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ICT 샌드박스를 통해 콘택트 렌즈 온라인 판매 대중화 가능성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첫발을 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나 '넥스트 레벨'에 대한 또 다른 큰 그림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기존 오프라인 독점 시장의 난맥상을 해결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안경점. 사진=연합뉴스
안경점. 사진=연합뉴스

픽업, 부상한다
과기정통부가 ICT 샌드박스를 통한 콘택트 렌즈 온라인 판매에 힘을 실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절충점을 찾으려는 시도들은 꾸준히 있어 왔다. 완전한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각도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픽업 서비스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콘택트 렌즈를 고른 후 오프라인 안경점에서 제품을 받아보는 방식인 픽업 서비스는 편의성 측면에서 온라인 판매에 준하는 효과를 자랑한다. 

많은 안경점들이 픽업 서비스에 적극 참여한 배경이다. 당장 픽업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유통 구조 혁신은 루킹굿, 아이돌렌즈, 윙크컴퍼니 등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윙크컴퍼니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픽업 서비스를 위해 파트너십을 맺은 제휴 가맹 안경원이 2023년 11월 기준 1450개를 넘어선 가운데 이는 처음으로 픽업 서비스를 제공했던 2021년 5월 대비 약 28배 증가된 수치라는 설명이다. 여세를 몰아 윙크컴퍼니의 매출은 2023년 1분기를 기점으로 손익 분기점을 넘어 1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하며 국내 1위 최대 규모 뷰티렌즈 커머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통적 방식으로 안경원에 납품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이들도 속속 픽업 서비스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기존 가맹점들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전통 유통구조에 익숙해져 있어 새로운 방식을 받아 들이는데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판 흔들려면?
픽업 서비스만으로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완전히 끌어낼 수는 없다. 그 연장선에서 과기정통부가 단행한 ICT 샌드박스에 콘택트 렌즈 온라인 플랫폼이 포함된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콘택트 렌즈 시장 유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면 더욱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해외 업체들만 가능한 온라인 판매, 나아가 이를 악용해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한편 가맹점들을 압박하는 몇몇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에서는 유통 독과점에 따른 폐혜가 심각한 편이었다. 특히 눈 건강을 위해 오프라인 판매를 금지했으나 특정 업체들의 유통 독점으로 변질되어 그 피해를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아냈던 일도 있었다.

실제로 몇몇 업력이 오래된 대형 업체들은 다른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물량을 많이 주는 제조업체에 갑질, 결국 제조를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으며 제조사에 물량을 준 후 돌연 철수해 회사를 힘들게 만든 후 인수하는 경악스러운 일도 벌어진 바 있다. 

심지어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던 타 브랜드의 디자인을 카피해 제품을 출시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주문을 많이 넣는 제조업체에 수시로 디자인 인력을 파견해 카피를 시도, 결국에는 해당 제조회사를 고립시켜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과기정통부의 ICT 샌드박스로 상황은 변했다. 이제 콘택트 렌즈 시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 전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안경사의 권익을 위해 콘택트 렌즈 온라인 판매를 반대한다면서 뒤로는 법의 틈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르거나, 갑질을 통해 시장 자체를 무너트리는 행위에 대한 플랜B의 역할은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그 이상의 '넥스트 레벨'도 주문하고 있다. 콘택트 렌즈의 온라인 판매 활로가 열린 상태에서 소비자의 눈 건강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튼튼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로, 이번 디지털 전환이 오프라인 유통 독점 및 폐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이 되도록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