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바이오젠
바이오젠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바이오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이 에자이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용 신약 ‘아두카누맙’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난항 중임에도 다른 국가에서 승인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기존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는 회복보다는 증상 완화에 효능을 나타내지만, 아두카누맙은 임상에서 회복 가능성이 나와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허가 절차는 난항을 겪고 있다. FDA는 추가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다는 등의 이유로 승인 기일을 3개월 연장했다. FDA 자문위원회 소속 의사들은 아두카누맙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미국과 유럽, 일본 이외에도 캐나다, 스위스, 호주, 브라질 등에 아두카누맙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FDA, 아두카누맙 승인 결정 6월 7일로 연기

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FDA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 승인 결정을 올해 6월 7일로 연기했다. 연기 이유로는 FDA가 추가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젠은 앞서 FDA의 추가 분석 및 임상 데이터 등 정보 요청에 대한 답변을 제출했다. 아두카누맙이 새로운 기전을 나타내는 신약인 만큼 승인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 신약에 대한 의료 미충족 수요는 높다. FDA가 승인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는 도네페질, 메만틴, 도네페질+메만틴 복합제, 리바스티그만, 갈란타민 등이다. 이들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병 자체가 아닌 알츠하이머병에 따라 발생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의약품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중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기전을 나타내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을 활용한 임상 3상 ENGAGE(1647명)와 EMERGE(1638명)을 진행하던 중 18개월 동안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1784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용성평가를 했다. 이후 효용이 미미하다고 판단해 오는 2022년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임상을 조기에 중단했다. 바이오젠은 중단 결정 후 기존 1784명의 데이터와 6개월 동안 추가된 환자 278명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임상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은 무용성평가에서 효능이 적다고 나온 이유로 고용량 아두카누맙을 투약받은 환자 수가 적은 소규모 데이터에 근거한 점을 꼽았다.

바이오젠은 “검토 기간 동안 FDA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보이는 독성 덩어리는 신경세포 사망을 일으킨다.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합성 항체”라고 설명했다. 이 기업은 이어 “만약 아두카누맙이 승인되면 잠재적으로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최초의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DA 자문위 소속 전문의, 아두카누맙 승인 반대

FDA 자문위 소속 전문의 3명은 아두카누맙의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칼렙 알렉산더, 워싱턴대학교 스콧 에머슨,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브리검여성병원 아론 케슬하임 교수 등은 논평을 통해 아두카누맙 임상은 FDA가 해당 약물을 승인하기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아두카누맙 임상 3상 2건 결과. 출처=바이오젠
아두카누맙 임상 3상 2건 결과. 출처=바이오젠

아두카누맙은 임상 3상 2건에서 상반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ENGAGE 임상 결과 1차평가지수인 치매 임상 평가 척도 박스 총점(CDR-SB)를 충족하지 못했고, 2차평가지수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반면 EMERGE 임상에서는 고용량군에서 1차평가지수를 달성했다. 위약군 CDR-SB 평균변화량은 기저치 대비 1.74점이 증가한 반면 아두카누맙 고용량 투여군은 1.35점만 증가해 위약 대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췄다. 2차평가지수 역시 EMERGE 연구에서는 유의하게 개선 효과를 보였다. 저용량군은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전문의 3명은 “무용성평가에 따라 임상이 중단된 점을 고려했을 때 고용량과 저용량 모두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있는 임상보다 2개 치료군 중 1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 임상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를 뒷받침할 설득력있는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두카누맙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로는 허가시 환자에게 위험(Risk) 대비 혜택(Benefit)이 더 높다는 점이 꼽힌다. 효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허가를 위한 데이터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약효는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무용성평가 후 임상을 중단했다”면서 “새 임상 디자인으로 추가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원칙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젠, 아두카누맙 글로벌 곳곳에 허가 신청

바이오젠은 미국과 유럽, 일본 외에도 캐나다, 스위스, 호주, 브라질 등에 아두카누맙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바이오젠의 미셸 보나초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2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우리는 아두카누맙의 광범위하고 공정한 출시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이외에 최근 캐나다, 스위스, 호주, 브라질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미셸 보나초스 CEO는 이어 “우리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갖춘 주요 치료 사이트를 확인하고 평가했다. 600곳 이상에서 잠재적인 승인 후 곧바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를 바이오젠의 혁신적인 해를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아두카누맙의 승인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