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하방 압박을 크게 받은 상태에서 친 가상자산 은행인 실버게이트 자체청산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으나 역설적으로 실리콘밸리뱅크(SVB) 및 시그니처뱅크 폐쇄 당시에는 오히려 상당한 수준의 시세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일론 머스크의 트윗과 같은 특수한 사례나 갑작스러운 규제가 아니라면 2018년 이후 큰 틀에서 주식시장과 커플링되는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비록 팬데믹 기간에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으나 반감기 등의 이슈를 복합적으로 따져보면 최근까지 커플링 기조가 유력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을 선언할 때마다 강력한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또 달라지고 있다. 아직 커플링 기조가 여전하지만 조금씩 자체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2018년을 기점으로 제도권 내부에 안착해 커플링 과정을 거친 후, 그와 별개로 또 다른 규모의 경제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커플링' 비트코인
정체불명의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태생부터 제도권 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상자산이다. 백서를 통해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 국 중앙은행이 보여준 '탐욕'에 경종을 울리고자 비트코인이 탄생했음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중앙집중형 중앙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탈 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의 위에 비트코인이 얹혀지는 순간이다.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던 비트코인은 채굴 방식이 아닌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이더리움 시대가 도래해도, 3세대와 4세대 가상자산들이 뒤이어 출현했음에도 여전히 시장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코인)으로 나눌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다만 2018년 이전까지는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있었다. 2009년 비트코인 탄생, 2011년 미 타임지의 최초 비트코인 보도 및 최초의 알트코인 네임코인의 등장, 2012년 최초의 비트코인 재단이 설립된 후 최초의 반감기에 이은 2016년 두 번째 반감기가 올 때까지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권 금융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2013년 독일 정부가 비트코인을 일시적으로 합법적인 화폐로 인정하고 몇몇 상점들이 비트코인 결제를 받아들이는 한편 2014년 당시 글로벌 2위 거래소인 마운트콕스가 해킹으로 무너지는 등 소소한 이벤트는 있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별스러운 이들의 별스러운 디지털 놀이' 정도로 취급됐다. 물론 큰 돈이 오가기는 했으나 연이은 해킹과 관련업체 파산 등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소위 '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흐름이 달라진 것은 2018년부터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몸집 전반이 커지며 충돌이 벌어지는 한편, 시장 자체가 제도권 내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트윗. 출처=갈무리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트윗. 출처=갈무리

물론 매끄럽게 벌어진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7월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부정적인 트윗을 통해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며 규제없는 암호화폐는 불법적인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으며 비슷한 시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도 “모든 암호화폐에 대한 공통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기존 금융업계 및 당국, 심지어 국가 지도자들이 리브라를 견제하는 이유는 ‘금융질서 훼손’에 있다. 탈 중앙화의 비트코인 등장으로 기존 금융질서의 훼손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금융 안착 시도는 연이어 벌어졌다. 실패기는 했으나 한때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안착을 꾀하기도 했다.

이러한 입체적인 흐름속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2018년과 2019년 제도권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진통은 있었으나 덩치가 부쩍 커버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을 외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주요국 증시와 '커플링'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증시가 오르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도 오르고 증시가 내리면 가상자산 시세도 추락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리브라 로고. 출처=페이스북
리브라 로고. 출처=페이스북

흔들리는 커플링?...또 다른 도약일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2018년부터 주식 시장과 커플링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금리인상이 단행되며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들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주요국 증시와 함께 동반 하락하는 패턴을 자주 보였다.

다만 팬데믹 기간에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팬데믹 초반 주요국 증시가 하락할 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디지털 안전자산의 지위를 일시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테슬라 결제 인프라 선언 및 번복, 각 국 정부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관련된 급진적 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커플링은 일시적으로 깨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을 더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 및 FTX 사태 등이 벌어지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증시와는 별도로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비트코인은 전달 3만7000달러에서 2만6000달러로 수직하락했다. 52주 연속 신저가다. 여파는 6월까지 이어져 1만7000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달 대비 무려 -37%의 하락세였다. 당시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던 미 증시가 등락은 보였으나 어느정도 선방한 것과 비교하면 디커플링 분위기가 다소 감지된다. 

FTX 사태 당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FTX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비트코인 시세는 1만5000달러까리 하락해 전달 대비 -16%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금리인상 공포가 커지고 있어 미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으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정도의 낙폭은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친 가상자산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자체 청산에 돌입한 후 기존 2만달러 고지선이 깨진 것과, 실리콘밸리뱅크 및 시그니쳐뱅크가 무너졌음에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오히려 상승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주요국 증시 상황과는 별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흐름이 자체적인 '규칙'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내 4대 거래소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정국에서 시세가 크게 하락하는 등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면서도 "시장 전체가 몸집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내부 이슈'가 조금씩 판을 주도하는 분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르M이 글로벌 동접 20만명을 넘겼다. 출처=위메이드
미르M이 글로벌 동접 20만명을 넘겼다. 출처=위메이드

주식과의 커플링, 디커플링 문제를 떠나 단일한 유력 가상자산이 자생력을 갖고 상승 동력을 창출하는 일도 벌어진다.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대표적이다. 한때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에서 퇴출됐으나 최근 동시접속자수 20만명을 기록한 미르M 글로벌을 바탕으로 인터게임 이코노미(Inter-game Economy)를 구축, 극적인 시세 반등을 끌어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외부의 강력한 변수에도 어느정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사례"라며 "증시와의 커플링이 단기간에 깨지기는 어렵겠으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에 내부의 '규칙'이 조금씩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