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구 수성구의 공도에서 현대자동차 경형 SUV 베뉴가 운전면허 교습용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지난 6일 대구 수성구의 공도에서 현대자동차 경형 SUV 베뉴가 운전면허 교습용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운전면허학원과 면허시험장에서 운행되는 차량이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베뉴’로 세대 교체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SUV 열풍이 운전면허 시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시험 현장에서 약간의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9일 <이코노믹리뷰> 취재 결과 일부 지역의 운전학원이나 운전전문학원들이 베뉴를 2종 보통 면허의 교습·시험차량으로 도입하고 있다.

운전학원은 운전면허 응시생을 교육하기만 하는 시설이고, 운전전문학원은 운전면허시험 응시생을 가르친 뒤 시험도 치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운전전문학원과 도로교통공단 산하 시험장 등에서만 운전면허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는 베뉴는, 앞서 지난 2019년 출시된 뒤 사회초년생이나 초보 운전자들의 첫 차나 고객들의 주요 운행 차량 외 세컨드카로 각광받고 있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SUV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모델이지만 고유 디자인과 각종 편의사양을 갖춘 등 가성비 좋은 차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뉴가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채택된 것은 현대차, 기아 등 두 업체의 판단에 따른 결과다.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운행할 만한 모델을 생산하는 동시에 수리, 정비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두 업체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현대차나 기아가 어떤 차량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학원과 공단의 선택지가 좌우됨을 의미한다.

베뉴가 차세대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현대차·기아 양사 라인업 전략의 결과다. 베뉴의 동급 모델로 기아 경형 SUV 스토닉이 판매됐었지만 지난해 말 수요 부진 탓에 단종돼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다. 이외 동급 모델로 기아 모닝·레이 등이 판매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차량별 생산공정 가동률이나 수익성 등을 고려해 운전면허용으론 공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측에선 현대차그룹 내부 판단에 따라 공급되는 모델을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구매해 이용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갖지 않는다. 운전면허용 차량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라인업 전략에 맞지않는 차량을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학원 측은 또 응시생이 취득한 면허의 종류에 따라 운행 가능한 여러 차급·차종별 차량을 자차로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기준에 맞는 어떤 차든 교습·시험 상황에서 운행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70조(기능시험 또는 도로주행시험에 사용되는 자동차등의 종별)에 따르면 2종 보통면허 취득 과정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길이(전장) 397㎝ 이상, 너비(전폭) 156㎝ 이상, 축간거리(축거) 234㎝ 등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관계자는 “현대차가 라인 가동률 측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학원의 공익성을 고려해) 전국 학원별 수요에 맞춰 베뉴를 공급해주기로 판단했다”며 “다만 향후 베뉴 외 운전면허용 차량으로 새롭게 투입될 차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운전면허 교습과 시험 과정을 각각 다른 차량으로 진행하는 응시생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전국의 일부 운전학원들이 베뉴를 지난해 말부터 교습차량으로 도입하고 있는 반면, 시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도로교통공단은 내년이 돼서야 베뉴를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단은 올해 응시생 부족 등 요인을 고려해 새로운 운전면허차량을 추가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면허시험 권한 없는 학원에서 베뉴로 운전을 배운 응시생들이 공단 산하 시험장에서는 액센트 등 베뉴 외 차량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운전면허용 차량 모두 세단이기 때문에 시트 높이 등 차량 구조가 다른 SUV 모델인 베뉴와는 주행 감각 측면에서 응시생을 혼란스럽게 만들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베뉴로 운전을 연습한 사람들은 (시험 차량으로 운전할) 액센트와 베뉴 서로 어떤 특성 차이가 있는지 강사에게 꼭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일부 응시생들이 일정 기간 운전 연습과 시험을 각각 다른 차량으로 실시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 공감했다. 다만 공단이 새로운 차량을 전격 도입하는 등 해당 사안에 즉각 대응하기엔 기관 운영 효율상 제한 사항이 있음을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보편적인 차량을 최대한 활용해 시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나라장터를 통해 새로운 차량(베뉴)을 조달한 뒤 시험장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