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분쟁은 글로벌 업계에서도 비중있게 지켜보는 현안이다. 어떤 결정이 나느냐에따라 각 국에 소급적용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 사진=갈무리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 더 글로리. 사진=갈무리

승기잡은 넷플릭스
최근 망 이용료 정국에 있어 업계의 시선은 MWC 2023으로 쏠렸다. 통신사들의 축제인 MWC 2023을 통해 CP에 대한 ISP들의 강력한 망 이용료 분담 촉구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상황은 정반대로 펼쳐졌다. 유럽연합은 CP의 망 이용료 분담 필요성을 전제하기는 했으나 관련 분쟁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고 자원의 배분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망 이용료 문제를 두고 '공정 가치'에 주목했다. 공정한 경쟁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중립에 가까운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최근 기가비트 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을 준비하며 CP인 빅테크의 망 이용료 분담을 촉구하는 중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미키 아드리안센스 네덜란드 장관은 "소비자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비아플레이,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및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할지 여부를 선택하고 이를 위해 통신 사업자에게 구독 비용을 (별도로) 지불한다"면서 사실상 기가비트 연결법을 매개로 망 이용료 공세를 펴는 유럽연합의 기본 방침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 사진=연합뉴스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 사진=연합뉴스

심지어 GSMA 이사회 의장인 호세 마리아 알바레스 팔레트 로페즈 CEO도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의 주장인 '공정 이용'을 언급하며 일부 찬성하는 스탠스를 보였다.

넷플릭스는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공동 CEO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2월 28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를 두고 ISP, 기기 제조사 등 다양한 ‘파트너십’과 함께해야 한다며 선순환의 고리(virtuous flywheel)라는 프레임을 꺼냈다.

그는 "성공적인 창작 산업과 성공적인 인터넷 생태계 사이에는 명징하고도 직접적인 관계가 존재한다"면서 "소비자는 훌륭한 콘텐츠를 원하며, 본인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더 고품질의 인터넷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트래픽 증가는 선도적인 위치의 통신사들이 최근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CP와 ISP) 모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이자 곧 엄청난 ‘기회’임을 지난 10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CP가 망 이용료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 감소, 창작 커뮤니티의 발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은 물론 본래의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CP의 망 이용료 분담이 이중요금제 도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는 “유럽 소비자 단체연합인 ‘BEUC(European Consumer Organization)’가 지적한 것처럼 (CP의 망 이용료 분담을 촉구하는) ISP의 행동이 소비자들을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론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이 MWC 2023에서 보여준 메시지는 정무적 판단에 기댄 것이며, 큰 틀에서 망 이용료 분쟁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가비트법을 추진하며 CP의 협조를 얻으려 '톤 다운된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망 이용료 문제에 있어 ISP 진영이 일종의 속도조절을 택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렉 피어스 넷플릭스 공동 CEO. 사진=연합뉴스
그렉 피어스 넷플릭스 공동 CEO. 사진=연합뉴스

앞으로의 흐름은?
망 이용료 분쟁은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단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망 이용료를 내라는 것은 ISP의 책임을 져버리는 것이며 CP는 트래픽 발생에 따른 망 품질 유지와 대가 지급의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말하는 망 이용료의 개념을 접속료와 전송료로 분리하며 SKB의 망 이용료 부과 주장을 두고 'CP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넷플릭스의 주장은 CP의 의무가 따로 있고, ISP의 의무가 따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SP가 탄탄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CP는 강력한 콘텐츠 투자로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할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그 연장선에서 CP인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며 이러한 의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고, 여기서 ISP의 망 유지보완에 대한 부담까지 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접속과 전송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CP가 최초 연결된 IAP A, 그리고 ISP A와 연결된 ISP B를 통해 이용자인 B로 콘텐츠가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CP인 넷플릭스가 ISP A와 연결되며 '전송료'는 지불해야 하지만 ISP A와 ISP B 사이에서 전송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SKB는 다른 생각이다. 망 이용료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모두 포함되는 만큼 넷플릭스는 반드시 그 책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에 있어 망 중립성을 거론하지만 이는 상법에 없는 관습법에 불과하며, 인터넷 시장이 커지며 기존 무정산 방식이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으로 달라지는 트렌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접속과 전송의 개념을 나누는 것 자체도 의미는 없으며 넷플릭스가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눈 속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법적으로, 산업적으로 접속과 전송을 나눌 수 없고 그런 선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 토종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의 전쟁, 나아가 망 중립성 및 ISP와 CP의 역할분담 등에 대한 이견이 갈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 문제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극적인 합의의 가능성도 있다. SKB 관계자는 "문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모든 생태계가 피해를 볼 수 있으며, 합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으며 넷플릭스도 "당연히 원만한 합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