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출처=우리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우리은행이 선진화된 금융서비스로 꼽히는 ‘공급망 금융(SCF)’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는 7월 선보일 자체 디지털 플랫폼 명칭으로는 ‘WON(원) 비즈플라자’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WON 비즈플라자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확보를 돕는 ‘유동성 오아시스’가 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은행, ‘WON 비즈플라자’로 공급망 금융 시장 공략 나서

12일 우리은행은 오는 7월 출시할 SCM&F(공급망 관리 및 공급망 금융) 디지털 플랫폼명을 WON 비즈플라자로 낙점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우리은행은 특허청에 WON 비즈플라자에 대한 상표권 출원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WON 비즈플라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금융은 원자재 조달부터 제품 생산 및 유통, 최종 판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전반을 최적화하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운전자금을 안정적이고 빠르게 지원하는 서비스다. 기존 SCM(공급망 관리)나 매출채권 팩토링의 한계를 보완할 선진국형 금융 서비스로 평가 받는다.

기존 SCM솔루션은 재화 배치 등 시스템 효율화에 기여했지만, 대금 지급 전 유동성 확보나 환율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러시아에 소비재를 공급하고 루블화로 결제 받는 기업이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루블화 폭락으로 손실 폭이 늘거나 이익이 주는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신한금융투자 황성환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며 공급망관리 중요도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환율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환선물 계약이나 대출채권 팩토링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요는 있으나 중소기업에 선뜻 손을 내미는 은행이 많지 않던 영역이 공급망 금융이었던 셈이다. ‘기업금융 강자’로 불리는 우리은행이 공급망 금융을 디지털 전환의 핵심 과제로 삼고 전면적으로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계약서만으로 진행…자금조달 속도 빨라진다”

그간 우리은행은 롯데멤버스·쏘카·세븐일레븐 등과 제휴를 맺으며 공급망 금융 파트너십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7월부터는 선정산 온라인 플랫폼 ‘비타페이’에 우리은행의 ‘기업 모바일 금융몰’을 입점해 소상공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이 공급망 금융 확대에 고삐를 당기던 우리은행이 자체플랫폼 구축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WON 비즈플라자 출시를 위해 공급망관리 SW기업 ‘엠로’와 협업 중이다. 공급망금융 전용상품 개발은 우리은행이, 플랫폼 구축은 엠로가 맡는다. 황성환 연구원은 “엠로는 지난 20여 년간 구매 전략 컨설팅부터 최종 시스템 구축까지 단계별 SCM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온 기업”이라면서 “산업 특성상 솔루션 도입 이후 해지율이 적어 높은 록인(Lock-in) 효과를 지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WON 비즈플라자 출시로 공급망 금융 서비스과 함께 소상공인 컨설팅, 해외송금, 매출장부 서비스 등 종합경영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이 특허청에 출원한 WON 비즈플라자의 상품 분류에는 ‘구매금융업(36류, S0201)’과 함께 ‘상품매매 계약중개업(35류, S123101)’, ‘광고 및 판촉대행업, 상거래협상 수행 및 준비용 자문서비스업(35류, S0101)’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취급)실적 증빙이 필요한 무역금융과 달리, (납품·매매) 계약서 등 구매 거래 정보만으로도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라면서 “계약서만 가지고 진행되고 자체 공급망 금융 전용 플랫폼으로 진행하는 만큼, 더욱 빠르게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