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 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 = 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잇따라 은행들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만 벌써 3곳의 은행을 직접 찾는 광폭행보를 이었다. 특히 이 원장이 다녀간 모든 은행들이 금리 인하 등의 금융지원을 내놓고 있다. 

이 원장 방문한 은행마다 금융지원 발표…다음 행선지는?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을 직접 찾아 상생 노력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3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은행 순회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부산 남구 소재 부산은행 본점을 찾았다.

다음날인 9일에는 여의도에 위치한 KB국민은행 본점을 찾았다. 15일 동안 3곳, 5일에 한 번꼴로 은행을 직접 방문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등 다른 은행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향후 이 원장이 몇 곳의 은행에 더 방문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원장이 방문한 은행들이 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이 원장이 방문한 지난 9일 금융소비자의 고통 분담과 상생을 위한 금융 및 비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신규 신용대출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인하를 결정했다.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포인트 인하한다. 아울러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 ‘KB국민희망대출’을 3월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은행권 최초로 KB국민은행은 해당 상품을 500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등 기업고객을 위한 지원책도 내놓았다. 중소기업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 금리인하 프로그램 운영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자영업자를 위해서는 매년 200억원씩 3년간 총 6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은행도 총 1조6929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밝혔다. 우선 판매 중인 주택·전세·신용대출 전 상품의 신규 대출금리를 3월 중으로 인하한다. 또 다음달에는 기존 대출 차주에 대한 금리 인하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햇살론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잔액의 1%에 상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해주는 프로그램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으로 하는 안심 고정금리 특판대출의 출시를 발표했다.

이같은 금융지원책을 내놓는 은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의 은행 순회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방문하는 곳들 역시 앞선 은행들의 행보를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은행 순회는 다소 낯선 풍경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여러 은행을 찾아다니는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다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렇다 보니 이 원장은 오는 7월 퇴임 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퇴임설에도 휘말리고 있다.

취임 후 대중의 이목이 모이는 대외활동을 이어왔는데, 은행 순회는 다소 이례적이기까지 한 행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원장의 대부분 활동들이 서민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 해소라는 연결되는 주제가 많다 보니, 일각에선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 원장은 이 같은 퇴임설에 대해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일종의 퍼포먼스로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취임 후 활동들을 살펴보면 취약계층과 관련된 금융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사안들이 주를 이루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장의 행보가 부정적으로 비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금융권 종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은행들의 금리 인하 등 소비자에게 직접 체감되는 결과물을 만들고 있어서다.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34)는 “빠른 시일 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특히 상황 자체가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내려간다는 점 등이 반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