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우조선해양
출처=대우조선해양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합병이 3년 째 표류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이 다시금 악화되는 분위기다. 합병을 위한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보릿고개를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 지난해 어닝쇼크 유력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매출액 4조8000억원, 신규수주 77억달러로 연간 경영계획을 공시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7조3176억원에서 34.5% 줄였지만 수주 목표는 72억1000만달러보다 소폭 높여 잡았다. 특히 수주 목표는 오히려 지난해 수주 실적 56억4000만달러보다도 약 37% 높은 수준이다.

업황 반등 분위기에 공격적인 수주전략을 세운 분위기다. 올 연초부터 국내사들은 잇단 수주를 이어가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는 올 들어 모두 52억달러의 수주금액을 달성했다. 올해 조선 3사의 수주 목표 합산 304억달러의 17.1%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주율을 기록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LPG운반선 등 6척이 전부다. 수주 금액으로는 총 6억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의 8%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37척, 29억달러치를 수주해 올해 목표 149억달러의 19.5%를, 삼성중공업은 14척, 17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려 목표인 78억달러의 21.8%를 달성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과의 지지부진한 인수합병 절차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적인 선사들이 발주 후 합병 과정에서 일어나는 납기 지연 등 리스크를 우려해 발주를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가격이나 경쟁력 등이 비슷하다면 불확실성이 낮은 기업에 발주를 맡기는 것이 안정적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회사의 수익성 창출 능력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지표는 최근 지속 악화되고 있다. 계약 취소로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였고 일감이 줄어 도크가 비어가는 상황에서 고정비만 나간 탓이다. 2017년 대규모 감자로 간신히 회복한 기초체력이 바닥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과 2018년에 영업이익 7165억원과 1조444억원을 달성했고 당기순이익도 각각 6458억원과 32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9년 영업이익이 2928억원으로 급감했고 당기순손실도 577억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영업이익률도 2017년 6.7%, 2018년 10.9%에서 2019년 –3.2%까지 내려앉았다. 

아직 발표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해 또한 낮은 실적을 받아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전망하는 대우조선해양의 작년 매출은 1조9320억원, 영업이익 527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73%, 65.91% 줄어든 수치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출처=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출처=대우조선해양

합병 지지부진한데…  분식회계 배상금까지

작년도 실적은 과거 수주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다. 2016년~2017년 대우조선해양의 합산 신규수주는 45억달러에 그쳤다. 조선사들의 경우 통상 2~3년 전의 수주결과가 실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신규 수주도 저조하다 보니 채산성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도 전년 대비 6% 가량 하락한데다, 지난해 12월 30일에 공시된 90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수주계약 해지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유상증자 전 발행 주식 총수를 1억720만5752주에서 1억729만669주로 늘린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업결합심사 최종 승인시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마련해 차입금 등을 해결할 구상이었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과의 합병이 3년 째 표류하면서 상황은 절박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841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유입보다 유출이 더 커졌다는 말이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시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올해가 사업 규모가 줄어드는 해라는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며 “올해 수주목표 달성 여부에 회사 생존이 달려있으며 수주 경쟁력 확보는 위기 극복의 시작점이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절대적 가치가 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법원이 대우조선해양에 612억원 배상 판결을 내면서 재무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상황에 놓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2014년 매출액을 부풀리거나 자회사의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회계 장부를 조작해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바 있다. 이에 법원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 혐의로 기관투자자들에게 612억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7일 결정했다. 회사는 항소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최종 패소시 재무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의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지는 기업결합심사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그해 말 중국이 승인하면서 현재는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등 3개 경쟁 당국의 심사만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합병의 핵심으로 꼽히는 EU의 심사는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EU에서 별 다른 액션이 나오지 않아 현대중공업도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반기가 4개월 남았는데 과연 이 안에 심사가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즉, 합병 후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합병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말이다. 

회사는 올해 모든 임직원이 동참하는 극한의 원가 절감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성근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솔선수범의 자세로 2015년부터 실시해온 기존 임금반납의 규모를 확대하여 최대 50%까지 반납한다. 직원들도 시간 외 근무를 최소화하고, 보유 연차를 소진하는 등 인건비 및 경비 절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필수불가결한 투자 외에는 지출을 최소화하고, 올해 주요 프로젝트의 인도대금과 추진중인 핵심운영자산 외 보유자산의 매각을 포함하여 1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 충당금은 이미 일정부분 쌓아놨기 때문에 실적에 바로 영향을 미치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 지속으로 선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강조하는 등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