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13일(현지시간) '인종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프로펠 센터. 출처=애플
프로펠 센터. 출처=애플

애플은 왜?
최근 애플의 팀 쿡 CEO는 방송을 통해 중대사실을 발표할 것이며, 신제품에 관련된 내용은 아니라 설명한 바 있다. 당장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애플카의 비전이 큰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애플이 이번 중대사실 발표를 통해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의해 애플카의 비전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러가지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애플의 선택, 중대발표는 '인종차별 해소'로 밝혀졌다.

애플의 중대발표는 그 자체로 호불호가 갈린다. 애플카의 비전과 같은 확실한 비즈니스 전략을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종차별 해소'라는 키워드와 만나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다만 애플이 주목하고 있는 인종차별 해소는 온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며, 그 중심에서 글로벌 최고기업 애플이 전사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자임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애플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떠올리며 이민자들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악명이 높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상황에서 애플의 인종차별 해소 카드가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유독 애플의 팀 쿡 CEO와는 '브로맨스'를 자랑한 바 있다. 실제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애플의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은 핀셋정책으로 애플의 편의를 봐주기도 했으며, 애플은 미 오스틴 공장의 중국 이전 계획을 취소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커지는 한편 그의 시대가 저물어가자, 애플이 별안간 인종차별 해소 카드를 들고나와 눈길을 끈다. 이민자 유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끝나가는 가운데 인종차별 해소 카드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애플의 전략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 킹 센터. 출처=애플
더 킹 센터. 출처=애플

구체적인 내용은?
팀 쿡 애플 CEO는 인종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우리는 모두 보다 정의롭고, 보다 평등한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급한 과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프로젝트는 애플의 지속적인 노력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라면서 "우리는 학생과 교사, 개발자와 기업인, 그리고 커뮤니티 창시자부터 평등 지지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산업 및 배경을 지닌 파트너들과 함께 인종 평등 및 정의 이니셔티프(REJI, Racial Equity and Justice Initiative)의 최신 프로젝트를 출범할 예정으로, 이들과 협력해 아주 오랜 기간 인종차별주의와 차별주의에 큰 타격을 받아온 커뮤니티에 힘을 주고자 한다. 이러한 비전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우리의 말과 행동을 애플에서 항상 지향해온 평등과 포용의 가치에 부합하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플은 지난해 6월,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REJI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총 1억달러를 투입해 인종차별 해소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우선 HBCU(흑인대학, 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와 함께 프로펠 센터 개장을 지원한다. 애플은 2500만달러를 프로펠 센터에 기부한다. 프로펠 센터는 차세대 다양한 지도자를 지원하고자 마련되어, 혁신적인 교육 커리큘럼, 기술 지원, 취업 기회 및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프로펠 센터는 혁신과 교육 평등 단체인 에드 팜(Ed Farm)이 구상하고 설계했다. 에드 팜의 설립자 겸 이사회 회장이자 서던 컴퍼니의 부사장인 앤토니 오니(Anthony Oni)는 “특별한 프로젝트에서 애플과 손잡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프로펠 센터는 리더십을 함양하고 테크 및 더 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어, 미국 전역의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변화를 위한 디딤돌의 역할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애플은 나아가 HBCU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두 개의 새로운 보조금을 조성한다.
먼저 새로운 혁신 보조금(Innovation Grants)은 HBCU 공대들이 애플의 전문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실리콘 및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커리큘럼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새로운 교수진 지원 프로그램(Faculty Fellows Program)은 멘토십 프로그램, 커리큘럼 개발 지원 및 연구실 기자재 마련 기금을 통해 R&D를 연구하는 HBCU 교육가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굿 마샬 컬리지 펀드(Thurgood Marshall College Fund)에 대한 기부도 단행된다.

한편 애플은 디트로이트에 미국 지역 최초의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Apple Developer Academy)도 연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내 흑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 곳에서 애플은 두 개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30일 과정의 입문 프로그램은 앱 경제 커리어를 고려하고 있고 개발자가 된다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며 전체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고강도의 10-12개월 프로그램으로,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iOS 앱 경제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사업을 창업하는 데 필요한 스킬들을 익힐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향후 20년 간 다양한 창업자들의 1000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뉴욕 소재 벤처 캐피탈 회사인 할렘 캐피탈(Harlem Capital)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또 유색 인종 소유의 기업체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시버트 윌리엄스 생크(Siebert Williams Shank)의 Clear Vision Impact Fund에 25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한편 더 킹 센터(The King Center)에 대한 기부도 진행된다. 더 킹 센터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박사의 가르침을 나누고 그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공간이며 애플은 이번 기부를 통해 앨러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버밍햄 민권 연구소(Birmingham Civil Rights Institute)와 평등 정의 이니셔티브(Equal Justice Initiative)에 이어 또 한 번 비영리 단체에 대한 기부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