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23일 차기 대표 후보자군에서 자진 사퇴했다. KT가 차기 CEO 후보 공개경쟁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끝까지 연임 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구현모 KT 대표. 출처=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 출처=연합뉴스

연임 의지 강했지만...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디지코 KT'의 초석을 세운 성과를 바탕으로 강한 연임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비토 정서다. KT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 적격을 선언했으나 국민연금은 물론 여당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구 대표도 승수수를 던졌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3일 구현모 대표와 면접을 진행한 결과 "적격하다"는 입장을 KT 이사회에 보고했음에도 국민연금의 반발이 시작되자, 복수후보와의 경쟁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KT 이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대표 후보로 거론된 인사를 비롯해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에 대한 대표 적격 여부를 검토, 총 7차례의 추가 심사 과정을 거쳐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재차 확정했다.

구현모 대표의 법적 이슈와 관련한 대표이사 자격 요건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정관과 관련 규정 상의 이사 자격요건 등을 고려 시 차기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가 황창규 회장 시절 소위 '후원금 쪼개기'에 휘말리기는 했으나 현 상황에서는 연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 셈이다.

복수후보와의 경쟁에서도 구 대표 연임에 힘이 실렸으나 국민연금 등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전면에 나서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주문하며 사실상 구 대표를 압박했다.

구 대표는 결국 두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에는 완전 공개경쟁을 통해 차기 대표를 선발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의 업계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 그리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선정한 대표이사후보 심사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이사회가 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엇보다 투명한 절차 공개를 위해 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 대표이사 후보 심사 과정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사외 지원자 및 사내 후보자 명단,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 등을 포함하여 대표이사 후보 심사 절차와 단계별 심사결과 등은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개경쟁이 시작되자 사외 18명, 사내 16명 등 총 34명이 KT 차기 대표에 도전했다. 정치권 인사에 전현직 KT 임직원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무한경쟁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이런 가운데 구 대표는 23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검은 그림자'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표면적인 이유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발 과정에서의 불투명함이다. 다만 이면에는 정부의 강한 네거티브, 비토 정서가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KT가 민영화 21주년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은행은 물론 통신을 공공재로 규정해 압박의 수위를 키우는 가운데 당분간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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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새로운 KT의 수장이 될까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대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외 지원자는 권은희(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기열(전 KTF 부사장), 김성태(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김종훈(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홍(전 KT스카이라이프 경영본부장), 김창훈(한양대 겸임교수), 남규택(전 KT 마케팅부문장), 박윤영(전 KT 기업부문장), 박종진(IHQ 부회장), 박헌용(전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송정희(전 KT 부사장), 윤종록(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윤진식(전 산업자원부 장관), 임헌문(전 KT 사장), 최두환(전 포스코ICT 사장), 최방섭(전 삼성전자 부사장), 한훈(전 KT 경영기획부문장), 홍성란(현 산업은행 윤리준법부 자금세탁방지 전문위원) 등 총 18인이다.

이 중에서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권은희 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정보통신기술(ICT)희망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했던 김기열 전 KTF 사장,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 KT종합원장을 지낸 최두환 전 KT 부사장, 박헌용 전 KT파워텔 사장 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KT종합기술원장을 지낸 최두환 전 포스코DX 사장을 비롯해 윤석열 캠프에서 IT특보를 맡았던 김성태 전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구현모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두고 경선했던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도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CEO 양성 프로그램으로 자동으로 차기 CEO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사내 후보군도 눈길을 끈다. 강국현 커스터머 부문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윤경림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상 사장급),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등 KT 재직 임원 11인과 김철수 kt 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kt 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 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이상 부사장급) 등 그룹사 임원 5인이다.

이들은 계열회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회사의 직급 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인 인사들이다.

한편 KT 지배구조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후보자 자격 검증 및 사내·외 후보 압축을 진행하기 위해 경제·경영, 리더십, 미래산업, 법률 등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구성했다. 세부 명단 공개는 2월 28일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KT 대표가 정해진다.