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MZ 세대 겨냥 신제품 이미지.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MZ 세대 겨냥 신제품 이미지. 출처=CJ제일제당

유통업계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MZ세대를 전면에 내세운 신제품과 마케팅이 쏟아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통가의 ‘MZ세대 유치전’을 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이들 세대의 잠재 구매력을 파악,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두부면·생면·녹즙 등 주요 상품 고객층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MZ세대를 겨냥한 테라 스푸너(병따개)부터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한 레깅스, 골프용품 출시에 나서며 이색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은 최근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기획 상품 20여종 출시 계획을 내놨다. 주요 상품은 동전 모양의 밸런스밀 단백질 코인쿠키, 한입 크기의 닭가슴살 간편식 ‘큐브 톡톡’, 쁘띠첼 마시는 젤리, 순두부 아이스크림 등이다.

유통업계의 MZ세대 공략을 바라보는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김소연(가명)씨는 “특이한 굿즈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구매해온 것들이다 보니 새로운 느낌은 덜하다”며 “많은 기업들이 상품을 잘 팔기 위한 목적으로 MZ세대라는 단어를 끼워넣고 있는 듯한 인상도 종종 받는다”고 평가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상품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20대 취업준비생 최수진씨(가명)는 “비트코인이 2030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만큼 코인쿠키 단어에서 곧바로 비트코인이 연상돼 씁쓸했다”고 전했다. 20대 취업준비생 차민성(가명)씨 역시 “코인쿠키 어감상 비트코인으로 탕진하는 MZ 세대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제품명을 둘러싼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인쿠키는 건강·헬스 등에 신경 쓰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기획한 건강 지향 제품”이라며 “코인쿠키 단어는 코인 노래방, 인형뽑기 등 동전이 사용되는 놀이문화를 통칭하는 ‘코인’의 의미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MZ세대 잠재 구매력 확보 ‘사활’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소비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에도 유통가에서 MZ세대를 띄우는 이유는 이들 세대의 잠재 구매력 때문이다. 또 SNS를 통한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MZ세대의 경우 이전 세대와 달리 관심사나 취향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연령대가 굉장히 넓은데, 이는 곧 이들 세대로부터 상품 판매와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고 반응을 이끌어내면 앞으로의 20년이 보장된다는 의미”라며 “결국 코인쿠키나 여타 MZ세대 마케팅도 이들 세대만이 공유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에 포함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은 현재 시점에서 소비력이 한창 올라오는 소비층으로, 유통업계도 이런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어릴 때부터 소비에 능통했던 Z세대(1996년 이후 출생)가 제품 추천 등의 방식으로 부모의 소비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관찰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MZ세대 영향력도 커지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의 니즈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일관된 목표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가 뚜렷한 특성을 드러내는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파악 자체가 어려웠던 윗세대와 달리 MZ세대는 디지털 미디어 발달에 힘입어 기업들이 얼마든지 접근,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면서 “표현에 능숙하고 기성세대와는 선택의 결이 다른 특징을 기업들이 포착해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또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고관여 제품을 제외하면 상품 구매시 면밀하게 정보를 탐색하거나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을 생략한다”며 “결국 특정 세대가 선호하는 상품군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따라 지속적인 상품 판매가 담보되는데, MZ세대 마케팅은 소비 수요를 붙들기 위한 일종의 방책인 셈”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