40 이상이면 투수의 기량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WHIP= 투수가 허용한 안타 수 + 볼넷(혹은 몸에 맞는 볼) 수 ÷ 투수가 던진 총 이닝]

 

고급 : 여기까지 이해하면 당신은 진정한 야구 매니아 

● BABIP(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 
‘인플레이 상황 시 타구 타율’이라는 뜻으로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에 한번 이상 맞고 수비수가 그것을 잡아서 아웃으로 처리하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몇 번의 안타가 만들어졌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어렵다.) 쉽게 설명하면 투수를 포함, 수비하는 입장에서 BABIP이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 피안타율이 높다는 것이므로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며, 반대로 타자의 입장에서는 인플레이 내야 안타를 많이 만들었다는 뜻이므로 BABIP가 높을수록 운이 좋거나 타자의 발이 빨랐다는 의미다.  

●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라는 뜻으로 투수가 수비수들의 도움 없이 자신의 역량으로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지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야구 연구가들은 특정 투수의 미래 평균자책점을 산출하는 방법으로 FIP를 사용하기도 한다. 계산법은 다소 복잡하므로 그냥 이런 수치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자. 

[계산법 = {13×홈런+3×(볼넷-고의사구+몸에 맞는 공)-삼진×2} ÷ 총 이닝 + 시즌상수(3.20)]

 

물론 초급 정도까지만 제대로 이해해도 야구를 보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이 있듯이 야구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알면 그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는 재미가 커진다. 위에 열거한 데이터를 통해 야구에 대한 시야가 조금이라도 열리게 되는 분이 있다면, 하루 종일 KBO 홈페이지와 스카우팅 리포트를 연신 뒤적이며 수치를 선별한 나름의 고생에 대한 보람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