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 공장에서 변색된 배추와 곰팡이 핀 무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투데이 방송화면 캡처.
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하는 김치 공장에서 변색된 배추와 곰팡이 핀 무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투데이 방송화면 캡처.

[이코노믹리뷰=김보라 기자] 명인 김치로 명성을 얻은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에서 썩은 배추와 무 등 불량재료로 김치를 제조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졌다.

지난 22일 MBC는 김치 제조업체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김치공장에서 썩은 배추와 무를 손질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공익제보자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내부 촬영 영상에는 직원들이 거뭇거뭇하게 변색한 배춧잎을 계속해서 떼어내고, 곰팡이가 펴 보라색 반점이 나타난 무를 손질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영상에서 작업자들은 불량 식자재를 다듬으면서 “쉰내가 난다”, “아이고 더러워”, “쓰레기만 나온다”, “나는 안 먹는다”, “‘이런 게 대한민국 명인 명장’ 이렇게 (광고를) 해서 (판매)하는 그 김치냐”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성식품은 보도 다음 날 김순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해당 진천공장에 대한 무기한 폐쇄 조치에 이어, 부천과 서산, 정선 등에 소재한 3개의 직영공장도 가동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한성식품 자회사 공장은 지난 2006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 관리인증기준(HACCP, 해썹)’ 인증까지 받았다. 해썹 인증은 인증등록일로부터 3년마다 품질 시스템 유지관리 상황을 재 심사해야 하지만, 해당 공장은 현재까지 보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공장이 2020년 현장 검사에서 기준 점수를 넘고, 법 위반도 없어 작년에는 현장 검사가 면제됐다”면서 “작년 서류 검사에 문제가 없어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잇따른 사고로 해썹 인증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의 위생 단속에 걸린 음식점·식품제조업체만 2만 6,972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CJ제일제당 만두에서 발견된 고무장갑, 던킨도너츠의 내부 공장 위생 논란 영상, 진성푸드 순대 제조업체의 내부 공정 영상 등 위생 문제가 발생했다.

장 모(60대) 씨는 “해썹 인증받은 기업이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었는데, 자주 위생 문제가 발생하니 왜 해썹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관리 감독도 못 하면서 해썹 인증만 남발하고 있는 모양새 아니냐"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썹 인증 까다롭다더니 못 믿겠다”, “해썹 인증 자체를 전부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현장 조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해당 공장 위생 상태와 원자재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정부는 김순자 대표에 대한 ‘김치 명인’ 지정 철회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업체를 불시점검했고 그 결과 제조시설, 환기구, 도마 등에서 위생관리가 미흡해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자꾸 반복해서 이런 일이 터지는 이유와 향후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식품 제조․가공업체를 포함한 식품 관련 영업자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