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한솔제지
제공=한솔제지

국제펄프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연달아 경신하면서 펄프·제지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업체들의 생산 차질,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의 요인이 국제펄프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에 따른 기대감이 관련주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풍제지(002870)는 올 하반기(7월1일~23일, 종가 기준) 들어 8.4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무림P&P(009580)(12.30%), 한국팩키지(037230)(22.30%), 페이퍼코리아(001020)(26.76%) 등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종이 원료로 쓰이는 펄프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8월 말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의 가격은 톤당 1030달러로 집계됐다. 국제 펄프 가격이 톤당 1000달러 선을 넘어선 건 2018년 이후 약 4년 만으로, 지난 1월(675달러) 대비 52.6%나 급등했으며,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요 공급선인 핀란드 UPM(글로벌 CAPA대비 7.5% 수준)의 파업과 코로나19로 인한 브라질의 브라셀, 칠레의 아라우코의 가동 지연(250만톤 규모) 등이 펄프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속, 국내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 우려 심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펄프 가격의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펄프 가격 상승은 국내 제지업체의 판매가격 인상과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국내 1·2위 제지업체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는 지난 5월 1일부터 출고되는 인쇄용지 가격을 15% 인상한 바 있다. 펄프와 고지의 가격 급등과 물류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펄프·제지업계의 전통적 성수기가 다가왔다는 것도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제지 사업은 교과서, 달력, 쇼핑백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 4분기가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펄프는 제지의 원료로 그에 앞서 3분기가 성수기다. 코로나19 시기 성장이 정체됐던 만큼 실적 기저효과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이후 친환경 소재 관련 사업 다각화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최근 국내외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중심으로 종이 빨대·봉투 등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솔제지는 생분해 가능한 특수지 포장재 ‘프로테고’와 ‘테라바스’를 선보이며 친환경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환경 신소재인 ‘나노셀룰로스’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솔제지의 전체 매출 중 친환경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8.1% 수준으로, 지난 2018년(47.8%)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국제 펄프가격 상승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기업으로 무림P&P를 꼽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표백화학펄프를 생산하는 업체로, 수입 기업들보다 이익상승 폭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흥국증권은 이날 무림P&P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7500원에서 8500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당초 전망치를 크게 하회 했지만, 이는 대보수에 따른 생산 및 판매 차질 때문으로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당장 3분기부터 이익이 정상화되고 4분기에는 이익의 극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펄프 가격의 강세가 인쇄용지와 펄프 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제지 및 펄프 부문의 수익성도 크게 강화될 것이다”라며 “실적의 주요 변수인 우드칩 수입과 제지 수출 부문 관련 물류비용 또한 해상운임 강세가 하반기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익성이 큰 폭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