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사상 첫 12년 연속 집권을 이뤄낸 라이칭더(賴淸德·65) 당선인은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의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반중' 성향이 강한 민진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대만 독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라이칭더는 1959년 타이베이의 시골 해안 마을인 완리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2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에도 그는 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의사 생활을 하다 1994년 민진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했다. 입법위원(국회의원) 4선에 성공한 뒤 2010년부터 타이난 시장을 지냈다. 타이난 시장 때인 2012년엔 업무 수행차 차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 현장에서 직접 부상자를 구한 일로 '인의'(仁醫)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7년 차이잉원 총통 1기 정부에서 행정원장(국무총리)에 올랐으나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대패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2020년 대선 경선에서 차이 총통과 경합해 패배한 후 러닝메이트로 나서 부총통이 됐다. 

2022년 11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국민당에 참패한 것에 책임지고 차이 총통이 주석에서 물러난 후 이듬해 1월 민진당의 새로운 주석으로 뽑혔다.

라이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양안(중국과 대만)간 전쟁 위험성을 거론하며 민진당 집권 반대에 나선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에 맞서 '대만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며 민심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최근 수 년간 홍콩 민주화 운동이 중국 당국에 의해 '궤멸'됐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선거 전날 마지막 유세에서 "우리에게 지금 익숙한 민주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 해바라기 운동, 중국의 '일국양제 대만방안'에 반대투표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며 "올해 민주주의 첫승이 대만이 되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독립 성향 민진당에서 차이 총통보다 더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대만은 주권 국가이고,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대만을 제2의 홍콩, 제2의 티베트로 만들 순 없다"고 주장해 중국의 반발을 사 왔다.

이 때문에 라이칭더 당선을 계기로 중국의 대만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4월 라이칭더가 민진당 총통 후보가 된 이후로는 "완고한 독립 강경론자", "대만 독립을 위한 실무자",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해왔다.

이런 만큼 라이 당선인은 대선 승리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위기 관리라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