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명소 도톤보리. 사진=모두투어.
일본 오사카 명소 도톤보리. 사진=모두투어.

엔저(円低·엔화 가치 하락) 충격에 무비자 자유여행까지 허용되자 일본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국내 인기 관광지, 특히 코로나19 최대 수혜지로 꼽힌 제주도와 강원도 등은 비상이 걸렸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4.39엔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달러당 145.89엔까지 치솟아 일본 중앙은행이 24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엔저 영향으로 일본여행 예약도 폭증하고 있다. 앞서 롯데관광개발이 선보인 오는 11월 3박4일 일정으로 출발하는 미야자키 단독 전세기 여행 상품은 전좌석 436개가 모두 판매됐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 일본여행 상품 역시 잔여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여행 수요에 힘입어 국내 항공사들도 ‘알짜 노선’인 일본 노선에 대한 공격적인 증편에 나섰다. 티켓 할인 전쟁으로 항공권 가격은 더욱 싸지고 일본여행 수요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도쿄(나리타) 노선을 주 10회에서 12회로 주 2회 증편한다. 에어부산도 이달 11일부터 부산-후쿠오카, 부산-오사카 노선을 매일 왕복 1회로 증편 운항할 예정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의 입국 조치 완화 및 엔저 현상으로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돼 일본 노선 증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행객들의 반응을 살펴봐도 여행지 대세는 벌써 국내보다 일본으로 기운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그 동안 코로나 때문에 제주가 신났었지, 3박 경비면 일본가지 이젠”, “국내 관광지 업주들의 렌트카와 횟값 등 바가지 요금에 진절머리 났다. 그 경비로 일본, 태국으로 떠날 거다”, “3달 전에 제주도 2인 왕복 80만원에 갔고, 이번엔 도쿄 2인 왕복 80만원에 다녀왔다. 제주 갈 이유 있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올 여름도 국내 인기 여행지에서는 ‘바가지 요금’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제주 렌터카 비용은 하루 최대 20만원까지 치솟는 등 배짱장사가 기승을 부렸다. 제주시는 ‘청정제주, 공정가격, 착한여행’ 달성을 목표로 휴가철 담합과 부당요금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동해, 강릉, 양양 등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강원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이에 올해 들어 7월까지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강원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과 관련된 품목으로 분류되는 승용차임차료, 국내항공료, 국내단체여행비 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강원도, 제주도는 각각 5.9%, 5.8%다. 휴가철에 수요가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해외길이 막혀 국내로 여행수요가 몰렸으나 바가지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건 심각하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일본, 중국 등 주변국으로 여행족들이 흘러나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여행의 극성수기로 분류되는 가을, 겨울 시즌이 돌아온 만큼 관광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