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브랜드 재정비’ 카드를 꺼내면서 사업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부실한 브랜드는 떼어내고 온라인 브랜드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판매하는 미국 클래식 여성복 브랜드 ‘센존(St. john)’을 국내 진출 23년여 만에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한다. 올해 상반기 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온라인 전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센존은 30~50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여성복 브랜드다. 해외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센존의 옷을 입고 등장한 모습이 종종 포착돼 '힐러리 정장'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지난 1998년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들여왔고,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최초 진출한 국가다.

그러나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 속 캐주얼 패션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센존은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백화점 입점 매장 수가 지난 2011년 15개곳에서 최근 5곳으로 급감했다.

패션·라이프스타일 수익성 '뚝', 적자전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연초부터 효율화 작업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자회사 신세계톰보이(012580)의 용인 물류센터를 매각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남성복 브랜드 ‘코모도’ 사업을 중단하고 상반기 내 29개 매장 문을 모두 닫기로 했다.

그동안 코스메틱 사업으로 수익성이 강화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본업에 대한 신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지난해 패션사업 부진은 심화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8.1%, 73.9% 급감했다. 이중 전체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매출은 71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 줄었고, 영업이익이 68억원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의류사업 부진이 수입 브랜드 호조를 희석한 결과로 풀이했다. 4분기 상황도 부정적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3374억원과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6.2%, 61.4%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류센터 매각에 ‘코모도’ 사업 중단...비효율 사업 정리 본격화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발빠른 체질 개선 전략에 돌입한 분위기다. 매각된 용인 물류센터는 신세계톰보이가 유일하게 보유한 부동산 자산이었다. 지난 2010년 회사가 부도 처리되고 회생절차가 개시된 뒤 201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되는 과정에서도 매각하지 않을 만큼 핵심 자산이었으나, 신세계톰보이가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자 현금유동성을 위해 매각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코모도 사업 중단도 예정된 수순이었단 게 업계 시선이다. 지난 1986년 론칭된 코모도는 지난 2011년 정 총괄사장이 직접 인수해 육성한 브랜드로 '1세대 남성복'으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에도 적자세를 면치 못하면서 2018년 아동복 톰키드에 이어 코모도까지 사업을 중단했다. 현재 남겨진 브랜드는 여성복 스튜디오톰보이 1개 뿐이다. 

공교롭게도 센존과 코모도는 모두 정장 중심 브랜드다. 클래식 브랜드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침체까지 겹치면서 비용축소를 택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신세계톰보이는 2019년 한때 영업이익과 매출이 각각 50억원, 1420원으로 성장세를 달렸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브플먼트’.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옮겨간 소비패턴...오프라인 버리고 ‘온라인’ 강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3대 사업부문인 패션과 화장품, 자주(JAJU)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다. 

우선 패션부문은 온라인 유통채널에 맞춘 신규 브랜드 역량에 집중한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급격히 이동한 만큼 이에 맞는 전략을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론칭한 온라인 전용 여성복 브랜드 ‘텐먼스’와 ‘브플먼트’를 남성 컬렉션으로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7월 신세계백화점이 인수한 여성복 브랜드 ‘델라라나’와 ‘일라일’ 매장수를 현재 17곳에서 30여개로 늘리고 상품세분화를 통해 국내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로 키운단 전략이다. 

화장품사업은 최근 자체 방송 스튜디오를 제작해 라이브 커머스 역량 강화 발판을 마련한 만큼 고급화 전략을 유지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판권을 지속 확보하고 지난해 론칭한 자체 뷰티 브랜드 ‘로이비(LOiViE)’를 토탈 케어 브랜드로 키울 예정이다.  최근 각광받는 니치 향수 라인업에도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샴푸와 바디제품, 손세정제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영향으로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핵심사업으로 떠오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핵심상품 개발로 경쟁력을 끌어 올린단 전략이다. 최근 3주간(12월 28일~1월 20일)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하면서 채널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생활 속 필요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온라인 전용 브랜드들이 출시 이후 목표 매출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온라인 채널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한 만큼 이에 대응해 상품군을 다각화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