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ESG 투자는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는 한편, 기업 활동의 가치 평가 기준을 친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찾는 것이다. ESG 투자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회적 기업 육성과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꼽힌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임팩트 투자’다.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잘 알려진 임팩트 투자는 사회 및 환경적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재무적 수익도 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들의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과 차별화된다.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출처=한국사회투자

현재 SK그룹과 산업은행, 교보생명 등 대기업과 금융권에서도 임팩트 투자에 발 벗고 나서는 가운데, 민간 비영리단체로서 오랜 기간 국내 임팩트 투자 기반을 다진 곳이 있다. 2012년 설립,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비즈니스 조직을 대상으로 투자‧액셀러레이팅, ESG 경영컨설팅을 펼치고 있는 한국사회투자의 이종익 대표를 만났다.

한국사회투자, 임팩트 투자와 엑셀러레이터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사회적기업은 총 3,064곳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7년(55곳) 이후 2018년(2,122곳) 2,000곳을 돌파했고 3년 만에 3,000곳에 이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취약계층의 고용안정에 기여하며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문제는 세금을 활용한 복지적인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기업의 자생은 민간 차원에서 필요한 요소다. 다만 사회적기업의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역시 자금조달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금융권에서의 자금조달이 원활치 않아 발생하는 자금경색의 문제가 있다.

이 대표는 “금융은 자금이 넉넉한 주체가 필요한 주체에게 공급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현실은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은행 등 금융권 ESG 패러다임이 바뀌고 유럽의 윤리은행과 같은 사회적은행 모델이 등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은행 조달 환경이 어려운 점을 강조하며, 대안으로 사회적은행 도입을 피력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임팩트 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파생되는 임팩트가 큰 곳을 찾아 투자한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책임투자, 사회투자 등과 같이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자를 통해 경제적 수익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한 자본을 투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의 핵심이다.

여기에 한국사회투자는 액셀러레이팅과 경영 컨설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사회투자는 2012년 설립 이후 약 200여개 조직에 650억원 규모의 투자와 경영 컨설팅을 수행했다.

이 대표는 “처음 투자 후보 기업들을 스크리닝할 때 가장 먼저 이뤄지는 것이 기업에 대한 임팩트 평가”라고 밝혔다.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업인지, 이를 통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와 경영진의 진정성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철저하게 재무적 관점으로 IR 자료 작성 여부와 성장률, 밸류에이션 평가 등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수익 창출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가 복지 개념이 아닌 새로운 사업 육성과 새로운 투자 기회로 인식되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펀드의 규모다. 이 대표는 민간이나 기업과 협력해 펀드를 대규모로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팩트 투자 대상 기업은 늘어나고 있지만 자금 규모가 부족한 데 따른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기부와 같은 위탁에 의한 펀드 운영보다 자펀드를 크게 만들어 우리 투자 철학에 맞는 임팩트 투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비영리 법인에 대한 비우호적인 투자 규제도 해소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ESG 경영, 과거와 현재

ESG가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ESG 경영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한국사회투자에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소비와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업의 ESG 경영 시계가 더욱 빨라졌다. 이 때문에 컨설팅에 대한 문의도 차츰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초기에는 ESG를 CSR(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인식하고 CSR 부서에서 ‘ESG를 어떻게 하면 되나’라는 문의가 많았는데, 올해부터 회사의 기획이나 전략 파트에서 ESG를 주도하고 CSR을 보조하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했다.

또 “기존 예산 안에서 CSR 목표 달성만을 추구했다면, 차츰 ESG 가치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는 일부 기업의 경우 ESG 전략 셋업이 완료된 곳도 있다”며 “이 경우 사업전략과 비즈니스모델, 상품까지 통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ESG 경영이 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생산, 물류 소비자 AS(애프터서비스)까지 기업활동의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하는데, 전사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업의 ESG 인식이 이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ESG를 왜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대로 된 ESG 적용은 기업 전체의 체계 변화와 같고, 투입되는 리소스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실제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