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30% 확장으로 ICT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구글의 갑질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갑질을 막아야 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관심으로 모았던 소위 구글 갑질법은 표류할 조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애플이 중소개발사를 대상으로 앱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앱 수수료 논란은 더욱 커지는 중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디테일입니다.

냉정하게 봐야할 것
앱 마켓을 둘러싼 최근의 이슈를 분석하려면 먼저 확실하고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구글의 앱 마켓 수수료 확장에 따른 타격.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2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 확대에따른 콘텐츠 산업 피해 추정 및 대응방안' 토론회를 통해 앱 마켓 수수료가 강행될 경우 국내 콘텐츠 산업의 예상 매출감소액이 올해에만 2조606억원, 2025년에는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연평균 10.6% 성장한다는 전제와 애플 앱 마켓인 앱스토어의 기존 30% 수수료 부과를 고려한 결과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수치입니다.

최근 앱 마켓 수수료 확장을 두고 스타트업들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역시 냉정하게 분석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입니다. 우선 구글의 수수료 확장은 디지털 재화를 거래할 때만 해당되며 그 대상은 약 3%에 불과합니다. 나아가 유료 앱의 경우 인앱결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확장과 관련이 없고, 이미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은 인앱결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구글의 이번 조치가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별도의 비용을 들여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작부터 인앱결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고객의 결제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이 인앱결제로 성장한 후 일정정도 스케일업을 한 후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길은 막히게 되고, 일부겠지만 매출 규모가 상당부분 나오는 스타트업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은 맞습니다. 이건 단점이지요.

마지막으로 결제 시스템과 결제 수단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실 앱 마켓 이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이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수수료도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사실 구글이 수수료를 확장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결제 시스템을 인앱결제로 일원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인앱결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수료를 올리는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일단 그 대상이 한정적이고, 앱 마켓 생태계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지불이라는 점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다뤄져야 합니다. 물론 수수료가 올라가는 상황 자체가 추가비용을 불러오기 때문에 회사의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것은 우려되는 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결제 시스템, 즉 인앱결제 강제입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바탕으로 자사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객체들을 온전히 휘어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개방성을 말하며 결제수단인 카카오페이 및 신용카드 등을 거론하기는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레토릭'일 뿐입니다. 사실 수수료 확장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앱결제 강제며, 이는 생태계의 객체들을 완전한 디지털 소작농으로 만들려는 구글의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수수료 문제에 천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속을 우려하며 인앱결제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관련된 모든 이슈가 수수료에만 방점이 찍혔는데, 이 보다는 인앱결제에 따른 종속성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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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착하다?
애플이 내년부터 중소 규모 개발사를 대상으로 앱스토어 유료 앱과 앱 내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18일 발표해 눈길을 끕니다. 구글이 30% 수수료 확장에 나서는데 애플이 오히려 30%에서 15%로 수수료를 낮추니 마치 천사처럼 보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디테일이 숨어있습니다.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 중 매출 100만달러 이하가 98%에 달한다고 합니다. 애플의 결단을 두고 칭송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다만 나머지 2%에서 전체 매출의 95%가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애플은 사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큰 손해를 보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칭찬을 받는 애플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는 비즈니스라는 뜻입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