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당근마켓 등 개인 간 거래, 즉 C2C 플랫폼이 판매자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을 확보해 분쟁이 벌어질 경우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약간의 조정을 받았습니다. 

당근마켓은 물론 ICT 플랫폼 업계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도 가슴 한 켠이 답답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사업하지 말라는 뜻?"
C2C 플랫폼 당근마켓은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닙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이자 그 자체로 세상 만물의 비즈니스 형태를 지역이라는 '지역'이라는 형태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의 당근마켓 주력은 역시 오프라인 중고거래이기 때문에 최근 감지되기 시작한 규제의 흐름이나 당근마켓에 대한 일반의 접근은 역시 '중고 물품거래' 그 자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중고거래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전화번호만으로 쉽게 가입을 할 수 있는 당근마켓이 더욱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한 발 더 나아가 분쟁이 벌어졌을 때 공적분쟁조정기구를 거쳐 구매자에게 판매자 성명·전화번호·주소 제공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당근마켓은 앞으로 성명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의무적으로 수집하고 만약 분쟁이 벌어졌을 때 판매자 정보를 즉각 구매자에게 전달하도록 한 셈입니다.

물론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효과적인 피해자 규제를 위해 플랫폼에 다양한 제동 장치를 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 상황이 심각하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면 즉각적인 대비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입법 예고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다른 좋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조건적인 플랫폼 규제만 추구하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당근마켓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당근마켓에서 사기꾼이 활동하다 플랫폼을 탈퇴할 경우 당근마켓이 개인정보확인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사기꾼을 특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당근마켓은 가입시 전화번호를 등록하게 되며, 탈퇴하였더라도 관련법령 및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따라 계정 정보와 대금결제 및 재화의 공급에 대한 정보를 5년 동안 보관하고 있어 수사에 필요한 범죄자의 '전화번호, 거래내용, 채팅 내 기재된 계좌번호' 등을 제공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반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분쟁이 벌어졌을 경우 판매자의 정보를 무조건 구매자에게 전달하라는 것은 섬뜩할 정도의 기계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분쟁의 종류도 다양한데다 냉정하게 말해 해당 정책은 악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당근마켓
출처=당근마켓

일단 큰 고비 넘겼지만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개인정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나섰습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온라인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개인판매자 정보 확인 의무와 개인 정보의 소비자 제공 의무를 규정한 조항은 국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고, 결국 28일 "소비자 보호와 판매자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인간 거래시 필수정보인 연락처 및 거래정보를 공적 분쟁조정기구에 대해서만 제공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5,900만 여건의 비실명거래 중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368건(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통계)에 불과한 점과 지난해 기준 경찰청에 접수된 사기민원 약 12만건 역시 대다수가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실명확인을 통해 성명과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경우인 점을 고려시 소비자보호를 위한 일률적인 개인판매자 정보 수집 의무화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개보위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로 하여금 중개서비스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 및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 최소 수집의 원칙과 배치됨으로써 개인판매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성명·전화번호·주소 등을 의무적으로 확인(수집)토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 최소 수집의 원칙과 배치되고 개인판매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 사실상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내용 일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공정위도 이를 받아들여 "의견을 존중해 권고안을 반영한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ICT 플랫폼에 대한 필요 이상의 규제 가능성이 여전히 넘실거리는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비슷한 수준의 상황인식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관련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건전한 토론과, 논의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